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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유동옥탑 Dec 21. 2024

작은 회사 이야기, 2화

왜 나에게 이런 일이?

* 본 수필은 실제 사건에 대한 개인의 기억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 실제 사건과 내용이 상이할 수 있으며, 특정인에 대한 비방 등 악의적인 목적이 없습니다.


 △△△센터 - 2화 |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사람을 쓴다는 것.


"센터장이 성희롱을 했다."


아르바이트를 제외하고는 처음 가져본 ‘직장’이었다. 저 말로부터의 충격은 사회 초년생인 나에게 더욱 크게 다가왔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그저 적당히 반응했다. 


“놀라셨겠어요.”

“저는 처음 듣습니다.”


Y 교수님은 내가 더 크게 성장하기 위해서는 그런 사람과는 빨리 손절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실제로 이렇게 말씀하셨다). H 이사님은 내가 일하는 방식이 마음에 든다며 자신이 꼭 나를 키워주겠다고 하셨다. 그런데 H 이사님은 직원들이 일하는 카페에 단 한 번도 온 적이 없었다. 그러니 그 자리에서 들었던 말들은 모두 나를 Y 교수님과 H 이사님의 편에 서게 하려는 달콤한 속삭임이었을 뿐이다.


사람을 쓴다는 게 이런 건가? 당시 내가 이걸 물어볼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첫 직장이라고 대견해하는 가족에게 말하면 어려운 일을 피하려는 막내의 푸념으로 들릴 것이었다. 이 직장을 추천해 준 조교 선생님께 이런 이야기를 할 수도 없고, 학교 선배와 동기들도 사회 초년생이라 바쁜데 이런 일로 만나달라고 할 수는 없었다. 회사 안에는 서로가 서로를 불신하는 게 뻔히 보이는 데 내 속내를 털어놓을 수도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알고 있다. 그들은 사람을 '고용한'게 아니라 '이용한' 거였다는 것과 나는 사회 초년 생이라 그들에게는 쓰고 버리는 패나 장기말이었다는 것을 말이다.


조그만 회사라도 싸울 거는 다 싸운다.


저녁 식사 장소가 지하철 역과 매우 떨어져 있는 곳이었다. 식사 후 우리집까지 태워다 주신다는 걸 정중히 거절하고 중간 지하철 역에서 내리기로 했다. 차 안에서 A 센터장님에 관한 경고는 매우 상세하게 계속되었다.


A 센터장님 사건의 전말은 이러했다. J 선생님과 B 선생님 두 분 다 여성 분이셨다. 도심지 재개발을 위한 답사를 진행하는 중 여관과 모텔도 방문하였고 A 센터장님이 그때 J 선생님과 B 선생님께 성희롱으로 해석될 만한 말을 했다는 것이다. 이에 J 선생님이 문제를 제기하자 A 센터장님은 함께 일하기 힘들겠다고 이야기하면서 J 선생님의 사업에 훼방을 놓기 시작했다고 했다.


Y 교수님에 따르면, A 센터장님은 이 사업과 회사 전체를 자신이 좌지우지하려고 했다고 한다. 그래서 사업 관계자들에게 이상한 소문을 퍼뜨리고 있다고 했다.


"Y 교수님이랑 H 이사님이 불륜인 거 아세요?"

"H 이사님 댁에서 H 이사님 아드님이랑 Y 교수님이랑 같이 살고 계신 거 알아요?"


Y 교수님, H 이사님 모두 각자 자식과 가정이 있는 분이셨다. H 이사님에 따르면 A 센터장님이 이혼 후 형편이 좋지 않아 이 사업을 탐낼 수밖에 없다고 하셨다. 또한 저 소문이 사실이든 아니든 각각 사실적시, 허위사실 유포를 통한 명예훼손이라고 했다.


나는 처음으로 사람과 대화하면서 힘이 죽 빠지는 걸 느꼈다.


집에 오고 나서 퇴사를 해야 하나 깊이 고민했다. 성희롱 사건만으로도 불쾌했는데, 사내 정치까지 휘말리니 정말 골치가 아팠다. 이 회사가 국내 굴지의 대기업이나 거대 기관도 아니고, 6 명이 조그만 동네 재개발을 위해 함께 일하는 건데 이토록 분열이 심한 게 이해가 되지 않았다. 불륜이고 뭐고, 사업 결정권이 누구에게 있느냐 같은 건 중요하지 않았다. 나는 정말 제대로 일하고 싶었다.


