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26일 금요일.
뉴욕 3대 재즈바 버드랜드. 우드베리 아울렛 브라이언트 파크 야외 공연. 장보기.
아침 일찍 일어나 간단하게 아침을 먹었다. 8시 30분에 호텔을 나왔다. 우드베리 아울렛으로 가는 버스를 타러 걸어갔다. 9시 출발 버스를 놓칠까 봐 달렸다. 서울에서 미국에 온 후, 쉴사이없이 걷고 또 걷는다. 딸은 엄마 피곤할 텐데 하면서도, 알차게 짜 놓은 하루 일정대로 움직인다. 이곳저곳, 이것저것 경험시켜 주고 싶은 딸이다. 우드베리 아울렛을 가기 위해 딸은 미리 버스표를 예매해 놓았다. 1시간 30분 동안 시골길을 달렸다. 하늘이 넓다. 높은 건물이 없다 보니 하늘도 넓은 바다처럼 광활하다. 버스가 달리는 고속도로 양옆, 하늘만큼 넓은 초록색 들판. 미국이라는 나라는 어찌 이리도 넓은가! 딸이 일할 연구실과 방, 아직 전혀 알 수 없는 상황, 그 걱정과 긴장을 싹 덮어주었다. 운동복, 가방, 코트, 운동화 매장을 돌아다녔다. 운동복을 입어 보고, 가방도 들어보고, 코트도 입었다 벗었다 했다. 할인을 한다지만, 나에게는 너무 비싸다. 딸도 이것저것 입어 보았지만, 맘에 맞는 것이 없단다. 나도 딸도 우리의 상황을 알기에 물건을 쉽게 구입하지 않는다. 가방 매장에 들렀을 때, 커다란 검은색 가방이 마음에 들었다. 딸은 내 마음을 알아챘다. 좀 비쌌지만 용기 내어 구입했다. 딸의 응원 덕분이다. 매장을 한 바퀴 다 돌고 나니 배가 고팠다. 아울렛에서 파는 도시락을 먹었다. 딸은 도시락 하나면 된다고 하나만 먹자고 했지만, 나는 부족할 것 같아 두 개를 사자고 했다. 딸이 한 말이 맞았다. 도시락 하나에 들어 있는 음식이 엄청 푸짐했다. 나는 음식을 버리기 아까워, 먹기 힘겨워도 꾸역꾸역 천천히 다 먹었다. 점심을 먹은 후, 다시 매장을 구경했다. 딸 손잡고 바쁘게 걸어 다녔다. 이런 시간을 또 언제 누릴지 모르기에, 행복한 감정을 쌓고 또 쌓았다. 푸르른 산속 아울렛, 나는 딸과 소풍 나온 기분이었다. 3시 30분, 뉴욕 맨해튼으로 다시 돌아가기 위해 버스에 올라탔다.
뉴욕거리에 도착하자, 딸은 내 손을 잡고 어디론가 들어간다. 뉴욕거리, 벽은 낡았고 주변도 그리 깨끗하지 않다. 문 앞에 서 있는 점원에게, 딸은 무언가를 보여주고 확인 받았다. 그리 호화스럽지 않은 문을 열고 들어갔다. 실내는 밖과 정말 달랐다. 뉴욕 3대 재즈바 중 한 곳, 버드랜드 재즈클럽 재즈바다. 오후 5시 30분, 안내를 받으며 들어갔다. 앞 무대 왼편 테이블로 안내를 해주었다. 엄마가 이런 분위기를 좋아할 것 같아서 예약했다는 딸. 황홀했다. 악기 연주하시는 분들이 정말 재미있게 분위기를 만들어 주셨다. 재즈 음악이 나를 고상하게 높여 주는 듯했다. 멍하니 음악을 들으며 연주자들에게 집중하는 나, 그런 내 모습을 연신 사진으로 담는 딸. 내가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며 더 행복해하는 딸. 나는 멋진 여자였다. 나도 재즈음악을 즐길 줄 아는 여자였다.
재즈바에서 밖으로 나오니 밤이다. 딸은 브라이언트 파크 야외 공연을 보러 가잔다. 또 걸었다. 도심에 자리 잡은 공원, 잔디 위에 돗자리를 깔고 앉은 사람들, 한여름밤의 더위를 음악으로 식히는 듯하다. 여유롭다. 어디를 가든지 사람들 모습이 여유롭다. 서두르는 모습을 아직 못 보았다. 우리는 깔고 앉을 돗자리가 없어 쇼핑백을 찢었다. 엉덩이만 살짝 대고 앉았다. 공연을 하는 사람들도, 보는 사람들도, 서로의 기분을 돕는 분위기다. 지친 삶을 격려하고 응원하는 분위기. 그 속에서 나도 응원의 울림을 듣는 듯했다.
공연이 끝나기 전, 나와 딸은 경쾌한 발걸음으로 마트에 갔다. 다음날 아침에 먹을 채소와 과일을 샀다. 숙소로 돌아오니 딸은 노트북을 켠다. 나 먼저 씻고 얼른 쉬란다. 합격소식이 있기를 기도하며 샤워를 했다. 오늘도 걱정을 잡고 있지 않았다. 새로운 경험을 하느라 걱정을 잊었다. 내가 걱정한다 해도 해결될 일이 아니었느니, 쓸데없는 걱정을 몰아내 준 것이 얼마나 감사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