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lege와 정체성
그리핀도르는 용감하고 대담한,
슬리데린은 재간 넘치는,
레번클로는 현명하고 사려깊은,
후플푸프는 성실하고 진실된.
각 하우스마다 그들의 이미지가 있는 것처럼, 컬리지들 또한 그에 맞춰 떠오르는 이미지들이 있다.
예를 들어
Trinity는 수학, 너디함,
St. John's는 차가움, 돈 많음,
King's는 LGBTQ, 개방적.
등등...
예를 들어 나는 St. John's College 출신인데, 이 컬리지의 정체성 혹은 대중의 평가는 '차갑다'는 것. 하지만 돈 많고, 커다랗고, 예쁘다. 때문에 타 컬리지 사람들의 부러움을 살 수 있다.
이 글을 보면 내 모교가 싫어하겠지만 우리 컬리지는 전통과 유래가 깊고 올드머니인만큼 돈 많은 백인 남성들이 많이 와서 별명이 white boys' college이기도 하다. 슬리데린 바이브라고 보면 된다.
다 오피셜이 아닌 선입견일 뿐이지만 원래 경험은 다 주관적이고 상대적인 것이니 어쩔 수 없다.
호그와트보다 더 어썸한 건 거기서는 모자가 정체성을 골라주지만 케임브릿지에선 내 손으로 내 정체성을 고를 수 있다는 점이다.
앞서 말했듯 오피셜이 아니기에 컬리지가 호그와트만큼이나 강하게 개인의 정체성을 대변하진 않는다. 그러나 컬리지 특유의 분위기나 평판이 있는 것은 사실이고, 자기 손으로 컬리지를 고르는 것도 사실이다.
컬리지 사람들은 그곳을 집이라고 생각하는만큼 거의 자기 컬리지 안에서 생활한다. 같은 케임브릿지 학생이라 할지라도 타 컬리지 소속이면 출입을 제한하는 컬리지도 많다. 그러니 기본적인 케임브릿지의 경험이 컬리지와 밀접하게 연관되는 건 당연하다.
예를 들어 존스는 돈이 많다. 그러니 기숙사도 좋은 편이고, 장학금처럼 받을 수 있는 돈도 많고 시험기간엔 공짜 커피타임을 지정하는 등 복지도 좋다. 컬리지의 재정상태가 좋지 않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기숙사비와 전기세를 따로 내는 컬리지도 있다고 들었는데, 카더라인지는 모르겠다.
또, 컬리지가 넓고 그 사이로 강도 흘러서 작은 punt라고 부르는 나룻배를 빌려 물 위 나들이(punting)를 나갈 수도 있다. 펀팅은 강을 낀 컬리지(river college라고 부릅니다)들만의 특권이다. 강이 없으면 배를 못 띄우니까.
Backs라는 커다란 잔디밭에 누워 피크닉을 즐길 수도 있고, 컬리지 안에 있는 작은 방들을 빌려 공부 공간으로 사용할 수도 있다.
모두 다른 컬리지에서는 가능할 수도, 가능하지 않을 수도 있는 일들이다.
나도 3년을 이미 존스에서 보냈으니 존스가 타 컬리지에 비해 비교도 안될 정도로 편하다. 종종 다른 컬리지에 갔으면 다른 삶을 살았을 거라는 생각을 하는데, 상상하기 어렵다.
봄이 오면 펀팅에 가야 하고, 날이 풀리면 백스에서 피크닉을 해야할 것 같은데, 존스에 몸담은 사람이 아니라면 다르겠지. 펀팅 대신 우리 컬리지에는 없는 꽃 많은 가든에 갈수도, Jesus green같은 공원에 갈지도 모른다. 그런 기본적인 계절감마저 바꾸는 것이 컬리지라는 문화다.
이렇듯 소속 컬리지는 케임브릿지라는 대학 경험의 큰 비중을 차지한다.
컬리지는 정체성이자 집, 경험이며 케임브릿지의 핵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