턴은 느릴수록 빨라진다
"일단, 수영을 중지하세요."
"네에? 저는.. 발차기를 거의 안 하고 수영하는데요."
"그래도 무리입니다. 지금 발목 상태로는, 걷는 것도 줄이셔야 해요."
결국, 올것이 왔다.
작년 봄에 살짝 접질렀던 발목.
허리디스크에 밀려 우선순위에서 밀려났던 치료는, 결국 돌아왔다.
여름에 크게 한 번 고생하고, 이제 좀 나아지나 싶었는데... 다시 통증. 다시 염증
오래전 앓았던 족저근막염까지 겹쳐, 발을 땅에 디디는 일조차 고통이 되었다. 걷는 것 자체가 고통스러우니, 수영은 당연히 잠시 중지다.
울며 겨자먹기로 수영장 한달 휴회를 신청했다.
그리고 지금ㅡ
나는 물을 그리워하는 중이다.
파란 하늘을 보면, 파란 수영장이 떠오른다. 청소를 하려고 락스를 들다가, 문득 수영장 냄새가 그리워진다. 건조대에 걸린 수영복을 괜히 한 번 집어 들었다가 다시 내려놓는다.
'둥둥 떠다니기만 할 수 있는데.'
'살살 턴만 하면 되는데.'
수영이 이렇게 그리울 줄은 몰랐다.
아, 턴~!
내가 사랑하는 사이드턴.
허리디스크 때문에 플립턴은 못한다. 사실 사이드턴도 오래전에 배우다가 말았다.
"그래도 사이드턴은.. 독학이 가능하지 않을까."
유튜브를 켰고, 나는 그렇게 혼자 턴을 배운 사람이 되었다.
플립턴은 여전히 부럽지만,
내가 할 수 있는 턴을, 좋아하기로 했다.
방구석 수영 과외, 다시 시작.
다시 유튜브를 켠다. 나만의 튜터를 찾는다.
일명 방구석 수영 과외.
사이드턴의 핵심은, 속도를 이용해 방향을 바꿔 나가는 것이다.
정리해보면 이렇다.
1. 왼쪽 팔꿈치를 물속으로 접는다.
→ 왼손은 ‘잊는다’. 벽을 미는 건 오른손이다.
2. 두발을 모아, 무릎을 가슴 쪽으로 끌어당긴다.
3. 오른손으로 밀며 몸을 넘긴다.
→ 왼쪽 귀부터 입수
→ 양손이 모이면 바로 유선형
4. 호흡은 '넘어가는 순간'에 한다.
글로 설명하니 복잡하지만,
실제로는 단순하다.
"접고 → 돌고 → 밀기"
턴을 잘하는 사람을 보면 늘 멋지다. 왠지 엄청 빠르게 돌아야 잘하는 것 같고, 그래야 기록이 줄어들 것만 같다.
하지만, 오히려 반대다.
턴은 '느릴수록' 빨라진다.
동작 하나하나를 여유있고 정확하게 할수록, 속도와 추진력이 자연스럽게 붙는다.
수영을 못하게 된 처음 며칠은 조급했다.
빨리 나아야하는데. 왜 통증이 줄지 않을까.
조금 늘었던 수영 실력이 다시 줄어들면 어쩌지.
여러 생각들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하지만 생각을 조금 바꿔보기로 했다.
지금은 멈춘 게 아니라, 다른 방식으로 쌓는 중이다.
물속이 아니라, 방구석에서.
팔 대신 이미지 트레이닝으로.
속도 대신 감각으로.
조용히, 그러나 꾸준히.
그리고 한 달 뒤, 다시 물에 들어가는 날 —
어저면 나는,
예전보다는 조금 덜 서툰 턴을 하며
아무도 모르게, 혼자 작게 웃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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