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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원윤지 Jun 12. 2023

3대 갤러리의 전략적 선택

동시대 아티스트 #중국편 ⑧ 리우 예

리우 예(Liu Ye, 1964~)는 작은 인물이 등장하는 몽환적인 풍경을 그린다. 부드러운 색채가 돋보이는 그는 아트씬에서 숨은 강자다. 실제로 리우 예는 연간 한화 660억 원 이상(5,520만 달러)으로 총 낙찰가 3위를 달성한 바 있다. 이는 총 낙찰가 1위인 요시토모 나라, 2위인 장-미쉘 바스키아를 뒤잇는 기록으로, 해당 수치는 2020년 하반기부터 2021년 상반기를 기준으로 홍콩 경매 기록을 바탕에 둔다.


그렇다면, 미술시장은 왜 리우 예를 주목했을까? 그 이유를 세 가지 키워드로 풀어본다.



① 미국 3대 메이저 갤러리가 선택한 첫 중국 태생 아티스트


뉴욕 데이비드 즈위너 갤러리에서 개최됐던 리우 예 단독 전시 'The Book and the Flower'(2020)전 중 일부. ⓒSquarespace, David Zwirner

2020년 하반기부터 2021년 상반기까지 중국, 홍콩, 대만 미술시장의 총 거래 금액은 같은 기간 글로벌 미술시장 규모(한화 약 1조)의 40%를 기록했다. 데이터가 증명해주 듯 최근 글로벌 미술 시장의 무게 중심은 아시아로 이동하고 있다. 기류를 읽은 '데이비드 즈위너(David Zwirner)'도 아시아로 시장 범위를 넓혀 다양한 작품을 확보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데이비드 즈위너('데이비드 즈워너'라고도 부른다)는 야요이 쿠사마, 케리 제임스 마샬 등 세계적 거장을 전속 아티스트로 두는 미국 3대 메이저 갤러리 중 한 곳이다. 뉴욕, 파리, 홍콩 등을 기반으로 점차 더 다양한 도시로 규모를 넓혀가고 있다. 주로 신선하고 독특한 아티스트를 발탁한다. 근현대미술의 흐름을 제시한다는 평을 받으며 미국과 유럽 미술시장에 큰 영향력을 행사한다.

뉴욕 데이비드 즈위너, 리우 예 단독전 'The Book and the Flower'(2020) 중 'Book Painting No.6'(2014), ⓒDavid Zwirner

데이비드 즈위너는 그동안 아시아 아티스트 중 한국과 일본을 기반에 둔 아티스트는 영입한 바 있지만, 중국 아티스트는 없었다. 그러나 2019년, 중국 기반 아티스트 중 최초로 '리우 예'를 전속으로 발탁했다. 갤러리 측은 작품 세계에 대해 '동서양을 오가는 독특하고 놀라운 대화'라는 평을 남겼다. 해당 갤러리 합류 후, 리우 예의 작품 수요는 더욱더 증가했다.

'Bamboo Bamboo Broadway'(2011)는 2021년에 작가 경매 최고가인 약 1,260만 달러를 기록했다, 600(H) × 900(W) cm, ⓒMutualart

실제로 2019년 이후에 낙찰된 리우 예의 작품 중 30점 이상이 모두 100만 달러를 초과하했다. 또한, 2012년에 뉴욕의 스페론 웨스트워터 갤러리에서도 전시되었던 'Bamboo Bamboo Broadway'(2011)는 2021년 6월에 약 1,260만 달러를 기록하며 작가 경매 최고가를 경신했다(Poly International Auction).

리우 예는 갤러리 발탁 전부터 이미 중국과 홍콩에서는 조금씩 화제를 모았던 아티스트다. 다양한 유형의 컬렉터에게 수요가 높다는 점이 이점이었다. 글로벌 미술계에서 친숙한 미피와 몬드리안을 모티브로 삼은 점, 감상하기에 편안한 동화풍이라는 점, 아시아 아티스트 중에서도 독특한 화풍이라는 점 등에서 데이비드 즈위너 또한 전략적으로 리우 예를 선택한 것으로 해석된다.



② 럭셔리 브랜드 '프라다'와의 지속적인 협업


프라다의 미술관, 중국 상하이 '프라다 롱 자이'에서 개최됐던 리우 예 단독 전시 'Liu Ye : Storytelling'(2018), ⓒPrada

리우 예는 럭셔리 브랜드 '프라다'의 미술관인 상하이 '프라다 롱 자이'에서 단독전 'Liu Ye : Storytelling'(2018)을 개최했다. 해당 전시를 통해 그는 1992년 부터 작업한 35점을 선보였다.

밀라노 '폰다지오네 프라다'에서 전시되었던 리우 예의 작품, ⓒPrada (https://vimeo.com/397937447)
밀라노 '폰다지오네 프라다'에서 전시되었던 리우 예의 작품, ⓒPrada
밀라노 '폰다지오네 프라다'에서 전시되었던 리우 예의 작품, ⓒPrada

해당 전시는 2020년 이탈리아 밀라노에 있는 '폰다지오네 프라다(Fondazione Prada)'까지 순회했다.

우도 키텔만과 리우 예, ⓒkooness

전 베를린 국립 미술관장이자, 독일 내 6개 국공립미술관 총괄자였던 우도 키텔만(Udo Kittelmann, 1958~)이 두 전시 모두 큐레이팅을 맡아 전시 시작 전부터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우도 키텔만은 리우 예의 작품을 두고 '과거와 미래를 잇는 서양과 동양의 지적이고 예술적인 움직임'이라며 극찬했다.


