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형을 하면 왜 몸이 뒤뚱거릴까?

롤링을 알기 전까지 나는 물속에서 계속 흔들렸다

by 맛있는 하루

"아, 이거 위험한데."

허리에서 아주 미세한 신호가 온다.


찌릿.

삐끗.

아앗ㅡ하고 어긋나는 느낌.


이 느낌을 나는 안다.

허리를 삐끗하기 3초 전의 느낌이다.


문제는 땅 위에서만이 아니라, 수영을 하고 있는 순간에도 허리의 존재감을 느낀다는 것이다.


허리디스크는 닳아 없어진, 뼈사진 80대 퇴행성 디스크 보유자. 살길은 디스크 대신 허리 근육을 키우는 것이라며 수영을 처방받았다.




처음 자유형을 배울 때 늘 어딘가 불안정했다.


"회원님, 이쪽으로 오세요. 자유형 팔꺽기 자세가 교과서예요. 회원님만 한 바퀴 돌고 오시고 나머지 분들은 이 분 자유형 호흡할 때 머리와 팔 위치를 보세요."


강사님의 칭찬 아래 시범조교로 뽑혀 나왔던 날이었다.

부러움의 시선을 온몸에 받으며 앞으로 나갔다.


영차 영차, 쭈_______욱.


찌릿.

삐끗.

아앗.


잘 나가는 것 같다가 어느 순간 좌우로 흔들렸다.


직선으로 가야하는 데,

물속에서 오뚝이처럼 뒤뚱거렸다.


오늘도 물속에서 오리처럼 뒤뚱거리는 중 (AI 생성 이미지)


다른 분들이 나의 뒤뚱거림을 봤을까?

발차기가 너무 약한가?

팔을 너무 꺽었나?


계속해서 몸이 좌우로 흔들렸다.


뒤뚱ㅡ거리니 앞으로 잘 나가지 않았다. '자유형 교과서'라는 타이틀이 괜히 부끄러웠다.


어찌저찌 한 바퀴를 다 돌고 오니 강사님이 말했다.

"이렇게 고개를 들지 않고, 머리만 돌려서 호흡하는 겁니다."


그리고 내게만 따로 팁을 주셨다.

"허리를 강화하고, 롤링 연습을 하면 상체가 흔들리지 않을 거에요."




초보 수영인이 자유형을 할 때 흔히 겪는 일이라고 한다. 몸이 좌우로 흔들리는 것.


대부분은 이 뒤뚱거림이 발차기나 팔힘이 부족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나 역시 그렇게 생각했다. 발차기가 약한가 싶어 더 세게 차 보고, 팔이 문제인가 싶어 더 크게 젓기도 했다.


하지만 문제는 다른 곳에 있다.

몸을 회전하지 않기 때문이다.


자유형은 팔을 저어 앞으로 나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상체 전체를 굴리는 운동이다.


이를 수영에서는 롤링(rolling)이라고 한다.


몸 전체를 통나무라고 생각하고

좌우로 부드럽게 굴려야

팔이 자연스럽게 앞으로 뻗고

물도 길게 잡힌다.


그 당시의 나는 몸통을 굴리는 대신 비틀고 있었다.


어깨는 돌아가는데

몸통이 따라오지 못하고

허리만 어색하게 꺽였다.


몸의 중심이 무너지니

빈약한 허리근육은 화가 나

물속에서도 존재감을 나타냈던 것이다.




컨디션이 좋지 않았던 날. 만사가 귀찮았던 날. 수영장에 왔다는 것만으로도 내 자신이 기특한 날.


그런 날이었다.

물에 떠있다가만 가야지 했다.


둥둥.

두우웅ㅡ.


수영장에 나혼자였다.

일명 황제수영.


나만을 위한 수영장이 아까워서 좀더 몸을 움직여보기로 했다.


아무도 없을 때

몸 전체를 굴려봐야지.


두리 둥실.


물위에서 뒹굴뒹굴 하다가 문득 깨달았다.

몸 전체를 굴리니까 물이 훨씬 부드럽구나.


자유형을 할 때 몸이 뒤뚱거렸던 것은

몸을 굴리지 않아서 흔들린 거였구나.




몸을 비틀며 수영할 때는 허리가 늘 긴장되어 있었다. 허리를 삐긋하기에도 딱 좋은 상태였던 것이다.


몸을 굴리기 시작하자 허리가 훨씬 편해졌다. 왜 그렇게 롤링을 하라고 하는지 그제서야 이해가 되었다.


자유형은 물과 싸우며 나가는 운동이 아니라 몸의 균형을 찾는 운동이었다.


물속에서는 조금만 균형이 어긋나도 몸이 바로 흔들린다.

여전히 뒤뚱거릴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숨을 한번 고른다.

그리고 생각한다.


힘으로 버티지 말고, 굴리자.


그러면 신기하게도

물이 조금 더 편안해진다.

조금 더 부드러워진다.


자유형은

물과 싸우는 운동이 아니라

몸의 균형을 배우는 운동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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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