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스함이 어린 디스토피아를 만나볼 수 있기를

조예은 작가의 치즈 이야기를 읽고

by 뚱이
1.png



�치즈 이야기

✍️조예은 지음

�문학동네




띠지를 벗겨낸 표지에 참 맛없어 보이는 치즈가 있다.


치즈라기보다는 오래된 메모리폼 베개 껍질을 벗겨낸 것처럼 퀘퀘하고 불쾌한 느낌이다.

내게 "치즈 이야기"의 첫인상은 이렇게 퀘퀘하고 쿰쿰한 느낌이었다.


조예은 작가의 만조를 기다리며, 테디 베어는 죽지 않아 등을 먼저 만나보았던 터라 조금은 마음의 준비를 하고 읽기 시작했다.



목차를 보고 일곱 편의 단편 중 제일 먼저 눈에 띈 작품은 '보증금 돌려받기'였다. 세속에 찌든 탓일까. 가장 현실적으로 보이는 제목이었다.


'보증금 돌려받기'를 읽으면서 내가 저 상황의 주인공이었다면? 하는 가정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어쩌면 내 이야기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아서 일곱 편 중 가장 현실적으로 보였던 작품이다.



가장 강렬했던 건 역시 표제작인 '치즈 이야기'였다.

갓 태어난 새끼들이 생존과 번식을 위해 어미의 살을 뜯어먹는 장면을 본 적 있는가. 자연의 섭리라지만 참 불편하고 보기 어려운 모습인데 '치즈 이야기'는 그보다도 훨씬 더 불편했다.


상상하는 내 머릿속을 멈추고 싶은데 활자를 따라가는 동안 내 머릿속에는 숙성되고 있는 커다란 치즈 덩어리가 자리를 넓혀가고 있었다.


안 본 눈 삽니다라는 말이 왜 나오는지 이해가 가는 작품이었지만 멈추지 않고 끝까지 읽었다. 일본 영화 '아무도 모른다'가 떠올라서인지 방구석에 방치되었던 아이가 자라나, 끝내 잊지 못하던 치즈향을 방구석에서 찾아내 뜯어먹는 행위에서 느껴지는 배덕감이 너무나 컸다.




엄마와 아빠는 각기 일 인분의 사랑을 준비했다. - p.88 '수선화에 스치는 바람'

책을 덮고도 계속 맴돌던 문장이다.

아빠가 사망한 후 아이들에게 하나의 선물만을 주고 선택하도록 하는 엄마의 모습이 섬뜩했고 자꾸만 생각났다.

일 인분의 사랑.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조예은의 소설은 불편하다.

표지부터 내용까지 편안하게 읽히는 게 하나도 없었다.

하지만 그 불편함이 책을 덮고 나서도 계속 따라다니는 듯하다.


딸아이가 조예은 작가의 책을 먼저 여러 편 읽어서 이 책을 함께 읽고 이야기를 해볼 수 있었다. 무한한 상상력을 발휘하게 하는 신랄한 현실 비판에 혀를 내두르니 트로피컬 나이트와 칵테일 러브 좀비도 읽어보라고 한다. 딸애가 조예은 작가의 책을 좋아해서 스노볼 드라이브부터 비교적 최근작까지 여러 작품을 가지고 있어서 하나씩 빌려볼 수 있다.


어찌 보면 경계선에서 살아가고 있는 이들의 갈등 어린 순간과 욕망을 날카롭게 펼쳐내고 있는 조예은 작가는 어떤 삶을 살아온 걸까?


조예은 작가가 만들어낸 디스토피아에 따스함이 어린 작품도 찾아 읽어보고 싶다.



�️독파 앰배서더 8기로 도서를 제공받아, 독파챌린지에 참여하여 작성한 주관적인 글입니다.





금요일 연재
이전 12화그 중 가장 아픈 상처를 골라낼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