하지만 퇴사하지 않았다. 입사한 지 한 달도 안 되었는데 퇴사하는 건 참을성이 없다는 걸 증명하는 거 같았다. 게다가 내 커리어에 도움이라도 될 무언가를 얻 수 있고, 어딜 가든 이런 정치는 만연하다는 오판과 사업을 내 손으로 잘 마치고 싶다는 어리석고 열정 넘치는 생각에 사업이 끝날 때까지 다녀는 보기로 했다.


새우 싸움에 직원들 등 터진다. 


Y 교수님은 A 센터장님과의 다툼에서 이기기 위해 어떤 수단도 마다하지 않으셨다. 그 사이에서 고통받는 건 직원들이었다. Y 교수님은 A 센터장님께 법인 인감, 카드, 통장을 넘기지 않고 재정을 직접 관리하셨다. 그런데 Y 교수님은 직원들이 일하는 곳(사무실이 없어서 카페)으로 출근하지 않으셨고, 그에 따라 큰 문제가 발생하였다.


사무실이 없어 당장 업무와 회의는 무조건 카페에서 진행했고, 그 비용이 만만치 않았다. 또 휴대가 가능한 형태로 비품을 모두 들고 다녀야 하녀 그 비용도 만만치 않았다. 그렇기에 A 센터장님은 계속 체크카드라도 달라고 요청하셨지만, Y 교수님은 절차에 따라 품의를 올리라고 하셨다. 이 갈등이 계속되는 중 아래와 같이 이상한 지출 시스템이 만들어졌다.


직원들이 사비로 사업에 필요한 물품을 구매한 후, 매일 영수증 증빙과 함께 엑셀로 정리해 Y 교수님께 제출하면 그제야 입금이 되는 방식이었다. 특히 A 센터장님과 B 선생님의 지출 건은 단순 영수증 제출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고, 해당 물품이 왜 사업에 필요한지에 대한 상세한 사유를 적어야 했다. Y 교수님께 엑셀을 올리는 업무는 내 것이었다. A 센터장님은 그 일을 나에게 맡기며 나를 자신의 편으로 끌어들이려 했고, Y 교수님은 나를 통해 불만을 우회적으로 드러냈다.


A 센터장님은 이런 이상한 지출을 적극 ○○시와 □□읍 주민들에게 알리는 것으로 맞대응했다. 열악한 업무 환경은 동정심을 유발하기에 더욱 유리했다. 거기에 센터장님은 술자리를 자주 만들었다. 후에 지역주민께 들은 이야기로는 그 술자리에서 A 센터장님은 Y 교수님 불륜 소문을 더 넓게 퍼뜨리는 반면, J 선생님과 나에 대한 험담도 종종 했었다고 한다. 특히 내가 능력도 없는 'Y 교수님'의 애제자이자 낙하산이라고 했다 한다.


그러나 나는 대학을 다닐 때 Y 교수님 수업을 단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었다.


대망의 첫 월급


정신없이 일하고 첫 월급날, 내가 이전에 ‘알바비’로 받던 돈의 몇 배가 들어왔다. 그리고 내가 먼저 지출한 각종 비용도 틀림없이 들어왔다. 첫 월급으로 가족에게 선물을 사고, 내가 가지고 싶었던 닌텐도 스위치를 하나 샀다. 그리고 3분의 1 정도는 바로 적금 통장을 만들어 넣었다.


큰돈을 벌었다는 기쁨보다는 앞으로 무얼 할 지에 대한 희망과 설렘이 더 컸다. 바보 같은 꿈도 꾸고 소박한 미래를 그려보기도 했다. 그때 썼던 일기가 얼마나 웃기는지, 너무 낯 간지러워서 지금은 버려버리고 없을 정도였다. 그만큼 첫 월급날은 행복한 순간 중 하나였다.


그런데 퇴근 후 J 선생님께 급히 전화가 걸려왔다.


J 선생님께서는 월급이 잘못된 거 같다고 말씀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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