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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동이 Jul 01. 2023

둥지를 박차고 나온 차라투스트라

1. 동이 터올랐다. 차라투스트라는 자리에서 일어나 옷가지를 챙겼다. 떠난다는 한마디 말도 없이 문을 열고 밖으로 나섰다. 모두가 그를 향해 가벼운 목례를 했다. 그의 내면 안에는 용암보다 뜨거운 열정이 타오르고 있었다. 운명의 굴레 속에서 그가 내린 선택지는 도전이었다. 아버지와 똑같은 삶을 살지 않겠다는 그의 의지는 주위 사람들을 엄숙하게 만들었다. 인생이란 오로지 스스로가 개척해 나가는 것이라고 그는 굳게 믿었다. 그에게는 더이상 두려울 것이 없었다. 자신 앞에 놓인 장애물들을 하나둘씩 쓰러뜨리고, 만물을 경험하고 세상과 맞닥뜨리고 싶었다. 차라투스트라는 지금이 아니면 자신의 뜻을 이룰 수 없다고 생각했다. 때가 되면 새가 둥지를 박차고 하늘을 향해 비상하듯, 그는 자신의 보금자리를 깨뜨리고 세상 밖으로 나섰다. 하늘이 요동치고 땅이 울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의 가슴은 쿵쾅쿵쾅 뛰었다.    

 

2. 차라투스트라는 길을 지나가던 승려를 만났다. 차라투스트라가 말했다.     


 “당신은 어째서 출가를 한 것이오? 그 고생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이오?”


 노인이 말했다.   

  

“인간은 태어나서 무수한 고통을 겪습니다. 생로병사(生老病死)의 슬픔뿐만 아니라, 이별에서 비롯한 좌절, 탐욕과 욕망, 아집과 고통 등 세상에서 마주 할 수 있는 다양한 현상들이 우리를 괴롭히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고통이 참으로 괴로웠습니다. 세상에 대해 끊임없이 의문을 던졌고, 진리는 좀처럼 쉽게 모습을 드러내질 않았습니다. 깨져도 보고, 굴욕과 푸대접을 받아가며 스스로를 단련했습니다. 그 결과, 세상이 내게 주는 고통이란 것은 신이 우리에게 준 선물이라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우리보다 거대하고, 우리를 전지전능하게 둘러싸고 있는 신은 아무 이유 없이 고난과 시련을 주지 않습니다. 신이 내린 상처들이 저를 깨우침에 이르게 해주었습니다. 타오르는 장작이 자신을 불태워 빛을 내듯, 저는 고통을 통해 스스로를 돌아보았습니다. 인간은 고통을 통해 자신의 내면 깊숙한 곳까지 밀고 들어갈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고통은 신이 내린 하나의 가르침이었습니다.”   

  

3. 차라투스트라는 전생에 걸쳐 여러 인생을 살았다는 소년을 만났다. 소년은 조용히 가부좌를 튼 채로, 명상을 하고 있었다. 차라투스트라는 소년에게 다가갔다.  

   

“소년이여, 당신의 소문을 듣고 찾아왔습니다. 당신은 크리슈나라는 신으로도 살아보고, 각계각층의 다양한 삶들을 통해서 생(生)을 지속해왔다고 들었습니다.”   

  

소년은 조용히 미소를 지었다. 소년이 말했다.     


“모든 것은 윤회와 환생의 과정을 거칩니다. 소는 소로 태어나기까지 수많은 과정을 거쳐왔고, 작은 개미에서부터 얼룩말, 악어, 호랑이까지 이 모든 생명체들은 서로 순환하며 생멸(生滅)의 과정을 겪습니다. 그들의 질서는 만물의 질서와 동일합니다. 대지에서 태어나, 대지로 다시 돌아가는 과정을 겪지요. 인간 또한 그렇습니다. 인간은 오로지 인간만이 위대한 존재라는 생각에 빠져 지내고 있습니다. 생태계를 군림하며, 모든 것을 지배하려는 탐욕을 부립니다. 허나, 우리와 그것을 나누는 이분법으로 바라보는 세상은 참으로 위험합니다. 우리는 한때 모두 그것이었고, 또한 그것이 우리였기도 했습니다. 우리의 세상과 그들의 세상은 같습니다. 저는 그것을 일찍 깨달았을 뿐입니다. 만물은 각자 새롭게 태어나고, 신의 임무를 부여받고 새로운 생을 맞이합니다. 내가 곧 너가 될 수 있고, 너 또한 내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깨달아야 합니다.”     


