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영 호흡을 배우며 알게 된 것들
솔직히 배영은 쉬울 줄 알았다.
호흡은 그냥 숨만 쉬면 되니까. 하늘을 보고 발차기만 하면 되는 줄 알았다.
그래, 그렇게 믿었다.
자유형 호흡을 배울 때, 코로 입으로 수영장 물을 들이마시며 켁켁거리던 그 시절에는 더더욱 배영만큼은 편할 줄 알았다.
그런데 말이다.
얼굴이 물 속으로 잠길 줄은 몰랐다. 옆 레인에서 튀긴 물이 그대로 코로 들어올 줄도.
숨을 들이마시려는 딱 그 순간, 정확하게 물이 들어왔다.
왜?
대체 왜?
하늘을 보고 누워 있으니 분명 편해야 하는데, 현실은 전혀 달랐다. 얼굴은 자꾸 물에 잠기고, 숨은 점점 불안해졌다.
턱을 들어볼까?
오히려 역효과다. 코에 물이 더 잘 들어온다.
매콤하다. 코가 뻥 뚫린다. 이쯤 되면 수영이 아니라 '수영장 물로 비염 코세척'이다.
눈을 뜨면 반투명 천장 너머로 파란 하늘이 보인다. 평온하다. 그런데 숨을 쉬려는 순간, 물을 마신다. 몸은 떠 있는데 마음은 점점 가라앉는다.
숨이 점점 짧아지고, 결국.. 숨을 참게 된다.
진지하게 고민했다.
'배영은 숨을 쉬는 영법이 아니라, 참는 영법인가?'
방법을 바꿔야만 했다. 손안의 유튜브 튜터님들을 소환했다. 일타강사님이 알려준 배영 호흡의 핵심은 단순했다.
스트로크 중에는
코로 천천히 숨을 내쉰다.
그리고 팔이 물에 들어가는 순간,
그 순간에만! 짧고 가볍게 들이마신다.
자세도 중요하다.
턱을 살짝 당기고, 귀는 물에 잠기게 둔다.
눈은 천장을 향하고, 머리는 흔들리지 않게.
힘을 주어 버티지 말고,
물 위에 몸을 맡긴다.
이상하게도, 자유형을 할 때는 배영이 참 쉬워보였다.
"누워서 발차기만 하면 되는 거잖아."
그런데 막상 배영을 해보니 생각이 바뀌었다.
'배영이.... 더 어렵잖아?'
그 순간, 깨달았다.
남의 영법은 늘 쉬워 보인다는 걸.
내가 지금 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그 어려움을 직접 겪고 있지 않기 때문에.
생각해보면 삶도 비슷하다.
다른 사람의 길은 늘 평온해 보인다.
옆집 아저씨의 직장은 명퇴 걱정 없는 철밥통 같고, 아랫집 사업은 순풍에 돛단 듯 흘러가는 것 같고, 친구의 주식 계좌는 전쟁 속에서도 빨간색만 가득할 것 같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
막상 그 자리에 서보면, 나와 크게 다르지 않을지도 모른다.
허우적거리며 물도 먹고, 코세척도 몇 번 하고.
겨우 버티다가 어느 날 우연히
조금 부드럽게 흘러가는 순간이 온다.
그리고 우리는
그 '잘 흘러가는 순간'만 보고 있었던 건 아닐까.
어쩌면 누군가의 눈에는
내가 헤메던 시간이 보이지 않고
지금의 모습만 보일지도 모른다.
가장 평온하고 가장 우아하고
가장 잘 헤엄치는 모습으로.
발목 통증이 조금씩 줄어들고 있다.
수영장 한 달 휴회도 끝나간다.
이제는 다른 사람의 영법을 부러워하기 보다,
찰랑찰랑 물 위에 누워
내 호흡에 집중해보려 한다.
하늘을 바라보며
가끔은 물도 조금 먹어가면서.
그렇게, 조금씩 더 편안하게 헤엄치길.
어쩌면 지금의 나도 누군가에게는
가장 편안하게 떠 있는 사람일지도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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