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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픈플래너 Nov 21. 2022

나도 그랬다.


 

아름답고 화려한 세상에 속해 열심히 땀 흘리며 노력하다보면 언젠가 나의 삶도 그렇게 되리라 믿었다. 그저 패셔너블한 것, 멋진 것을 트렌디하게 표현하는 것이 디자이너로서 할 일이라고 생각했다. 아름다운 것이 무엇인지 더 나은 삶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보기에 내가 속한 세상은 너무 빨랐고 그 흐름을 거스르기에 나는 게을렀다.


어느 날 보게 된 <플라스틱 차이나>라는 한 다큐멘터리가 무작정 달리던 나를 멈춰 세웠다. 이 영화는 폐플라스틱 쓰레기를 분류하고 처리해서 재생 플라스틱을 만드는 재료가 되는 칩을 생산하는 마을의 이야기이다. 희망 없는 하루하루를 보내는 어른들의 모습 뿐 아니라 쓰레기로 뒤덮인 마을에서 놀고 먹고 일하는 어린 아이들을 바라보는 것은 힘들었다. 플라스틱은 지구 환경 뿐 아니라 사람들의 건강한 삶 또한 오염시키고 있었다.


영화를 보는 내내 더욱 괴로웠던 점은 내가 그동안 정성껏 디자인해오던 옷들도 산처럼 쌓여있던 플라스틱 쓰레기들과 별반 다를 바 없다는 깨달음이었다. 그동안 큰 고민 없던 아름다움과 멋짐에 대한 생각이 공허하고 부질없게 느껴졌다. 나는 패션이라는 이름으로 열심히 예쁜 쓰레기를 만들고 있었다.



앞의 글에서 이어지고 다음 글로 계속 됩니다.

 글은 충남문화재단의 2022 문화다양성 전문가 칼럼에 기고했던 글의 일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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