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중 가장 아픈 상처를 골라낼 수 있을까...

구병모 작가의 절창을 읽고

by 뚱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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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창

✍️구병모 지음

�문학동네

구병모의 "절창"을 처음 보았을 때, 제목의 뜻을 알기 전에는 ‘잘린 창’을 떠올렸다. 표지 이미지 속 갈라진 창 사이로 보이는 풍경은 과연 진실일까, 왜곡된 모습일까. 들여다본다는 행위 자체가 이미 불완전한 인식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독파 챌린지에 참여하면서 제목의 뜻이 ‘베인 상처’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이 소설에서 말하는 상처는 무엇일까, 그 상처를 ‘읽는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궁금해졌다.

소설 속 ‘아가씨’는 상처에 손을 대면 타인의 기억과 감정을 읽어낼 수 있는 능력을 지녔다. 상처 속에서 '남'을 읽는 능력은 선물일까, 저주일까. 정말 필요한 순간이 분명 있을지도 모르지만 나라면 그 능력을 사용하지 못했을 것 같다. 피가 무섭기도 하고, 피 묻은 상처를 만지며 누군가의 내면을 들여다본다는 행위 자체가 오해받기 쉬운 일이기 때문이다. 생각해 보라, 피가 흐르는 상처를 치료하는 게 아니라 만지고 있다면 실로 변태스러워 보일 거다. 실제로 그런 능력을 지녔다면 그것은 초능력이라기보다 고립을 부르는 짐에 가까울지도 모르겠다.

나는 희극보다 비극에 끌리는 편인데 "절창"은 그 비극성을 끝까지 밀어붙이는 이야기다. 소설 속 세계는 오해와 오독으로 가득하지만 화해의 서사를 쉽게 내어주지도 않는다. 어쩌면 이 소설이 말하는 상처는 이미 굳어버려 화해라는 말조차 닿지 않는 종류의 것일지도 모른다.

이 작품을 읽으며 계속 곱씹게 된 질문은 ‘읽기란 무엇인가’였다. 상처로 사람을 읽는 것과, 책이나 텍스트를 읽는 것 사이에는 몰입할수록 더 생생해진다는 점에서 묘한 유사성이 있다.

상처를 읽을 때 그것이 내 감정이 아니라고 선을 긋는다면 관찰자의 위치에 머무를 수 있을 것이다. 마치 무대 위의 제4의 벽처럼, 현실의 나와 내가 읽고 있는 세계를 분리하는 것이다.

하지만 어느 순간 작품 속 인물과 공명하며 감정이 밀려들 때가 있다. 상처를 만지며 떠오르는 기억과 감정을 완전히 떨쳐내기 어려운 것처럼, 독서 역시 결코 안전한 거리만을 허락하지는 않는다.

완독 후 다시 제목을 떠올려본다. 벌어진 상처를 통해 들여다보는 것과 잘린 창을 통해 들여다보는 것은 어떻게 다를까. 상처에 손을 대고 읽어낸 기억과 감정은 과연 누구의 것일까.

작중에서 아가씨는 처음부터 독서 교사가 누구인지 알고 있었지만 침묵한다. 기타 선생님이 절명의 순간에 떠올릴 만큼 소중히 여겼던 인물이라는 사실을 이미 읽어냈기 때문일 것 같다. 또 다른 희생자가 나오길 원하진 않았을 것 같고, 그 손에 보복을 당하건 아니면 또 다른 구원을 받건 어떤 희망을 가졌을 것 같다.

서재 책장 사이에 숨겨진 작은 금고를 보면서도 무엇이 들어 있을지 보다, 왜 하필 그 자리에 있었는지가 더 궁금했다. 아가씨가 누군가의 손을 빌려 도망치려 했다는 것과 자신을 증오하는 마음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안 보스가, (끝내 그의 진심은 알 수 없지만) 어쩌면 아가씨의 손에 들릴 그 총으로 자신의 삶을 끝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싶다.

나를 읽어달라던 보스의 마지막에 아가씨는 무엇을 읽었을까.

끝내 아가씨를 보내주지 않으려던 보스가 마지막에 한 선택은 무엇을 의미할까.

이야기의 큰 틀만 본다면 19딱지가 붙은, 어느 조직의 보스와 폭력과 환경에 길들여지다 자유를 갈구하는 여자를 주인공으로 한 웹 소설과 다르지 않은데, 절창은 왜 다른 느낌일까.

이야기를 풀어내는 촘촘한 얼개와 감정, 꽉 들어찬 문장이 놓아주지 않아서인 것 같다.

여러 인물이 등장하지만, 아가씨의 시점에서 ‘오언’만이 이름으로 불리는 것 또한 인상적이다. 아가씨의 삶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존재이자, 한 단어로 규정하기 어려운 감정이 겹겹이 얽힌 관계이기 때문일 것이다.

예능 프로 중 밸런스 게임에서 홀딱 벗고 생활하기 vs 모든 사생활 공개하기를 선택하는 질문이 나온 적 있었는데 지금 생각해도 선택하기 어려운 문제다. 내 모든 감정과 생각, 하는 행동을 누가 읽을 수 있다면 너무 힘들 거 같다. 반대로 내가 누군가의 머릿속과 마음을 읽을 수 있다면 그건 그것대로 지옥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 소설에는 많은 상처와 상흔이 보인다. 그중 가장 아픈 상처를 골라낼 수 있을까?

�️독파 앰배서더 8기로 도서를 제공받아, 독파챌린지에 참여하여 작성한 주관적인 글입니다.

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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