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영할 때 물이 왜 얼굴로 튀길까?

물은 죄가 없다

by 맛있는 하루

배영을 배우기 시작했을 때, 옆 레인 회원에게 화가 났다.


배영을 시작하면 꼭 그랬다. 옆 레인에서 발차기를 세게 하거나, 접영 팔동작을 화려하게 시작했다. 수경 위로 물이 쏟아지고, 숨을 들이마시는 타이밍에 딱 맞춰 물이 들어왔다. 입으로, 코로.


레인을 째려봤다. 변화가 없다.

나혼자 씩씩거렸다. 옆 레인은 여전히 모른다.


째려보는 것말고는 아무것도 못하는 대문자 I형 ISFJ. 다음 날, 레인을 바꾸었다. 그래도 물은 들어왔다. 한 주간 이리저리 레인을 옮겨다녔다. 수영장 안의 메뚜기.


그러다 어느 날, 수영장에 나 혼자밖에 없던 날이 왔다. 황제수영.

희한했다. 수영장을 독차지했는데도 물이 튀었다.


옆 레인 탓이 아니었다. 내 탓이었다.




배영의 팔 동작은 크게 두 구간으로 나뉜다. 물 위를 지나는 리커버리 구간, 그리고 물속으로 들어가는 입수 구간. 물이 튀는 사건은 대부분 이 두 번째 구간, 팔이 수면에 닿는 바로 그 순간에 일어난다.


잔잔한 호수에 돌멩이를 던져보자. 수직으로 떨어뜨리면 물이 위로 솟구친다. 비스듬히 던지면 옆으로 물이 튄다. 팔도 마찬가지다. 어떤 각도로 수면에 닿느냐에 따라 물의 방향이 완전히 달라진다. 그리고 그 물이 향하는 곳은 오롯이 나의 얼굴이다.


그 날 이후로, 수영장은 실험실이 되었다. 다른 분들의 팔동작을 관찰하고 따라하며, 배영 물튀김의 원인을 찾기 시작했다.


이미지 출처: pexels.com


물이 많이 튀는 동작에는 몇 가지 패턴이 있었다.


첫 번째는 팔이 너무 바깥으로 벌어진 채 입수하는 경우다. 손이 수면을 옆으로 내려치면서 물이 사방으로 뒨다. 두 번째는 손등이 먼저 닿는 경우. 손등이 수면을 '때리는' 모양이 되어버려, 충격이 그대로 얼굴로 날아온다. 세 번째는 내 문제였다. 손보다 팔꿈치가 먼저 꺽여 들어가는 것. 팔 전체가 수면을 넓게 치면서 물보라를 만든다.


세 가지 모두 공통점은 하나다. 물을 젓는 것이 아니라, 내려친다는 것.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레이디 퍼스트 아니고, 리틀 핑거(little finger) 퍼스트.


새끼손가락 먼저 들어가야한다. 손바닥이 바깥을 바라보게 살짝 회전시키면 자연스럽게 새끼손가락이 수면을 향하게 된다. 방향은 귀 옆. 귀를 스치듯 팔을 뻗으며 사선으로 물속에 밀어 넣는다.


내리치는 것이 아니라, 살포시 밀어 넣는 것이다. 입수 후에도 팔을 멈추지 않고 허벅지 쪽으로 쭉 밀어주면, 물보라도 줄고 추진력도 생긴다.


처음에는 어색했다. 새끼손가락을 의식하니 몸에 힘이들어갔다. 오히려 물이 더 튀었다. 그래도 매일 연습했다. 조금씩 느낌이 왔다. 그러다 어느 날, 물이 조용해졌다.




얼굴에 물이 튀지 않는다는 감각을 알게 되면서 한 가지를 더 발견했다. 입수 각도만이 전부가 아니었다.


배영에도 롤링이 있다. 4화에서 자유형의 롤링을 이야기했는데, 배영도 팔이 입수될 때 몸을 그쪽으로 살짝 기울어줘야 한다. 롤링이 부족하면 팔만 억지로 뻗어지면서 입수 각도가 틀어진다. 롤링이 안 되면, 팔이 벌어지고, 팔이 벌어지면, 물이 튄다.


결국 배영도 롤링이었다. 자유형에서 그 답을 찾았을 때처럼, 또 같은 자리로 돌아왔다. 수영은 영법이 달라도 결국 같은 원리로 이어져 있다. 그걸 물속에서 계속 배우는 중이다.




물은 받은 만큼 돌려준다.


팔이 수면을 내리치면 물이 튄다. 팔이 조용히 들어가면 물도 조용하다. 입으로, 코로 물이 쏟아지던 그 순간마다, 사실 물은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옆 레인을 째려보지 말라고.


레인은 죄가 없다고.

물도 죄가 없다고.


배영을 하다 물이 튀길 때, 이제는 옆 레인을 돌아보지 않는다. 대신 내 새끼손가락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먼저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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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유형 롤링에 관한 글 읽기 ↓

<자유형을 하면 왜 몸이 뒤뚱거릴까?>




수, 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