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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땀 한 땀 엮어낸 후회 없는 길 위에서

by 유니유니

지난 회사에서의 시간은 마치 인생의 축소판 같았다. 기쁨과 슬픔, 분노와 즐거움—희로애락이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을 정도로, 나는 한 시기 속에 다채로운 감정을 겪었다. 맡은 일의 양도 방대했고, 새롭게 배워야 할 지식도 산더미 같았다. 그런데도 팀원들은 하나같이 자신이 회사의 공동 대표인 양 책임감을 다했다. 모두가 맡은 바를 치열하게 해내며, “지금 이 기초만 탄탄히 다져놓으면 언젠가 여유롭게 회사를 경영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에 불을 지폈다.


하지만 비즈니스란, 단지 열심히 한다고 해서 반드시 결실을 맺는 것은 아니었다. 큰 회사의 울타리 안에서 주어진 일만 하는 것과, 작은 조직에서 전략을 짜고 그림을 그리는 일은 전혀 다른 세상이었다. 구성원이 적을수록 허리 숙여 세밀한 자료를 만들고, 프로젝트 관리에서 고객 지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역할을 동시에 소화해야 했다. 매 순간이 멀티태스킹, 각기 다른 영역에서의 분투였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보내며 정신적으로 버거워질 때, 나는 스스로에게 한 가지 다짐을 되뇌었다. “나중에 결과가 좋지 않더라도, 이 순간 할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했다면 후회하지 않을 수 있어.” 그 말 한마디가 흔들리는 내 멘탈을 붙잡아주었다. 눈앞에 놓인 작업이 아무리 가파른 언덕처럼 느껴져도, 그 언덕을 오를 수 있는 한 오르고, 더는 오를 힘이 없을 때에야 비로소 멈춘다면, 최소한 후회는 남지 않을 거라는 믿음이었다.


물론 이런 마음가짐이 체력을 조금씩 갉아먹긴 했지만, 그 덕분에 나는 매 순간을 전력으로 살아낼 수 있었다. 그리고 지금, 과거를 되돌아볼 때 나는 아쉬움 대신 뿌듯한 마음을 느낀다. 그토록 치열했던 시간들을 다시 살라고 한다면 과연 가능할까? 솔직히 말해, 그 모든 것을 다시 겪을 자신은 없다. 왜냐하면 그때의 나는 매 순간 최선을 다했고, 더 이상 할 수 없을 만큼 열심히 살아냈기 때문이다. 그 사실이 나를 안심시킨다. 더는 그 시대로 돌아가고 싶지도, 돌아갈 필요도 없다. 내게 남은 것은 후회 없는 발자취와 스스로에 대한 믿음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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