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리는 친구, 용기는 베스트프렌드

by 수수


나는 학급 아이들과 대화하는 것을 참 좋아했다. 아이들에게 수시로 다가가 말을 걸었다. 교사가 아이들에게 먼저 다가가면 아이들이 교사를 우습게 생각한다는 말을 들은 적도 있었다. 내가 아이들과 너무 거리 감 없이 가깝게 지내는 모습을 지켜보던 어떤 선생님이 해준 말이었다. 오래전 이야기다. 그래도 난 그런 말이 아무렇지 않았다. 학급 아이들은 늘 내 자녀처럼 친근한 느낌이었다. 나는 아이들에게 묻고 또 물었다. 궁금한 것이 정말 많았다.

무언가 하고 있는 아이에게는 “재미있겠다. 어떻게 하는 거야?”라고 묻으면, 그 아이가 대답해 주었다. 나는 그렇게 아이가 나에게 말해주는 것이 좋았다.

“선생님도 해 보실래요?”라며 나를 바라볼 때, 나를 선생님이라고 불러 주는 아이가 사랑스러웠다.

“누구 나랑 공기놀이 할 사람.” 나는 아이들이 나에게 다가오게 할 방법을 알고 있었다.

“저요. 저랑 같이 해요.” 공기를 하며 아이들과 소소한 대화를 할 때, 나는 행복했다.

“여기 실뜨기 줄 있는데 같이 할 사람 누구?”

“저요. 우리 같이 해요.” 나는 실뜨기 놀이를 하며 대화를 하는 것이 좋았다. 마치 친구 사이처럼 나도 어린아이가 되어 있는 느낌이었다.

나는 아이들과 대화하는 것이 참 좋다. 틈이 날 때마다 아이들에게 다가가는 이유였다. 아이들 생각을 듣노라면 나도 아이처럼 맑아지는 기분이 들었다. 친해지기 시작하면 아이들은 용기 내어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동화책을 읽는 것처럼 이야기가 줄줄 나왔다. 자연스럽게 말을 하는 아이들, 학급 아이들이 활발해지도록 친밀한 관계를 맺어가는 이유였다.

공부 시간에 스스로 발표를 하는 아이는 몇 명 정해져 있는 경우가 많았다. 다른 아이들은 순서가 되었을 때 억지로 하거나 그마저도 하지 않겠다고 웅크리기도 했다. 모두가 활발하게 발표하면 좋겠어서, 나는 아이들과 친밀해지기로 했던 거다. 교실 안에서 수시로 아무 때나 말할 수 있는 기회를 갖도록 한 이유다. 공부 시간에 아이들 곁을 한 명 한 명 지나가면서 대답하기 쉬운 것부터 묻곤 했다. 늘 수줍어하는 아이에게는 대답하기 편한 걸로 묻고 반응해 주었다.

“아, 그렇게 생각했구나! 그렇게 생각한 이유가 있을 텐데, 궁금하다.” 나는 정말 궁금한 표정을 지으며 아이를 바라보았다. 그러면 수줍어하던 아이는 작은 목소리로 나에게만 말해주었다. 수업시간에 발표하는 것을 힘들어하는 아이들과 대화할 기회를 찾는 건 어렵지 않았다. 점심시간이나 쉬는 시간에 놀이도구를 가지고 가거나, 무언가 하고 있으면 옆에 가서 묻고 들으면 되었다. 고학년이든, 저학년이든, 아이들은 자신에게 긍정의 반응을 하면 학급 안에서 더 활발해졌다. 나는 50대 초반까지도 6학년 남자아이들과 점심시간에 축구를 같이 하기도 했다. 그 아이들과 소통하기 위한 방법이었다.

아이들과 친밀해지고 나면 수업시간 아이들 활동 모습이 더욱 활발해졌다. 여기저기서 서로 발표하겠다고 손을 들었다. 아무 말없이 다른 아이들 발표하는 모습만 바라보던 아이들도 손을 쑥쑥 들었다. 나는 아이들이 발표를 하기만 하면 그 내용을 충분히 칭찬해 주었다. 발표한 내용이 발문 한 내용과 좀 다를 경우에도 마찬가지였다.

“와, 거기까지도 생각했구나! 그런 생각도 했네.”

“그 내용은 우리가 공부하는 것과는 좀 다른 분야이긴 하지만, 그런 쪽도 생각해 볼 수 있겠네. 용기 내어 말해줘서 고마워.”

아이들이 발표를 했을 때, 더 큰 용기를 낼 수 있도록 반응해 주려고 노력했다. 교사의 한 마디가 아이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는지 알기 때문이었다.

“선생님, 저 책 읽은 내용 말할게요.”

4학년 남자아이, 성진이가 쉬는 시간에 내 앞으로 다가와서 말했다.

“그래, 읽은 내용을 성진이 삶에 어떻게 적용할 지도 생각한 거지?”

성진이는 읽은 책 내용을 요약하여 말했다. 감동받은 부분을 중심으로 다시 말했다. 그 감동받은 부분을 자신의 삶에 어떻게 적용할 지도 말했다. 왜 그렇게 적용하려고 하는지도.

쉬는 시간이 되면 성진이뿐만 아니라 처음에는 책 읽는 게 싫다며 읽지 않던 아이들도 서로 먼저 말하겠다고 나오곤 했다. 친밀한 관계가 되고 난 후 변화된 모습이었다. 친구들과 말이 없던 아이가 말을 하고, 발표를 하지 않던 아이가 수업 시간마다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싶다며 손을 번쩍 들었다. 용기가 생긴 모습이었다.

“책을 읽고 말로 대화를 했잖아요. 이제 글로 정리한 후에 말할게요. 그러면 더 논리 있게 말할 수 있어요.” 아이들은 작은 독서 공책에 문장으로 썼다. 책을 읽고 난 후, 내용과 감동받은 부분과 왜 감동을 받았는지, 자신의 삶에 어떻게 적용할지, 왜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 이유를 구체적으로 썼다.

아이들과 대화를 자주 많이 할 때, 아이들 학교생활 모습도 달라진다는 걸 경험했다. 급하게 질러대듯이 하던 말투가 좀 더 느긋해졌다. 자신이 한 행동에 대해 상대방이 이해하도록 차분하게 말했다. 갈등이 생겼을 때도 자신의 상황이나 감정을 논리 있게 말하도록 이끌어 주었다. 아이들은 자신을 진솔하게 표현하려는 용기를 냈다.

나는 가르치면서 그 방법을 내 삶에도 적용했다. 다른 사람들 앞에서 내 생각을 논리 있게 말하지 못했던 나였다. 용기가 없었다. 무엇부터 말해야 할지 마음이 두렵기만 했었다. 내가 아이들에게 용기를 갖고 논리 있게 말하는 연습을 하자고 할 때, 그 말은 동시에 나에게도 하는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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