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딘치 Dec 06. 2023

밤인지 새벽인지 모를 새벽 4시.

엄마가 집에 오신 후, 내가 출근을 하면 동생이 우리 집에 와 있다가 내가 퇴근을 하면 동생은 돌아가는 일상이 시작되었다. 

엄마는 사위와 손주 앞에서 몸이 흔들리며 식사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싫어하셨다. 

난 퇴근하면 저녁을 차려서 엄마와 먼저 먹고, 아들이 하원해서 오면 육아를 시작했다. 

몸은 고됐지만 엄마에게 무슨 일이 생겼을 때 바로 대처할 수 있었고 손주를 보며 희미하게나마 웃는 엄마의 모습을 보며 안도감이 들었다. 

엄마는 잠이 오지도 않으면서 일찍 들어가 자겠다 한다.

몇 시간 뒤, 남편과 아들도 잠드는 고요한 시간이 찾아온다. 

나는 거실에 혼자 앉아 예능프로그램을 보며 멍하니 있다. 


이제 자야지...

엄마에게 안방을 내준 남편과 아이는 장난감방에서 자고, 나는 안방 바닥에 간단한 매트를 깔고 눕는다. 

매트에 누워 침대에 있는 엄마를 가만히 들여다본다. 

너무 야위어서 이불과 마치 한 몸 같다. 

엄마는 정말 자고 있는걸까. 

이불이 들썩이는지 지켜보다 나도 모르게 잠이 든다. 


"흐............흐흑..............."

엄마의 흐느끼는 소리에 눈이 저절로 떠진다. 

내가 깜빡 졸다 깬 것인지 아니면 잘 만큼 잔 건지.

이 모든 게 꿈인지, 현실인지. 

지금이 밤인지 새벽인지. 

밖을 보니 아직 동이 틀 기미가 없다.


새벽 4시. 

엄마는 울음소리가 새어나가지 않게 흐느끼며 울고 있다.  

내가 일어나 기척을 하니 이제 못 참겠다는 듯 아이처럼 운다. 

엄마한테로 가 손을 잡는다. 


"엄마, 울고 싶은 만큼 울어."

"아.....직..... 이 상태가 받아들여지지가 않아...."


보고 있는 나도 이렇게 힘든데 엄마는 오죽할까.

얼마나 절망스러울까. 얼마나 막막할까. 얼마나 무서울까. 

모든 걸 놓고 싶을 수도. 그러나 막상 놓을 수도 없는 현실. 

엄마가 속에 있는 울음을 꺼내어 놓는 이 순간 만큼은 아주 조금이나마 마음이 편해지기를 바랐다. 

얼마나 울었을까. 

새벽 동이 천천히 트기 시작할 즈음 엄마는 마음을 추스르고 일어나 앉았다. 

엄마를 부축해 화장실을 한번 다녀오고 엄마는 다시 누워서 생기없는 눈을 꿈뻑꿈뻑했다.


"미....안...하다.... 출근해야 되는데.... 피곤하겠다...."

"괜찮아."


그리고 며칠동안 새벽 4시에 눈이 떠진 엄마와 나는 한참을 울다 아침을 맞았다. 










작가의 이전글 엄마, 우리 집으로 가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