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답고 화려한 세상에 속해 열심히 땀 흘리며 노력하다보면 언젠가 나의 삶도 그렇게 되리라 믿었다. 그저 패셔너블한 것, 멋진 것을 트렌디하게 표현하는 것이 디자이너로서 할 일이라고 생각했다. 아름다운 것이 무엇인지 더 나은 삶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보기에 내가 속한 세상은 너무 빨랐고 그 흐름을 거스르기에 나는 게을렀다.
어느 날 보게 된 <플라스틱 차이나>라는 한 다큐멘터리가 무작정 달리던 나를 멈춰 세웠다. 이 영화는 폐플라스틱 쓰레기를 분류하고 처리해서 재생 플라스틱을 만드는 재료가 되는 칩을 생산하는 마을의 이야기이다. 희망 없는 하루하루를 보내는 어른들의 모습 뿐 아니라 쓰레기로 뒤덮인 마을에서 놀고 먹고 일하는 어린 아이들을 바라보는 것은 힘들었다. 플라스틱은 지구 환경 뿐 아니라 사람들의 건강한 삶 또한 오염시키고 있었다.
영화를 보는 내내 더욱 괴로웠던 점은 내가 그동안 정성껏 디자인해오던 옷들도 산처럼 쌓여있던 플라스틱 쓰레기들과 별반 다를 바 없다는 깨달음이었다. 그동안 큰 고민 없던 아름다움과 멋짐에 대한 생각이 공허하고 부질없게 느껴졌다. 나는 패션이라는 이름으로 열심히 예쁜 쓰레기를 만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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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충남문화재단의 2022 문화다양성 전문가 칼럼에 기고했던 글의 일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