물을 잡는다는 것

힘을 빼야 비로소 잡히는 것들

by 맛있는 하루

수영의 영법 중 자유형(freestyle)은 말 그대로 선수가 선호하는 영법으로 자유롭게 헤엄치는 것을 의미한다. 개헤엄을 치면서 자유형이라고 해도 된다. 아무도 뭐라고 할 사람이 없다.


진짜 자기 마음대로 영법을 해도 되지만, 물 위를 '맛있게' 가로지르는 자유형을 하기 위해서는 단계별 팔동작을 연습해야 한다.


팔동작은 일곱 단계로 나뉜다.


1. 입수(엔트리, Entry): 손이 물속으로 들어가는 동작

2. 미끄러짐(글라이딩, Gliding): 손을 뻗어 앞으로 미끄러져 나가는 동작

3. 물잡기(캐치, Catch): 손바닥과 전완(팔 앞부분)으로 물을 잡는 동작

4. 당기기(풀, Pull): 잡은 물을 몸쪽으로 당기는 동작

5. 밀기(푸쉬, Push): 잡아당긴 물을 뒤쪽으로 밀어주는 동작. 가장 큰 추진력을 내는 단계다.

6. 마무리(피니쉬, Finish): 물을 끝까지 밀어주는 푸시의 마무리 동작

7. 되돌리기(리커버리, Recovery): 마무리 직후 다음 동작을 위해 팔을 앞으로 되돌리는 동작




자유형에서 앞으로 나아가는 추진력은 70퍼센트가 팔 동작에서, 30퍼센트가 킥 동작에서 나온다고 한다. 작년에 발목인대에 염증이 생겨 통증이 심했던 기간이 있었다. 수영을 잠시 춰야하나 잠시 고민하다, 발차기 없이 팔동작만으로 자유형을 하며 수영을 계속했다.


그 기간 동안 팔동작 스킬이 눈에 띄게 늘었다. 팔동작만으로도 빠른 속도를 낼 수 있다는 것을 몸소 체험했다.


팔동작의 기본은 캐치라고 생각한다. 물을 잡을 줄 알아야, 그 물을 몸쪽으로 당기든 밀든 할 수 있다. '


물이 잡힌다고?


물을 잡는다는 표현이 어색하다면, 손과 팔을 이용해서 물을 내 쪽으로 끌고 온다고 생각해보자. 몸과 팔이 수직이 될 때까지 팔 전체로 물을 끌어당기는 것. 이것이 캐치다.


AI 생성 이미지 사용

그런데 참 이상하다.


물을 잡으려고 손에 힘을 주면 물은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간다. 움켜쥐려 할수록 몸에 힘이 들어가고 물을 느끼지 못하게 된다. 반대로 손과 팔에 힘을 빼고 부드럽게 펼쳤을 때, 물은 비로소 손 안에 머문다. 정확히는 손 위에, 팔 전체에 얹혀 함께 움직인다.


물을 잡는 것은 움켜쥐는 것이 아니라 받아들이는 것이다.


이것은 물에만 해당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살다 보면 무언가를 꼭 잡고 싶은 것들이 있다. 소중한 사람, 놓치고 싶지 않은 기회, 떠나보내기 아까운 순간들. 그럴 때마다 애써 참고 힘을 주었다. 그러면 그럴수록 관계는 어긋났고, 기회는 더 멀어졌고, 시간은 힘들게 흘러갔다.


여고 시절, 다가가고 싶었던 친구가 있었다. 그 친구의 비밀을 나만 알았으면 했고, 나 혼자만이 그 친구의 베프였으면 했다. 먼저 연락하고, 정성을 다해 관심을 표현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 친구는 조금씩 멀어졌다.


지금에서야 깨달았다. 그때의 나는 그 관계에 너무 힘주었다는 것을. 물을 대하듯 부드럽게 힘을 뺐어야 했다는 것을.




노자는 『도덕경』에서 이렇게 말했다.


"天下莫柔弱於水(천하막유약어수), 而攻堅强者莫之能勝(이공견강자막지능승)."


세상에서 물보다 부드럽고 약한 것은 없지만, 단단하고 강한 것을 공격하는 데 물을 능가할 수 있는 것은 없다.


물은 형태가 없기에 어떤 그릇에도 담긴다. 저항하지 않기에 바위도 뚫는다. 잡히지 않는 것 같지만, 결국 모든 것을 감싸 안는다.


관계도 물처럼 흘러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붙잡으려 할수록 어긋나고, 놓아줄수록 가까워지는. 역설적이지만, 이것이 사람 사이의 이치인 것 같다. 기회도 그렇다. 필사적으로 움켜쥐려 하면 미끄러지고, 담담하게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을 때 찾아온다.


수영장에서 배운 물의 속성이, 삶의 원리와 닮아 있다.




수영을 배울 때면 자주 듣는 말이 있다.


"힘이 너무 들어갔어요. 힘을 빼고 부드럽게 해보세요."


수영장에서 몇백 번도 넘게 들은 말이다. 그런데 요즘 이 말이 수영을 넘어 삶 전체에 적용되는 것 같다. 인간관계도, 일도, 목표도. 힘을 빼고 부드럽게 대할 때 오히려 더 잘 흘러간다.


오늘도 수영장에 간다.


몸에 힘을 뺀다. 물속으로 손을 뻗는다. 손가락 사이로 물이 스친다. 손바닥과 팔 전체로 물을 감싼다. 물이 내 손 위에 얹힌다. 그 물을 부드럽게 당기고, 밀어낸다. 몸이 앞으로 나아간다.


물잡기를 연습하면서, 사람을 대하는 방법도 다시 배우는 중이다.


움켜쥐지 않고, 밀어내지 않고, 그저 함께 흐르는 것. 먼저 손을 내밀되, 잡히지 않아도 실망하지 않는 것. 힘을 빼는 만큼, 관계가 조금씩 다시 채워지고 있다.


수영장 물처럼. 부드럽게, 천천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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