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차기를 열심히 해도 왜 나는 제자리일까

자유형이 앞으로 나가지 않는 진짜 이유

by 맛있는 하루

"허억, 허억… 헉헉. 전 왜 이렇게 안 나가죠?"


옆 레인의 회원님은 오늘도 얼굴이 화산 폭발 직전이다.

수영을 배운 지 석 달째라고 했다.


잘하고 싶은데 마음처럼 되지 않는다며 발차기 맹연습 중이다. 레인 전체에 물을 튀기며 세게 발차기를 하고 한 바퀴를 돌더니, 초죽음이 된 채 벽을 붙잡는다.


그리고 내게 물으셨다.


"왜 저만! 제 자유형만 이렇게 힘이 들고 제자리일까요?" 초보 수영인의 공통 질문이다.


처음 수영을 배우면 대부분 이렇게 생각한다.

발차기를 더 세게 해야 앞으로 나갈꺼라고.


그래서 더 빠르게, 더 크게 찬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럴수록 숨만 더 차오른다.


수영은 점점 더 힘들어진다.

나 역시 그랬다. ^^;;


이미지 출처: pexels.com


모든 수영 영법이 그렇겠지만, 자유형은 특히 힘으로 앞으로 가는 영법이 아니다.


핵심은 발차기가 아니라 저항을 줄이는 것이다.


물속에서는 얼마나 세게 미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저항을 줄이느냐가 속도를 만든다.


몸이 물의 흐름을 거스르지 않고

자연스럽게 미끄러질 수 있는 자세.


결국 중요한 것은 하나다.

유선형.


그렇다면 저항은 언제 생길까.


숨쉬기 위해 머리를 번쩍 들 때

몸이 수면과 일직선이 아니고 하체가 가라앉을 때

몸이 좌우로 흔들리며 균형이 깨질 때


이런 작은 동작들이 물속에서는 브레이크가 된다. 엑셀을 밟으면서 동시에 브레이크를 밟는 셈이다. 힘이 들 수밖에 없다.




작년에 발목을 다쳐 수영을 잠시 쉬어야 했다. 수영을 그만두는 것은 생각하기도 싫었다.


발차기를 하지 않고 수영해 보면 어떨까?


강습 시간에 팔동작을 연습할 때 허벅지에 풀부이를 끼고 연습하던 것이 떠올랐다. 하지만 풀부이는 골반에 힘이 들어간다. 허리디스크 보유자에게는 그다지 친절한 도구가 아니다.


그래서 다른 방법을 쓰기로 했다.

바로 상상력.


두 다리가 하나가 되었다고 상상해 보기로 했다.


인어공주까지는 아니더라도

인어아줌마 정도는 되지 않을까.


두 다리가 지느러미처럼 하나가 되었다고 상상했다.

발차기는 하지 않았다. 처음에는 나도 코웃음을 쳤다.


"그래 봤자 몇 바퀴나 돌겠어."


그런데 이상한 일이 생겼다. 얼마 지나지 않아 자유형 속도가 오히려 빨라졌다.


인어아줌마 지느러미 상상력 덕분에

팔로 물을 더 제대로 잡기 시작했다.


몸이 가라앉지 않으려고

자연스럽게 몸을 더 길게 늘였다.


강사님들이 매번 외치던 말이 떠올랐다.


"몸 길게 늘이세요!"

"유선형 자세를 유지하세요!"


나도 모르게 힘을 빼고 몸을 늘이는 방법을 터득하게 되었다.


발차기의 추진력은 없었지만

몸이 수면에 붙어 유선형을 유지하자 저항이 줄었다.


힘이 덜 들었다.

아니.

훨씬 덜 들었다.


몸을 길게 늘일수록

물 위를 쭈우욱 미끄러져 나갔다.


그때 처음 알게 되었다.


수영은

힘으로 물과 싸우는 운동이 아니라,

물과 친하게 지내는 기술이라는 것을.




생각해 보면

하루를 보내는 방식도 비슷한 것 같다.


화가 나는 순간은 종종 생긴다. 특히나 사춘기 아들과 함께 하는 엄마라면 더더욱. ^^;;


그때 바로 화를 내면 상황은 더 악화된다.말은 거칠어지고 분위기는 금세 무거워진다.


하지만 잠깐 숨을 고르고 한 발짝 물러서면,

풀리지 않을 것 같은 들이 어느새 해결되곤 한다.


수영에서 저항을 줄일수록 몸이 앞으로 나가듯

일상에서도 불필요한 힘을 빼면

조금 더 부드럽게 하루가 흘러간다.




옆 레인의 회원님은 오늘도 열심히 발차기를 한다.


첨벙첨벙.

물살이 레인 밖까지 튄다.


"허억… 헉… 정말 힘드네요. 언제 늘까요."


나는 미소를 짓는 것으로 설명을 대신한다.


괜한 조언을 하지 않는다.

수영은 누가 설명해 준다고 바로 익혀지는 것이 아니니까.


언젠가 그분도

힘주는 발차기를 멈추고

물 위를 쭈욱 미끄러지는 순간을 만나시길.


내일은 오늘보다는

조금 덜 버티시고

조금 더 힘을 빼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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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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