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산소와 무산소 사이를 헤엄치다
건강한 노후는 근육에서 시작한다.
요즘 들어 이런 제목들의 기사가 자꾸 눈에 들어온다. 백세시대를 대비한 근육예찬론이다. 나이 들면서 찾아오는 '근감소증'은 어르신들의 일상을 위협하는 대표적인 요인으로 꼽힌다. 근육이 줄어들면 삶의 반경도 함께 줄어든다. 걷는 일이 버거워지고, 균형을 잃고, 결국 낙상으로 이어진다. 단순한 노화 현상이 아니라, 일상을 위협하는 문제가 된다.
오십이 코앞이다. 갱년기도 이미 시작되었다. 기사를 읽으며 속으로 중얼거린다.
'백세시대는 커녕, 오십대를 버티기 위해서라도 헬스를 시작해야 할까?'
그러다 곧, 진심이 튀어나온다.
'그냥... 수영만 하면 안 되나?' 운동을 싫어하는 마음은 언제나 솔직하다.
운동은 크게 두가지로 나뉜다. 산소를 충분히 사용하며 지속하는 유산소 운동, 그리고 순간적으로 강한 힘을 쓰는 무산소 운동이다. 유산소 운동은 지방을 태우고 심폐기능을 높인다. 무산소 운동은 근육을 직접 자극해 근력을 키운다. 요즘 유행하는 러닝이 땅 위의 유산소 대표 주자라면, 수영은 물위의 유산소다.
그런데 정말 그게 전부일까?
수영은 유산소로만 설명되는 운동일까?
얼마 전, 수영 커뮤니티에서 이런 글을 봤다.
"수영만 해도 근육이 생기나요? 헬스도 병행해야 할까요?"
수십 개의 댓글은 반반으로 갈렸다.
"안 생겨요. 근력운동 따로 해야 해요."
"생기던데요? 저는 등 근육 붙었어요."
댓글들을 모두 읽으며 피식 웃었다. 나랑 똑같은 궁금증을 가진 사람들이 이렇게나 많다니. 전문가들의 답도 의외로 단순하지 않다. 수영은 유산소 운동이면서 동시에, 물의 저항력을 이겨내며 근육을 쓰는 운동이기도 하다. 유산소냐, 무산소냐를 묻는 질문 자체가 어쩌면 틀렸을지도 모른다.
내 몸이 그 증거다. 나는 따로 근력운동을 하지 않는다. 헬스장도 다녀본 적 없다.
어느 날, 탈의실 거울 앞에서 멈칫했다. 등이 달라져 있었다. 예전엔 밋밋하고 평평했던 등에, 척추를 따라 양쪽으로 가느다란 골짜기가 생겨 있었다. 척추기립근이 생긴 것이다. 헬스장 한 번 가지 않았는데. 웨이트 기구 한 번 잡지 않았는데. 수영장 레인을 왔다 갔다 한 것만으로 생긴 변화였다. 손으로 등을 한참 만지작거렸다. 태어나서 처음 가져보는 척추기립근이었다. 조금은 낯설고, 무진장 뿌듯했다.
물의 저항은 생각보다 정직하다. 팔을 뻗어 물살을 밀어내는 매 스트로크마다, 발차기를 유지하며 몸의 수평을 잡으려 버티는 매 순간마다, 근육은 조용히 자극받고 있었던 것이다.
수영은 분명 유산소 운동이다. 하지만 동시에, 근육을 쓰지 않으면 물살을 헤쳐 나갈 수 없는 운동이기도 하다. 버티는 힘과 움직이는 힘이 함께 필요하다. 힘을 빼고 장거리 위주로 수영하면 유산소 효과가 크고, 단거리로 속도를 내면 무산소도 될 수 있다. 헬스장의 웨이트존과 유산소존을 동시에 품은 셈이랄까.
글을 쓰다보니, 굳이 헬스를 추가할 필요가 없겠다는 생각이 든다. 억지로 헬스 기구에 앉는 것보다 물속에서 꾸준이 움직이는 편이 낫겠다. 월·수·금은 힘을 빼고 장거리 뺑뺑이를, 화·목·토는 짧고 굵게 단거리로. 수영 하나로 유산소와 무산소를 다채롭게 잡아보자.
몸 근육은 수영이 조금씩 알아서 챙겨줄 것이다. 심신 안정에 수영보다 좋은 운동을 나는 아직 찾지 못했다. 물속에서 쌓이는 것은 근육만이 아니다. 마음 근육도 함께 차오른다.
발목 부상으로 한 달을 쉬었다. 오늘이 그 쉼표의 마지막 날이다. 내일이면 다시 물속으로 들어간다.
첫 발차기는 어색할 테고, 호흡은 금세 가빠질 것이다. 그래도 괜찮다. 다시 시작하면 된다. 유산소를 쌓을지, 근력을 쌓을지. 사실 그건 중요하지 않다. 천천히 물을 가르는 순간, 자연스럽게 단단함이 쌓일 것이다.
내일의 첫 입수가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몸에도 마음에도.
척추기립근 골짜기가 더욱 깊어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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