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태어나자마자 기다란 나무 막대기로 겁나게 두들겨 맞았다.
마대자루로 몸과 얼굴이 가려진 채 어디론가 옮겨졌다.
거센 바람소리와 그 바람결에 실려온 나무 향기로 보아 산속에 있는 창고 같았다.
두려움과 갈증을 참으며 어둠 속에서 며칠이 지났고 드디어 문이 열렸다.
얼키설키 엉성하게 짜여진 마대포대의 조직 사이로 희미하게 허리가 구부정한 할아버지가 보였다.
할아버지는 우리의 몸을 거칠게 잡더니 커다란 양철통에 내동댕이쳤다.
할아버지는 호스로 물통에 물을 채운 뒤 넣었다 빼는 물고문을 시작했다.
비명 지를 사이도 없이 계속되는 고문에 몸에서 힘이 점점 빠져나갔다.
물속에서 기절해 있을 때 자신의 역할은 여기까지라는 듯 손으로 옷자락을 툭툭 털며 사라졌다.
어디선가 못난이 3형제 중에서도 가장 못생긴 인형 같은 할머니가 등장했다.
물고문에서 우리를 구해주기 위해 나타난 줄 알았는데 예측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못난이 할머니는 두 번째 고문관인 셈이었다.
힘없이 축 늘어진 우리를 손쉽게 물에서 꺼내자마자 좀 더 좁은 곳에 가두었다.
서로의 몸과 몸은 엉키고 포개져 숨쉬기조차 힘들었다.
머리 위로 검은 천이 덮였고 주위는 온통 암흑천지로 변했다.
살아도 산 것 같지 않은 기약 없는 고통의 나날들이 계속되었다.
하루에 한 번 입을 축일 정도의 물만 제공되었다.
온몸이 퉁퉁 불어 터질 정도로 실컷 울고 난 후 깨달았다.
기를 쓰고 용을 써도 어쩔 수 없는 신세라는 것과 운명에 맡기는 수밖에 별도리가 없다는 것을
'케세라세라, 케세라세라'
그럭저럭 적응이 되고 마음에 안정을 되찾아갔다.
오륙일이 지나고부터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할머니가 매일같이 우리 친구들 중 몇 명의 머리끄덩이를 낚아채어 어디론가 데려가는 것이었다.
자리가 넓어져 숨 쉬기도 편하고 몸을 누일 정도로 편해졌지만 불안감을 떨칠 수 없었다.
이틀쯤 지났을까.
주변 분위기가 어수선해지더니 낯선 사람들의 말소리가 들렸다.
" 아이고 어떻게 키웠길래 이렇게 나물이 연하고 맛있어?"
"그러게 말이야. 국이 칼칼하고 시원한 게 식당에서 파는 것보다 더 맛이 좋네."
낯익은 목소리가 자랑스럽게 대답했다.
"우리 집 콩은 보통 콩이 아니고 내가 땀 흘려 농사지은 콩 중에서도 1등 콩이야."
우리는 어둠 속에서 들뜬 기분이 되어 속삭였다.
"우리가 1등 콩?
"아무튼 기분 좋다."
"햇살을 받으며 위로 올라가는 잭의 콩나무는 아니지만 1등 콩나물, 1등 콩나물국도 그렇게 나쁘지 않은걸."
"그래 원망도 두려움도 지나고 나니까 별 거 아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