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대 아티스트 #일본편 ⑤ 마유카 야마모토
마유카 야마모토(Mayuka Yamamoto, 1964~). 그 이름은 다소 낯설지라도 부드러운 동화풍은 어쩐지 익숙하다. 실제로 마유카는 2004년 한국 국제 아트페어 (키아프, KIAF Seoul)를 기점으로 서울 갤러리 에스피, 부산 갤러리 우, 대구 갤러리 제이원 등 곳곳에서 개인전을 개최하며 국내에 여러 번 소개된 바 있다. 일본, 중국, 홍콩 등 최근 아시아 미술시장에서 왕왕 언급됐던 아티스트다. 작품 세계를 이루는 핵심적 요소들을 살펴보고자 한다.
동물 탈 뒤에 숨은 아이들
머리 위에는 뿔이 솟아 있다. 북슬북슬한 곰 옷을 입고 있기도 하다. 마유카의 세계 속 '아이'는 갑옷을 입은 것처럼 온 몸을 분장하고 있다. 보호해야 할 존재로 여겨지는 아이와 야생에서 살아남고자 분투하는 동물, 이렇듯 두 모티브는 대비를 이룬다.
아티스트는 '아이'로 단순히 개인의 어린 시절을 회상한다거나 지금 시대를 사는 아이들에게 보내는 희망의 메시지를 보낸다는 등 진부함을 말하지 않는다. 오히려 불안함과 두려움을 담는다. 표정을 크게 드러내지 않아 더 깊고 미묘한 슬픔이 투영된다. 다치고 싶지 않은 연약함을 탈, 뿔, 옷 등의 보호막 뒤로 숨기고 있다.
마유카는 왜 아이를 그렸던 걸까? '임신'이라는 몸의 큰 변화를 겪으며 자기 자신의 어린 시절을 깊이 떠올렸다고 한다. 어른이 된 지금에서의 인지되는 결핍과 이상함이 어디서 기인한 건지 돌아볼 계기가 된 것이다. 이유를 알 수 없는 상처, 공포, 보호받고픈 욕구 등을 떠올리며 작가의 '딸'을 모델로 삼는다.
마유카가 그리는 인물에는 큰 특징 두 가지가 있다. ① 성별을 알 수 없는 모호함, ② 표정 변화를 드러내지 않는 점이다. 이는 "실재감은 있지만 이 세상 것이 아닌 듯한 존재를 그리고 싶었다."는 아티스트의 말을 반영한다. 단박에 '아이'라고 인식할 만큼 형태는 구체적이지만, 되려 실존하는 존재인지는 의문이 생긴다. 동물이 사는 서식지인 듯한 배경은 몽환적이기에 그 신비로움에 무게를 더한다. 구체적인 모티브와 대비되는 몽롱함은 각자의 어린 시절을 떠올릴 매개로 작동한다.
처음 작품을 보면 단지 귀여운 아이가 동물 옷을 입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관람객이 이상한 감정을 느끼고 더 자세히 들여다보기를 바란다. 미묘한 두려움과 아련한 슬픔이 충돌하는 공간을 작품 속에 구현하려고 노력했기 때문이다. - 마유카 야마모토, 갤러리 제이원, 2014
*표지 : 2021년 9월 25일 - 2021년 10월 30일에 Corey Helford 갤러리에서 선보인 작품 'Little Composition'. ⓒCorey Helford Gallery
글 원윤지
※ 누적 회원 13만 명을 보유한 아트테크 플랫폼 T사 앱 매거진과 블로그에 연재했던 글입니다. 게재본과 일부 다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