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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딘치 Nov 21. 2023

1차 항암 시작

조직검사 결과를 듣고 난 다음날 바로 1차 항암이 시작되었다. 

쇄골뼈 옆에 케모포트를 삽입해서 주사약이 들어갔다. 

엄마는 이제 조금의 고통도 두려워져서 케모포트를 할 때도 소스라치게 놀라고 힘겨워했다. 

알찹, 리툭시맙, 빈크리스틴. 

이름도 어려운 이런 약들이 들어간다고 하는데 주사를 다 맞는 것도 4~5시간은 걸린다고 했다. 

구토, 두통, 어지러움 등의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고 하니 이미 쇠약해질 대로 쇠약해진 엄마가 부디 잘 버틸 수 있기를 바랐다. 


엄마는 병원에 있는 동안 음식도 입맛에 맞지 않아 거의 드시질 못했다. 

더구나 아프기 전까지도 엄마는 끼니마다 음식을 찾아 먹는 사람이 아니었고, 그저 배고픔만 가실 수 있게 드실 정도로 식욕이 없으신 분이었다.

그래도 무엇이라도 엄마입에 꼭 들어가야만 했는데 속이 울렁거리니 맵고 자극적인 음식이 땡기신 모양이었다. 

비빔냉면, 낙지볶음, 김칫국 등 엄마가 그때그때 입맛이 당기는 음식을 드시게 했다. 

뭐가 드시고 싶다고 하면 그 말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다. 


다행히 엄마는 생각보다 부작용을 심하게 겪지 않고 1차 항암을 마쳤다. 

우리 가족은 그동안 깜깜한 터널을 함께 손을 잡고 뛰다가 잠시 멈춰 숨을 고를 수 있었다. 

병명을 알게 되었고, 치료를 시작했으니 아주 잠깐은 우리의 일상으로 돌아가서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그리고 엄마가 퇴원하실 때까지 친척어른께서 간병을 해주기로 하셔서 그것만으로도 마음이 놓였다. 


그동안 우리는 엄마에게 필요한 것들에 대해 정리하고 해결했다. 

1. 산정특례 신청할 것

2. 장기요양등급 알아볼 것

3. 이동약자 신청할 것

4. 워커, 휠체어, 환자 침대, 변기손잡이 등 집에서 필요한 것들 알아보고 구입할 것

5. 퇴원하시면 당장 간병인을 고용해야하는가, 아니면 집으로 모셔야 하는가. 


엄마는 집으로 가고 싶어했다. 

폭풍같이 휘몰아쳤던 상황과 낯선 환경에서 벗어나 엄마가 일구어 놓은 익숙한 그곳으로. 

친척어른은 당분간 엄마 집에서 머무르시며, 엄마 간병을 도와주기로 하셨다. 

그리고 엄마는 2주만에 아빠 등에 업혀서 집으로 돌아오셨다. 

'내가 분명히 병원에 걸어서 들어갔는데, 네 아빠 등에 업혀서 들어왔어.'

엄마는 서럽게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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