소년은 다시 명상에 들어갔다.     


4. 차라투스트라는 사람이 찾아오지 않는 동굴에 들어갔다. 지어진 지 오래된 동굴에는 작은 글자들이 적혀 있었다. 차라투스트라는 그 글자들을 조금씩 해석해 나갔다.  

   

‘모든 인류는 자신에게 출발해서 자신에게로 되돌아온다. 연어가 자신이 태어난 곳을 험난한 여정을 거쳐 거슬러 올라가듯이, 인간 또한 내면의 고행을 통해 성장한다. 자신을 탐색하라. 그리고 내면에서 피어오르는 번뇌와 사색을 통해 스스로를 깨달아라. 모든 것은 우리 스스로를 아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우리는 우리 스스로를 잘 안다고 생각한다. 허나 내가 어떨 때 세상과 하나가 되는 경험을 하고, 어떨 때 내 존재 이유를 파악하는지, 내가 이 세상에 왜 태어났는지를 깨달은 이가 세상에 몇이나 되겠는가? 신은 만물에게 각자의 질서를 불어 넣는다. 고도의 지능을 가진 인간 역시 그렇다. 사람을 치유해주는 사람은 치유자로서의 운명을 파악한 것이고, 무희는 무희(舞姬)로서의 운명을 깨달은 것이다. 깊은 탐색과 스스로의 치열한 사유를 통해 세상에 어떻게 기여 할 수 있을지를 깨달아라. 그리고 세상을 향해 나아가라’        


5. 차라투스트라는 동네에서 제일 부유한 상인을 찾아갔다. 상인은 그를 반겨주었다.     


“기다리고 있었소. 어서 오시오”     


상인은 그를 자신의 집으로 안내했다. 차라투스트라가 말했다.  

   

“당신은 이 마을에서 제일 성공한 사람이오. 당신에게 성공은 무슨 의미를 띠고 있소?”

     

“나는 재물이라는 것이 참으로 허망하다는 사실을 깨달았소. 비록 내가 마을에서 가장 부유하고 명예로운 사람으로 이름나 있지만 부라는 것은 참으로 빈껍데기 같은 것이오. 살아갈 날이 얼마 남지 않은 이 시점에, 나는 늘 죽음을 목전에 두며 살아가고 있소. 내가 이제껏 모아놓은 부와 명예는 언젠가는 사라지기 마련이오. 내가 쌓아놓은 부는 단지 물질적 안락을 의미할 뿐,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오. 재산을 모두 사회에 환원하고, 이제부터 하늘의 기운과 땅의 부름을 받아들이며 인생을 살아갈 예정이오. 처음에는 오로지 내 인생을 위해 재물들을 사용했소. 내 행복, 내 즐거움, 내 안위를 위해 사용한 것이오. 허나 시간이 지나니 다른 것들이 눈에 들어오게 되었소. 세상에는 병들고 수척하고, 마음의 고통을 받는 이들이 가득하다는 것이었소. 그들은 돈이 없어 치료를 받지 못하거나, 인간 이하의 삶을 경험하며 죽을 날만을 기다리고 있었고, 생(生)과 사(死)의 갈림길 앞에서 스스로를 자책할 뿐이었소. 그때였소. 나는 우연히 성경을 접하게 되었소. 그 속에 담겨진 예수의 사상을 통해 우리 모두에게 얽혀 있는 복잡함과 어려움을 풀 실마리를 찾았소. 그렇소, 성공이란 나눔과 베풂의 연장선이었소. 성경에서 가난한 자가 천국에 들어간다고 말하듯, 우리 주위에 고통받는 이들은 모두 구원의 가능성을 갖고 있소. 종교의 힘이 약해진 지금 이 시점에도, 예수의 아름다운 말씀이 적힌 성경은 우리에게 큰 가르침을 준다고 생각하오. 나는 세상의 모든 병자와 가난한 자, 심령이 유약한 자들에게 내가 쌓아 놓은 재산을 모두 남겨주고 싶소.”     


차라투스트라는 상인의 말을 조용히 듣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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