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행복을 구워냅니다"를 읽고
-오늘도 행복을 구워냅니다
-김나을 지음
- 한끼, 오팬하우스 펴냄
할머니집, 시골, 빵냄새, 카페, 위로, 손님, 이웃...
참 익숙한 조합이다. 음식과 시골을 소재로 한 영화 "3일의 휴가"나 "리틀 포레스트"가 떠오르지 않나?
"오늘도 행복을 구워냅니다"도 두번째 페이지를 읽을 때까지는 그런 익숙한 전개이겠거니 했다. 창 밖의 풍경을 내다보던 유운이 현관문을 여는 모습이나 카페 안의 풍경을 묘사하는 모습을 읽을 때까지는 아, 아는 이야기처럼 이어지겠구나 생각했다.
유운에게서 지쳐있던 자신의 모습을 보고, 내기를 걸어 딸기 농장 일을 시키기도 하고 곁에서 다독여 주는 윤오, 각자의 이유로 삶의 방향을 바꾼 사람들, 카페를 찾는 노인들과 따뜻한 대화. 이렇게만 적어놓으면 역시나 그래 아는 얘기네 싶다.
하지만 꽤 많은 분량에도 불구하고 손에서 내려놓지 않게 하는 매력이 있는 책이었다. 옮겨 담기에 너무나 많은 공감가는 문장과 카페안에 가득한 향과 따뜻한 대화가 위로를 느끼게 해주는 책이다.
"하루하루는 긴데, 모아두고 보면 금방 지나가는 것 같아요.", "네가 하고 싶은 것이 그거면 그냥 계속해.", ""지금껏 난 끝이 정해진 일들만 해왔는데 처음으로 내가 끝을 정할 수 있는 일을 하게 됐다고 생각했어."...
멋들어지게 만들어낸 문장이 아니라 그냥 누구나 살다가 한번쯤 하게 되는, 할 것 같은 그런 말들.
특별하지 않은 사람들이 모여서 만드는 관계를 또 특별하게 포장하지 않는 것. 입맛에 딱 맞는 디저트를 발견한 것 같은 느낌이랄까.
매일 오던 사람이 안 보이면 괜히 신경 쓰이고, 서로 깊은 이야기를 나누진 않아도 그냥 알 것 같은 마음, 조금씩 열어보이면서 서로를 더 깊게 이해하게 되는 그냥 보통 사람들이 모이는 동네 카페에 조금 오래 앉아 있다가 나온 것 같다.
우연찮게 다정한 사장님의 찌질해 보이는 첫사랑도 만나보고 말이다. 거절하고 난 후에 찾아오는 후회도, 괜스레 지금 그 사람 옆에 있는 사람을 궁금해 하는 마음도 찌질하긴 하지만 이것도 누구나 한번쯤은 겪는 일이니까. 버스 떠난 다음에 손 흔드는 짓은 바보 같긴 하지만 세워보려고 노력은 한 거지 않나. 다음엔 빈자리 많은 다른 버스가 올 거다.
책을 읽으면서 가장 많이 떠오른 사람은 작년 봄까지 주말 오후마다 함께 책을 들고 동네 카페 투어를 함께 해주던 딸아이다. 나가기 귀찮다고 투덜대면서도 맛있는 디저트 사준다고 꼬시는 엄마말에 못 이기는 척 같이 나가서 놀아주던 우리 딸.
언젠가 엄마가 곁에 없을 때, 엄마랑 함께 읽던 책이랑 차 향기, 고소한 빵 내음이 떠오르면 좋겠다. 그리고 사는 게 때로 고단하기도 하겠지만 다른 이의 속도에 굳이 억지로 맞추려고 너무 애쓰지 말라고, 잠깐 벗어나서 죄책감이 느껴질만큼 달콤한 걸 먹으며 한숨 돌려보아도 좋다고. 너의 행복이 가장 중요하다고. 괜찮지 않아도 되니까, 그 순간을 어떻게 채울지는 네가 선택하면서 살아가라고 해주고 싶다.
겨울날 참 잘 어울리는 책이다. 눈 내리는 날의 고요함과도 닮았고, 빵을 구워낸 오븐의 온기와도 닮아 마음을 녹여주는 작품이다.
✨출판사의 서평단에 참여하여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