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 매일 해도 될까요?

시나브로, 수영

by 맛있는 하루

운동이라면 질색이었다. 걷기도 귀찮고, 달리기는 생각만 해도 땀이 나고 숨이 찼다.


내게 운동은 '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최대한 피하고 싶은 일이었다. 반 평생이 다가오도록, 숨쉬기 운동 말고는 해본 적이 없었다.


디스크는 거의 닳아 없는, 퇴행성 허리디스크. 뼈 나이 80대. 허리디스크로 반 년을 침대에 누워서 지냈다. 의사는 말했다.


"퇴원하면 허리에 부담이 덜한 아쿠아로빅이나 수영을 하세요."


살려면, 물로 가야 했다.


육지옷을 벗고, 씻고, 다시 물옷을 입고. 수영을 하고, 다시 물옷을 벗고, 씻고, 육지옷을 입고.


번거롭기 짝이 없는 수영을 시작했다. 선택이 아닌, 생존을 위해. 그렇게 내 생존 수영이 시작되었다.




처음엔 25미터를 채 가지 못했다. 물을 먹고, 호흡은 엉켰고, 배영을 하면 몸은 지그재그로 흘러갔다. 수영한 다음 날은 완전히 방전 상태였다. 그래서 주 3회, 하루 하고 하루 쉬는 '퐁당퐁당 수영'을 했다. 쉼이 없는 수영은 상상할 수조차 없었다.


1년쯤 지나자, 몸이 먼저 말했다.

"이제 매일 수영해도 괜찮아. 버틸 수 있어."


주 7일. 수영장 휴관일을 제외하고 매일 개근을 했다.


그렇게 또 1년이 흘렀다. 그러던 어느 날, 골프를 즐기는 어르신이 사우나에서 한마디 하셨다.


"운동 후엔 근육도 회복 시간이 필요해. 매일 하지 말고 좀 쉬어."


진짜? 매일 수영을 하면 안 되는 걸까. 불안해졌다.




쉬어야 근육이 회복된다고 하지만, 물속에서의 운동은 조금 다르지 않을까.


수영은 '버티는 운동'이 아니라 '흐르는 운동'이다. 땅 위에서는 중력을 온몸으로 버텨야 하지만, 물속에서는 부력이 몸을 받쳐준다. 관절에 부담이 적고, 충격이 거의 없다. 일반적인 '48시간 근육 회복 원칙'은 같은 근육에 고강도 자극이 반복될 때의 이야기다. 수영은 영법마다 주로 쓰는 근육이 다르고, 충격 자체가 적다.


그래서인지, 매일 수영을 해도 근육통이나 근육에 무리가 온다는 느낌이 없었다. 오히려 반대였다.


아침에 일어나면 덜 뻐근했고, 허리는 이전보다 훨씬 편안했다. 몸이 점점 가벼워졌다. 무엇보다, '내일도 수영을 가기 위해 오늘 스트레칭을 더 해야지'라는 마인드를 갖고 하루를 생활하다보니 몸 전체가 더 부드러워졌다.


물론 주의해야 할 때도 있다. 자유형 기록에 매진하느라 무리했을 때 어깨가 뻑뻑해지고 들어올리기 힘들어진 적도 있었다. 한의원에서 침도 맞고, 다음 날에는 어깨에 쉼을 주기 위해 배영 위주만 살살 수영했다.


몸이 나에게 먼저 신호를 보낸다. 그 신호를 무시하지 않는 것, 그것이 매일 수영의 전제 조건이다.




느낌만으로는 아무도 안믿을테니, 숫자로 확인을 해보자.


다른 운동은 일절 하지 않고, 수영만으로 2년을 보낸 인바디 기록을 꺼냈다.


수영 전 (2023년 3월):

체중 47.3㎏ / 골격근량 18.9㎏ / 체지방량 11.4㎏


수영 2년 후 (2025년 4월):

체중 48.3㎏ / 골격근량 19.3㎏ / 체지방량 10.8㎏


체중이 1㎏ 늘었는데 체지방은 줄고, 근육은 늘었다. 처음 인바디 결과지에는 "근육량 표준 이하, 근력 운동 필요"라는 코멘트가 찍혀 있었다. 웨이트 한 번 들지 않고, 수영만으로 그 수치가 바뀌었다.


큰 변화는 아니지만, 의미있는 변화라고 주장해본다.


AI 생성 이미지 활용


숫자가 얼마나 바뀌었는가는 중요하지 않다. 매일 수영을 해도 근육에 무리가 되지 않는다. 적어도, 내 몸에서는 그랬다.


그리고 그것을 가장 잘 설명하는 단어를 찾았다. 어감도 예쁜, 순우리말.


[시나브로] : 모르는 사이에 조금씩 조금씩


<오춘실의 사계절>에서 저자 김효선은 말한다.

"수영의 아름다운 점은 '시나브로'에 있다. 하루하루의 수련이 엄청난 변화를 만들어 내진 못하지만, 일주일이 지나고 한 달이 지나면 틀림없이 아주 사소한 무엇이라도 어제보다는 더 나아져 있다. 물에 제대로 뜨지 못하는 엄마 역시 그렇다. 엄마는 수영에 관해서라면, 모르는 사이에 조금씩 어제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있다." _ 김효선, <오춘실의 사계절>


시나브로. 나는 이 단어가 수영을 위해 만들어진 말이라고 생각했다.


매일 수영을 하다 보면 어느 날 갑자기 달라지는 일은 없다. 25미터를 헐떡이며 겨우 도착하던 내가, 어느 순간 1킬로미터를 쉬지 않고 헤엄치고 있었다. 언제부터였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냥 어느 날, 그렇게 되어 있었다.


근육도 그렇게 쌓인다. 드라마틱한 변신이 아니라, 모르는 사이에 조금씩. 숫자의 크기가 아니라, 방향이 중요한 이유다.




그러니까, 매일 수영해도 될까?

된다.


단, 조건이 있다. 무리하지 않을 것. 몸의 신호를 무시하지 않을 것. 그리고 '잘하려고' 애쓰기보다 '계속하려고' 할 것.


나는 여전히 완벽한 수영을 하지 못한다. 여전히 물을 먹고, 종종 숨이 가쁘다. 지금은 발목 부상으로 이번 달 쉬는 중이다. 그런데도 오늘 수영 완료, 오수완을 꿈꾸며 산다. 쉬는 날이 길어질수록 더 확실히 느낀다. 수영장에 가지 않는 날은 하루가 48시간처럼 허전하다는 것을.


이쯤되면 나는야 수영을 위해 사는, 수영인이라고 불러도 되지 않을까.


허리디스크가 나를 물로 밀어 넣었다. 그런데 이제는 내가 스스로 물속으로 들어간다.


생존수영에서 반려수영으로.


그저 계속한다.

모르는 사이에 조금씩 어제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있다.


시나브로, 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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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