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왜 자유형만 다를까?

자유영 아니고 자유형

by 맛있는 하루

"오늘은 자유영 20바퀴 했어요."

"자유영, 배형, 평형, 접형."


수영인을 긁는 문장이다. 듣는 순간, 동공에 지진이 일어난다. 딱히 정색하고 고칠 일은 아니지만, 그냥 넘기기엔 찜찜하다.


뭐가 잘못 되었냐고?


자유영 아니고, 자유형.

배형 아니고, 배영.

평형 아니고, 평영.

접형 아니고, 접영.


무진장 사소해보이지만, 이건 명칭의 문제이자 수영에 관한 예의다.


근데 왜? 왜 자유형만 홀로 '형(型)'일까?


배영은 누워서 하늘을 바라보며 헤엄치는 영법이다. 평영은 개구리처럼 양팔과 다리를 동시에 쓰고, 접영은 나비가 날갯짓하듯 몸을 물결치며 나아간다.


이 셋은 동작이 분명하고 형태가 또렷하다. 그래서 모두 '영(泳)' — 헤엄치는 방식이 곧 이름이 되었다.


그런데 자유형은 다르다. 정해진 동작이 없다. 규칙은 단 하나, 다른 영법이 아니면 된다.


그래서 자유형은 '형(型)' 이다. 헤엄치는 방법이 아니라, 선택의 방법. 자유롭게 고를 수 있는 형식. 규정에 얽매이지 않은 이름부터 자유롭다.




그렇다면 정말 자유롭게, 내 마음대로 하면 될까? 아무렇게나 팔을 휘두르고, 숨 쉬고 싶은 대로 쉬며 자유형이라고 우겨도 되는 걸까?


막상 물에 들어가 보면 그렇지 않다는 걸 곧 알게 된다.


몸이 흔들리지 않으려면 배꼽에 힘이 들어가야 한다. 힘을 '주면' 안 되고 힘이 '들어가야' 하는 난해함이 있다. 어깨가 아프지 않으려면 롤링이 필요하고, 앞으로 쭈욱 나아가려면 잡은 물을 뒤로 밀어내야 한다. 자유롭다고는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많은 조건이 숨어 있다.


ChatGPT Image 2026년 1월 14일 오후 01_21_21.png AI 생성 이미지 활용


마치, 내가 수영을 시작하게 된 것처럼.

처음에는 그냥 일상을 살아가는 게 목표였다.


뼈사진은 80대. 디스크는 하나도 남아있지 않음. 근육은 1도 없는 퇴행성 변형 허리디스크.


의사는 말했다.

"걷기도 무리가 되니, 물속 걷기나 수영이 제일 낫겠습니다."


보조기구 없이, 약물 없이, 통증 없이 하루를 보내보기 위해 물에 들어갔다.


자유영인지 자유형인지 생각할 겨를도 없었다. 발차기를 하면서 이게 맞는 건가. 일상을 살아보기 위해 이렇게 힘들어도 되는 건가 싶었다.


숨이 차고, 몸은 무겁고, 25미터가 이렇게 먼 거리였나 싶었다.


매일 더 나아져도 힘든데, 어느 날은 그 전날보다 더 힘들었다.


왜 오늘은 더 안 나가지?

왜 숨이 자꾸 급해질까?

왜 같은 동작인데 저 사람은 여유롭지?




질문들이 나를 살게 했다.


재활치료를 위해 물에 들어갔는데, 물 안에서 자꾸 궁금해졌다. 궁금하니까 찾아봤고, 찾아보며 흉내내다 보니 조금씩 수영이 늘었다. 질문이 해결되니 또 다른 것들이 궁금해졌다.


어느새 수영은 치료가 아니라 일상이 되었다. 아침에 눈을 뜨면 오늘 수영장 갈 생각부터 했다. 즐수(즐거운 수영), 행수(행복한 수영)가 없으면 하루가 허전했다. 오수완(오늘 수영 완료)을 마쳐야 비로소 하루가 마무리되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자유형은 자유롭다고 했지만, 가장 많은 것들이 그 안에 숨어 있다고 했다. 살아가는 것도 그렇다.


매일 수영을 하며 떠오른 질문들. 비전문가 수영인이 몸으로 부딪히고, 찾아보고, 직접 경험한 것들.


오늘도 물속에서 뭔가 궁금했던 분들에게

이제부터 엮어나갈 글이

그대의 '자유형'이 되어줄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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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