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으로 보는 영화

<재난 영화 속 기후 환경 빼먹기>를 읽고

by 뚱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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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 영화 속 기후 환경 빼먹기

✍️루카 지음

�도서출판 글씨앗


★영화는 영화일 뿐, 하지만 함께라면


▶영화광의 관람법

나는 왓챠피디아 전체 사용자 중 상위 0.03%에 드는 영화광이다. 이렇게 많은 영화를 볼 수 있는 비결은 작품에 완벽히 몰입하기보다는 적당한 거리를 두고 관조하는 것이다. 지나친 몰입을 피해 나를 지키기 위한 일종의 방책인 셈이다. 영화 속 설정을 완벽히 이해하려고 애쓰기보단 적당히 '작품 내 설정'으로 치부하고 넘어갈 때도 많다. 마치 판타지 소설을 읽을 때처럼 말이다. 공부하듯 하는 건 뭐가 됐든 재미를 못 느끼기 때문에 오랜 시간 영화를 보면서 인이 박힌 습관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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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모였다 하면 중력과 블랙홀에 대해 이야기하게 만들던 <인터스텔라>를 볼 때도 아는 척 이해한 척 하기보단, 음 그래 그런가 보다 했고 <투모로우>를 볼 땐 급속 빙하기니 뭐니 그래 영화니까 그럴 수 있지! 하면서 봤다. 한파에 집기를 태워가며 버티려는 장면을 볼 땐 '저러다 연기에 질식해서 먼저 죽는 거 아닌가?' 하는 현실적 의문이 들 때도 있지만 그마저도 그냥 그렇게 넘어가 버렸다. <옥자>를 볼 때도 GMO나 생명공학에 대해 깊게 생각해 보기보다는 악당들이 꼭 짱구 극장판 악당 같다는 생각을 하며 봤다.


▶과학으로 다시 보기

<재난영화 속 기후환경 빼먹기>는 내가 '설정'이라고 넘긴 것들을 다시 생각해 보게 한다. 영화 속 장면들이 실현 가능한 것인지, 어떤 이론을 바탕에서 나온 배경인지 친절하게 알려준다.

과학 분야에 관심이 많은 어린 조카의 질문에 이과 학도인 삼촌이 답해주는 형식이기 때문에 어린 조카의 눈높이에 맞춘 설명이 이어진다. 삼촌이 업그레이드된 겨울왕국이라며 <투모로우>를 권해주고 영화를 보고 함께 이야기하는 방식이다. 영화 속 장면에서 시작해 폴라 볼텍스 같은 과학 개념으로 조카의 질문을 따라 점점 확장해나간다.

책을 아우르는 전체 구조가 영화 장면에서 질문과 과학 이론으로 이어지고 여기서 다시 확장해나가는 방식이다. 이와 같은 방식으로 <2012>, <인터스텔라>, <해프닝>, <라스트 오브 어스> 등 다양한 재난 영화를 통해 판게아의 부활, 식물의 반격, 미생물의 진화 같은 주제들을 다룬다.


▶하지만 내겐 여전히 어렵다

솔직히 청소년 추천도서임에도 불구하고 책의 내용 중 상당 부분을 이해하기 어려웠다. 분명 쉽게 설명하고 있구나 하고 생각하면서도 전형적인 문과라서인지 과학 용어가 담긴 설명은 눈앞에서 빙글빙글 돌았다. 책을 읽으면서 영화 속 장면들이 떠오르지만 여전히 '이해는 개뿔'! 그냥 아, 그렇구나에 머무르긴 한다.


나의 결론은

역시 영화는 영화일 뿐. 공부하지 말자. 소화하는 데까지 보고 억지로 공부하진 말자.


▶실패한 책 읽기?!

그렇다면 내게 이 책은 실패한 책일까?

그게 아니라 이 책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해서인 것 같다.

내가 읽기에 이 책은 혼자 읽는 책이 아니다. 나와 같이 과학을 어려워하는 사람이 혼자서 읽어낼 수 있는 책은 아닌 것 같다.


이 책의 형식이 보여주듯 '대화'의 시작점으로 삼으면 좋을 책이다.


함께 책 속에 나오는 영화를 보고 나서 "그 장면 어땠어?" "진짜 가능할까?" 하고 이야기 나누면서 책 속에 담긴 이론들을 함께 나누며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학교 영화 동아리, 또래 모임, 부모님과 자녀가 함께, 선생님과 학생이 함께... 이렇게 함께 읽어나가면 더욱 가치 있을 책이다.


나처럼 혼자 읽으면 과학 이론과 개념 앞에서 좌절할 수도 있다. 하지만 누군가와 함께 읽으며 '난 여기가 이해 안 돼', ' 나 이렇게 생각했는데?' 하며 읽는다면 책이 담고 있는 내용 이상으로 풍성해질 것이다.


완벽히 이해 못 해도 괜찮지 않을까? 질문하고 대화하는 그 과정 자체가 의미가 있으니까.


나는 이후로도 영화를 볼 때, 특히 공상과학 영화나 재난 영화를 볼 때 이해 안 되는 장면을 굳이 찾아가며 이해하려고 애쓰지는 않을 거다. 그게 내 관람법이니까.


하지만 <투모로우>를 누군가와 함께 다시 보게 된다면 "저기 저 장면 책에서 읽었는데 말이야..." 하면서 대화의 물꼬는 틀 수 있을 것 같다. 완벽히 이해는 못 해도 그 정도면 괜찮지 않을까?


영화는 여전히 재미있을 거고 함께 보면 더 풍성한 감상을 나눌 수 있다. 이 책을 비롯한 빼먹기 시리즈는 모두 그 함께를 위한 훌륭한 매개가 될 것 같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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