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칭맘 그레이스의 육아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결혼 전 나는 노 키즈를 희망했다. 나에게 전적으로 의존하는 생명체와 관심과 에너지를 나누기에는 내가 너무 소중했던 것 같다. 지하철 옆자리에 아이와 나란히 앉게 되기라도 하면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 차라리 서서 가는 쪽을 택했던 시절이었으니까…
IMF 외환위기와 함께 서른이 넘은 어느 겨울의 끝자락, 드디어 난 첫 아이를 출산한다. 출산 후의 매일매일은 예사롭지 않은 낯선 일들에 직면하며 자아를 버리는 과정의 연속이었다. 지극히 개인적이고 나 중심적이던 신체가 양육자다운 몸으로 변해갔고 수면 패턴은 엉망이 돼버렸다. 익숙했던 모든 것들의 무너져 내림을 감내해야만 했다. 그 당시 그나마 내가 하루하루를 극복하듯 살아낼 수 있었던 것은, 때마침 발동 걸려 준 ‘모성애’ 덕분이었다.
큰 아이 생애 첫 3년 동안 본의 아니게 육아에 올인하게 된 나는 어느 순간 의욕 넘치는 ‘엄마’가 돼 있었다. 차츰 육아에 재미와 자신감이 붙어갔고 그즈음 둘째가 태어난다. 그렇게 3년 터울의 두 아이 엄마가 돼서 겪은 ‘난생처음 육아’! 그야말로 발견과 깨우침의 과정이었다. 어차피 내가 감당해야 할 일이라면 즐겁게, 똑똑한 육아를 해보자 맘먹고 달려온 지난 23년, 연구하듯 두 아이를 키웠던 꽤나 긴 여정이었다.
유별난 아이사랑과 열심으로 일관해온 나의 양육 스토리가 두 아이의 성취도와 맞물려 회자되면서, 지역사회에서 소소하게 강의도 하고 부모코칭수업도 하게 되었다. 이렇게 시작된 상담과 수업을 통해, 엄마들이 자녀양육을 곤혹스럽게 여기고 있으며 온갖 노력에도 불구하고 어느 시점에 가서는 아예 방향을 잃기도 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충격적이고 안타까운 일이었다. 이 때문이었을까? 점차 아픈 엄마들과 상처받은 아이들이 내 삶의 일부로 차오르기 시작했다.
올해 2월 작은 아이가 대학에 가면서 강제 종료된 육아! 바로 지금이 코로나 전국 속에서도 육아에 전심을 다하는 그러나 혼란에 빠진 후배 맘들에게 나의 육아 경험을 나눌 적기가 아닌가 싶다. 결혼과 출산,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자녀양육의 피할 수 없는 선택지에서 미숙함과 책임감으로 지칠 대로 지친 후배님들께 ‘유능하고 행복한 육아’가 가능하다는 희망을 전할 수 있다면….
육아전쟁을 방불케 하는 대한민국 사회에서 도를 넘는 경쟁을 치르느라 전전긍긍, 노력을 다 해 보지만 자신감을 잃은 엄마들!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이론이나 지식이 아닌 듯하다. 교육시장은 이미 양육서들로 차고 넘치지만 육아의 난경과 미궁 속에서 정체성마저 타격을 입은 맘들에게 속 시원한 해법을 내놓지는 못하고 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매뉴얼과 지침서보다 실천적 경험과 해낼 수 있다는 용기, 소통의 장이 아닐까?
굳이 내가 이렇게 나서게 된 것도 정보의 홍수 속에서 가급적 사교육에 의지하지 않고 주도적으로 자녀를 키우고 싶은 맘들에게, 그것은 해 볼만한 가치 있는 도전이라고 말해주며 격려하기 위해서다. 뿐만 아니라 그 도전의 과정이 충분히 즐거울 수 있고 그 과정에서 엄마와 아이 모두가 성장할 수 있다는 희망 섞인 진실을 전하기 위함이다.
‘세상에 생명보다 더 귀한 것은 없다’는 가르침대로 자녀양육이 얼마나 귀한 사명인지를 깨닫는 우리가 함께, 그저 부모 노릇에 머물지 않고 ‘부모가 되는 길’로 나아갈 수 있기를 꿈꿔본다. 누구나 다 하는, 그래서 자녀양육이 하찮거나 가볍게 다뤄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한 생명을 제대로 길러낸다는 책임의 무게를 절감하지만 의무가 아닌 사명으로, 일방적 희생이 아닌 함께 성장의 길로 나아가는 길을 모색해 보자.
미래의 희망은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지지 않는다. 실수와 실패로 점철된 지워버리고 싶은 과거로부터 비롯된다. 설사 지금까지의 육아가 낭패의 기록일지라도 오늘도 여전히 엄마인 내가 포기하지 않는 한 희망은 우리의 것이다. 시행착오와 실패를 딛고서도 성공 육아가 가능하다는 것을 기억하자. 육아는 엄마 혼자만의 일방통행이 아니다. 엄마만의 전적인 희생과 헌신이 아닌 아이와 엄마 간 상호작용의 힘이 작동되는 과정으로, 엄마-아이가 함께 성장의 기회를 잡으면 육아가 고된 것도 사실이나 보람과 즐거움 또한 충만하다.
혼자 감당하기에 분명 벅차고 고독한 싸움인 육아! 그러나 경험과 지혜를 함께 나누게 될 때 더 이상 우리는 혼자가 아니다. 아이를 품에 안았을 때의 감격과 기쁨, 그 첫사랑을 회복하자. 세상이 변화와 발전을 거듭해도 여전히 세상의 희망은 바로 ‘사람’. 그 사람을 사람답게 키우는 일에 힘을 다하는 당신은 바로 대한민국의 위대한 ‘엄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