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필로그 ] 힘들지만 값진 시간으로 기억될 오늘
에필로그
어떤 질명이든 처음에 마주했을 때 당황스럽고 겁부터 난다. 심지어 그 질환이 내 아이게 진단 됐다면 좌절 그 자체다. 눈으로 보이는 상처를 치료하는 것은 눈으로 경과를 확인이 가능하다. 그러나 눈에 보이지 않는 질병을 오랜 기간 치료를 해야 한다고 하면 막막하다.
어린 모모가 ADHD 의심 증상이 있을 때부터 정확한 진단을 받을 수 있는 학령기가 될 때까지 기다리는 시간은 정말 고문이었다. 의심 증상이 있지만 하루하루 검진할 수 있는 나이가 다가오는 것도 숨이 쉬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결과가 두려워서 검진을 하지 않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동안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아이의 부족한 발달 부분을 채우는 것이었다. 소근육 대근육 발달이 늦고 각성이 높은 모모는 감각치료를 3년 정도 받았다. 그 덕분에 오감이 예민했던 모모는 유치원이나 학교에서 다른 친구들과 닿으면서 함께 활동할 수 있을 정도로 효과가 있고 여러 가지 행동들이 소거가 됐다. 이런 치료들은 1회성으로 효과를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혹자는 그 치료를 해서 나아졌는지 시간이 지나 자연히 나아졌는지 어떻게 아냐고 의구심을 갖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3년 동안 쉬지 않고 일주일에 주 3회를 하면서 나는 아이의 주양육자로 밀착해서 비교했을 때 분명 도움을 받았다는 확신이 있다. 그래서 많은 비용과 시간이 들었지만 후회하지 않는다. 그리고 학령기가 되어 ADHD 진단을 받았을 때 모모의 주치의에게도 센터에 다닌 이력과 경과를 알려드렸고 지속적으로 치료를 받을 것을 권유받았다. 의사 선생님께서는 해외에서도 우리나라에서도 유의미한 효과를 발휘하는 논문과 경과가 증명이 된다고 설명해 주신 부분이기도 하다. 또 하나는 친정엄마는 모모와 비슷한 증상들을 60이 넘으신 지금까지 불편을 호소하신다. 나는 그런 엄마는 어렸을 때부터 보아 왔기에 그것이 얼마나 일상의 질을 떨어 트리는 일인지 알고 있다. 두렵지만 지속적으로 관찰하고 조기 치료에 들어갔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이제는 모모는 단체로 운동을 하면서 하는 고학년 그룹 속에 들어가서 운동을 통한 치료를 받고 있다. 그리고 앞으로도 오랫동안 치료받을 놀이치료와 심리치료를 지속적으로 받고 있다. 어쩔 수 없이 부정적인 피드백이나 언어를 많이 듣게 되는 아이의 마음과 정서를 달래 주기 위해서이다. 물론 집에서도 그런 아이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밤에는 꼭 모모아빠와 제가 돌아가면서 책을 읽어준다. 책을 읽어주고 잘 때까지 함께 있는 시간에 아이는 편안하고 안정적인 느낌을 갖게 되는 것 같다. 그때 낮에는 하지 않았던 학교이야기나 친구의 이야기나 자신의 속마음을 이야기한다. 그럴 때 우리도 무슨 이야기가 나올지 예상할 수는 없지만 함께 대화하는 시간이 값지고 소중하다.
앞으로 모모에게도 사춘기가 오고 여러 변화와 성장을 겪겠지만 아이를 키우면서 11년 동안 다져진 여러 경험들은 또 다른 변화에 대처하고 이겨내는 밑바탕이 되고 힘이 될 것을 안다. 나는 이것을 알아차리는데 5년 정도가 걸렸다. 그전에는 왜 나의 아이에게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낙담했고 세상의 모든 것들에 대한 흥미를 잃었으며 점점 우울의 늪에 빠졌다. 번 아웃이 오고 우울을 늪이 빠지고 나서야 이렇게 해서는 모모나 우리 가족 모모에게 좋을 것이 하나 없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그러나 그것을 느꼈을 때는 이미 난 우울의 늪에서 홀로 빠져나올 힘이 다 빠진 상태였기 때문에 주양육자인 나도 전문가의 도움과 약을 도움을 받아야 했다. 아직도 나는 우울증 약을 복용하고 있지만 덕분에 아이와 감정이 격해지고 부딪히는 일이 훨씬 줄었다. 내 자식이었지만 이해하지 못할 행동들을 하고 오는 아이가 미웠을 때도 있었지만 지금은 누구보다 내 아이를 내가 잘 알고 아이와의 관계가 엄청 좋아졌다. 20부짜리로 우리의 11년의 애씀과 노력을 다 설명할 수 없지만 분명한 것은 누구에게도 말하기 힘든 내 아이의 ADHD에 대해 이야기하는 용기를 얻었고, 이게 내 아이와 나의 잘 못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세상을 당당하고 현명하게 지낼 수 있는 힘을 얻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동이 트기 전에 새벽이 가장 어둡듯이 우리의 인생에는 어두운 밤도 내려앉고 그 밤은 쨍한 햇볕보다 오래가는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어둠의 끝은 반듯이 있고 햇볕이 쨍한 아침은 기필코 온다. 오늘도 발달장애나 ADHD아이를 키우며 한숨짓고 있는 엄마들이 있다면 우리 가족의 이 이야기가 오늘을 살아가는 힘이 되었으면 좋겠다. 언제 증상들이 말끔히 사라지고 내가 이 어둠에서 벗어나는 것인지 궁금해하면서 또 다른 골든 타임을 놓치지 말고 제일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을 아이의 손의 잡고 같이 걸어가 보자. ADHD가 있건 없건 모든 아이들은 자신만의 고유한 특성과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질병의 이름에 갇혀서 아이가 하는 언행들을 선입견을 두고 보기 시작하면 헤어 나오지 못할 늪에 빠지게 된다. 내 아이만 특이하거나 이해가 안 될 때는 아이 학교에 자주 가서 보자. 엄마의 현미경처럼 확대해서 본 아이의 행동이 문제가 아니라 보편적으로 아이들이 가질 수 있는 장난이나 미숙함을 생각지 않고 모두 질병 때문이라는 생각은 아주 무서운 일이다.
전문가와 상의하고 조언에 따라 아이에게 맞는 약을 찾아 복용을 하고 약으로도 커버되지 않는 부분은 어쩔 수 없이 부모가 채워주어야 한다. 부모 공부도 필요하고 부모도 치료가 필요하다. 아이와 함께 맞서고 함께 익히고 함께 인내하는 시간은 매우 값지다. 나는 ADHD라는 질병 덕분에 내 아이를 더 깊이 들여다보고 알아갈 수 있었다. 그리고 힘들었지만 부모는 무엇인지 가족은 어떤 의미를 갖는지를 깨달았다. 오늘도 ADHD 아이들이 겪는 일들은 힘들고 이해도 안 될 수 있지만 아이는 매일 성장한다. 우리가 해줄 수 있는 최고는 내 아이를 믿으며 두 손을 꼭 잡고 시간 속을 함께 걸어가는 것이다.
이미지 출처: pixel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