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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소장 Sep 23. 2022

창문과 빛에 대해

건축가의 수필

건축에서 창은 풍경과 빛을 만드는 장치다. 창문은 외벽에 표정을 만들어 외관의 특징을 결정짓는다. 또한 밖으로 보이는 풍경과 실내로 유입되는 빛을 조절하면서 내부공간의 분위기를 결정짓는 요소기도 하다.


조금 과하게 말하면, 내 외부의 전반적인 분위기, 공간감과 외관의 이미지를 결정하는 마스터 키가 창문을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있다. 흔히 건축가의 도면과 업자의 도면을 구분하는 기준도 창문이다.

건축가가 작업한 도면엔 창의 크기와 위치, 비율, 높낮이가 매우 정교하게 설계되어있다. 건축가는 설계를 하면서 창문 하나하나에서 들어오는 빛과 바깥 풍경에 대해 예민하게 따져보고, 그 결과 만들어지는 외관의 느낌과 내부공간의 분위기를 반복적으로 피드백한다. 


그래서 도면에 그려진 창문은 논리적이며 기술적인 정보라고 볼수 있지만 다른 한편으론 매우 정서적이고 감성적인 정보라고 봐야 하는 것이다. 창문의 치수가 규격과 사이즈, 길이등의 실제적 정보를 제공한다면,숫자 바깥에 존재하는 창문의 분위기는 집의 감성적 정보라고 할수 있다. 창의 크기와 위치에 따라 내부공간의 표정이 달라지고 배치되는 살림살이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평면도로 파악할수 없는 창문의 정보는 높이다. 창이 바닥에서 얼마나 떨어져서 시작하는지, 어느 높이까지 창인지는 알수가 없다. 이 부분은 직접 방에 들어가 실측을 하거나 상세하게 표현된 입면도나 단면도를 통해 알수 있다. 높이가 중요한 이유는 방에 넣을 가구나 살림살이의 높이가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또한 사람의 눈높이에 따라 보이는 바깥 풍경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제대로 된 설계과정에는, 거주자들 각각의 신장과 눈높이까지 고려해야 한다. 높은 가구를 낮은창에 놓게 되면 창밖으로 가구가 노출되어 보기에 안좋고, 내부에서도 창이 가구밑에 위치하게 되어 분위기가 깨진다. 또 창이 너무 높게 위치하면서 창밑 벽이 높게 올라가게 되면 방의 중심이 전체적으로 아래에 위치하게 되어 전체적으로 무거운 느낌의 방이 된다. 


창이 작아도 문제다. 창이 작으면 기본적으로 방이 어두워지는 문제를 차치하고라도 방이 받아들이는 외부풍경의 크기가 협소해지므로 방이 상대적으로 좁아보이게 된다. 창이 너무 커도 꼭 좋은것만은 아니다. 겨울철 열손실이 커지므로 춥고, 여름철 일사량의 과다유입으로 덥다. 외부가 너무 훤하게 보이는터라 방의 분위기가 산만해질수 있다. 일반적으로 아파트 창문은 위에 열거한 여러가지 예상 문제점을 보완하는 수준에서 위치와 크기가 결정되어 큰 무리가 없도록 표준 설계되므로 걱정할일은 아니다.


하지만 단독주택의 경우, 외관의 모양을 내기위해 혹은 과도한 디자인 욕심으로 창을 필요 이상으로 크게 하거나 반대로 아주 작은 창을 만드는 경우가 있다. 창의 위치 역시 바닥에 거의 닿을 정도로 낮게 시작하는 창이 있는가하면 천정부분에 높은 창을 만드는 경우가 있으니 이는 설계과정에서 확인을 해야 한다. 



창의 위치와 크기에 따라 공간의 분위기는 크게 달라진다


창은 향이 중요한데, 서향집에 큰 창이 뚫린경우 여름날 일몰시 길게 들어오는 태양빛으로 인해 문제가 생기기도 한다. 하지만 겨울에는 서향의 긴빛이 집의 온기를 더해주는 난방장치가 된다. 동서향 집인 경우 동향에 창이 난 거실과 안방이 있는건 큰 문제가 없으나 부엌 창이나 작은방 창이 서향에 면했고 앞에 가려주는 것이 없는 경우, 저녁을 준비하는 주부들이나 공부를 하는 학생에게 큰 불편을 줄수도 있다. 


가구가 많다면 너무 낮 은창이 있는 방은 적절치 못하다. 마찬가지로 낮은 가구 위주라면 너무 높은 창이 있을경우 가구와 창 사이에 벽이 생겨 답답해보일수 있다.


가구의 크기와 들어갈 방의 창 크기와 위치 정도를 설계단계에서 충분히 검토한다면 입주 후 가구를 배치할때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을것이다. 큰 장롱이나 침대, 큰 책장같은 경우에는 특히 한번은 체크를 해보는 편이 좋다. 정작 창에서 중요한것은 방의 분위기를 결정짓는 빛과 풍경이다. 침대를 놓는다면 밤 하늘을 보고 싶은지 아닌지, 아침 햇빛을 막고 싶은지 받아들이고 싶은지에 따라 위치를 달리할수 있다. 책상이라면 빛과 풍경을 마주하고 싶은지 피하고 싶은지, 옆에 놓고 싶은지 뒤에 놓고 싶은지에 따라 본인이 원하는 스타일의 방 분위기를 만들수 있다. 기준에 따라 가구는 쓰임을 위주로, 창은 풍경과 빛의 유입이 가장 원할하도록 하는것이다. 그렇게되면 가구는 양측 벽쪽으로 가급적 정리하여 배치하고 창주변엔 어떤 가구도 놓지 않으며 방의 중앙부를 크게 비워두는게 상식이다. 


하지만 꼭 그렇게 할 필요는 없다. 한 유명한 소설가의 서재는 책상을 창을 바라보게 하여 방 한가운데 놓고 벽은 책장으로 가득 채웠다고 한다. 서재는 큰창이 북측으로 열려있는데 뒷산이 바로 코앞에 있어서 하루종일 남쪽 태양을 받은 청명한 산을 눈부심없이 즐길수 있다고 한다. 북측에 창이 있다면 보통 어두울거라 생각하지만 서재나 공부방, 조용한 공간으로 활용하기엔 더할나위가 없다.


직사광선을 피해 설계해야 하는 박물관이나 전시장같은 경우 북측에 창을 내는데 그 이유가 소설가의 서재와 같다. 일정한 조도를 하루종일 얻을수 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소설가의 서재가 부러운 이유는 다른데 있다. 북측창 밖에 있는 숲의 풍경이다.


사물을 가장 편안하게 원래의 색깔로 감상할수 있는 때가 태양을 등지고 북측에 있는 대상을 감상할때이다. 일단 최적의 감상환경을 얻은것이고, 게다가 대상이 숲이니 날씨 따라, 계절 따라 시시각각 변하는 풍광을 고스란히 집안에서 느낄수 있다. 숲을 끼고 있는 럭셔리한 단독주택에서만 호사를 누릴수 있는건 아니다. 아파트도 잘 살펴보면 주변에 볼만한 숲이 있는 집을 구할수 있다. 아파트던 주택이든 일단 들어오면 긴 시간 살아야 할 집이므로, 어떤 풍경과 어떤 빛을 곁에 두고 살 것인지가 중요하다.




사진1. 양양 카루나 (설계감리 나우랩건축사사무소 / 사진 텍스쳐온텍스쳐)

사진2. 죽전 라라하우스 (설계감리 나우랩건축사사무소 / 사진 최진보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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