프라다에서 개최하는 2022년 호랑이해 기념 콘테스트, 리우 예가 심사위원 중 한 명으로 초청되었다, ⓒPrada

프라다와 리우 예의 인연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프라다는 2022년 호랑이해를 기념하며 중국 시장을 겨냥한 캠페인을 지속했는데, 'Action in the year of the Tiger Contest'도 그 일환이다.

이 프로젝트는 전 세계 예술 학교에 다니는 모든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호랑이에 대한 자기 고유의 해석을 작품으로 자유롭게 표현하는 것이 주제인 콘테스트다. 해당 콘테스트에 심사위원 세 명 중 한 명으로 리우 예가 초청된 것이다.


럭셔리 브랜드는 그 특성상 브랜드의 고급스러운 이미지에 걸맞은 아티스트와 협업하려 한다. 프라다와의 지속적인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글로벌 미술 시장에서 리우 예의 인기와 그 위치를 가늠할 수 있겠다.




③ 글로벌 미술계가 공감하는 요소가 탄생하기까지 : #전통  #미피 #몬드리안


① 리우 예, 'Composition with Bamboo No.2'(2007) / ② 리우 예, 'Lost Miffy'(2006), ⓒEstherschipper, Artsy
③ 리우 예, 'Untitled(For Mondrian)'(1997) / ④ 리우 예, 'Wie Gemalt'(1993), ⓒChristie's, Sotheby's

중국의 전통을 상징하는 대나무, 어린 시절이 생각나는 미피, 사랑스러운 소녀, 동화풍 이미지, 초현실주의로 대표되는 르네 마그리트 등 리우 예는 장르에 구애 받지 않고 다양한 작업을 펼친다. 넓은 스펙트럼은 미술시장에서 장점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추상화를 주로 수집하는 컬렉터, 구상화에 집중하는 컬렉터 등 여러 유형의 컬렉터들이 지닌 수요를 충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중국 베이징 미술관과 스위스 울리시그 컬렉션을 비롯해 홍콩, 영국, 네덜란드 등 세계 곳곳의 미술관과 개인 컬렉션을 통해 리우 예의 작품을 찾을 수 있다.

 ① 리우 예, 'The Second Story'(1995) /② 르네 마그리트, 'La Décalc'La Décalcomanie'(1966), ⓒCobosocial,Phillips

그 작품 세계를 이루는 중심은 '어린 시절'이다. 동화 작가인 아버지 덕에 안데르센, 루이스 캐럴 등 세계적인 명작들과 함께 지나온 시간은, 가장 큰 영감의 원천이 된 것이다. 나아가 베이징, 베를린, 암스테르담 등에서 미술 학교와 아티스트 레지던스 프로그램을 거치며 리우 예는 고유의 화풍을 다진다. 이때, 파울 클레, 르네 마그리트, 미야자키 하야오 등 다양한 아티스트로부터 영향 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위 작품도 마그리트의 아이콘인 '중절모'를 연상케 한다.  

몬드리안과 그를 존경하는 마음으로 그린 리우 예의 작품.

① 리우 예, 'Boogie Woogie, Little Girl in New York'(2006), ⓒSotheby's

② 피에트 몬드리안, 'Broadway Boogie Woogie'(1942), ⓒMoMA


특히 몬드리안을 향한 존경은 더욱이 각별하다. 그 작품에 대해 리우 예는 "기본 색상과 수평선, 수직선만을 사용한 단순함의 극치"라고 이야기했을 만큼 그의 작품에서는 몬드리안을 대표하는 흔적을 자주 발견할 수 있다.

리우 예, 'The Long Way Home'(2005), ⓒArtsy

중국이 급격한 변화를 겪었던 1960년대를 같이 지나온 동시대 아티스트와는 달리 작품을 통해 특정 정치적 입장을 지지하지 않는다. 다만, 그 시대를 겪었던 '어린 시절'에 상상을 더해 '묘사'할 뿐. 예술에 정치적·사회적 의도를 담은 것이 아니라, 예술을 예술 그 자체로 보았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아름다움만이 세상을 구할 수 있는 유일한 형태다. - 리우 예



'중국'이라는 자신 본연이 가진 전통과 문화적 뿌리는, 글로벌 미술계가 익숙해하는 '미피', '몬드리안' 등과 결합해 아름다운 동화적 풍경으로 재탄생했던 것이다. 실제로 리우 예는 특정 감상자만을 대상으로 두고 작업하는 것은 아니며, '모두를 위한 작품'이기를 바란다며 그 예술관을 밝힌 바 있다. 예술은 언어에 관계 없이 모두에게 통하니 말이다. 그래서 자국을 너머 글로벌 미술시장에서도 이해할 수 있도록 감상자의 영역을 넓힌 작품을 그릴 수 있었다.


리우 예 페인팅 작품의 유찰률은 2019년 5% 이하로 낮은 수치를 보이다 2021년에는 0%라는 기록적적인 수치를 달성했다. 유찰은 경매에 출품되었으나 낙찰되지 않은 수치를 가리키며, 유찰률이 낮을 수록 그 낙찰률과 수요가 높다고 해석할 수 있다. 그만큼 리우 예 작품에 대한 수요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표지 : 리우 예, 'I am a Painter'(2007), ©Artvee



 | 원윤지



※ 누적 회원 13만 명을 보유한 아트테크 플랫폼 T사 앱 매거진과 블로그에 연재했던 글입니다. 게재본과 일부 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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