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가의 수필
40평 짜리 가성비 좋은 세컨하우스란 뭘까, 어제 상담온 분들이 하려는 집에 대한 아이디어를
슬슬 스케치 해보다가, 문득 생각난 예전 기억하나..
어떤 자리에서 주택 설계비로 1억 받는다는 당시 유명 건축가가 이런 말씀을 해주셨다.
' 그러니까 핵심은 2만원짜리 커트 하러온 손님에게 5만원짜리 커트를 권유하는 미용사가 되는거지. 그리고 실제로는 2만원짜리 커트를 하는거야. 가게 문을 나서는 손님이 왠지 얼껼에 돈은 썼지만 괜찮다는 느낌을 받게 하는거... 그게 가장 중요한거지 '
그 후 우연히 그 건축가가 설계한 어떤 주택 현장에서 도면을 본적 있는데
도면의 양과 상세함이 충격적으로 미니멀해서 약간 놀랐던 기억이 난다.
생략된 부분은 현장에서 말로 하신다고...
그때나 지금이나 그 말씀
찬찬히 곱씹어보면 그런 재주가 내겐 없다.
오히려 그런게 없어 다행이라는 생각도 요즘은 가끔 들고.
나름 연차가 생겨 일 할만큼 하고보니 개인적으로는
해야할 일 비해 돈을 좀 작게 받거나 너무 많이 받는거... 둘 다 불편한거 같다.
좀 작게 받으면 뭔가 존중받지 못하는 느낌에
시작도 전에 김이 새고, 너무 많이 받으면 괜히
신세진 기분이 들어 불필요한 부담이 느껴진다.
하다보니 가장 베스트는,
상식선에서 제시한 적정한 돈을 깔끔하게 주고 받고 일하다가
의뢰인에게 순수한 호의가 생겨 일 관계 넘어 좀 더 열심히하고
마치 내 일 처럼 신경써주는 경우 아닐까 싶다.
결국 사람 하는 일이다보니 그런 경우가 종종 있다.
신뢰, 선함이 보이는 사람에겐 아무래도 마음이 더 가고
잘해주고 싶은 마음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