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화 조우
제14화 조우
오랜만에 나는 그와 자주 갔던 카페 근처를 들렸다. 한산한 인파 속에 저 멀리서 눈에 익숙한 누군가를 발견했다. 그였다. 다행히 그는 혼자였다. 갑자기 그를 보자 가슴이 심하게 뛰고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멀리에서 걸어오는 그를 보고 나도 모르게 계속 힐끔거렸다. 그가 내 근처에 오면 가벼운 목례라도 해야 할까? 아니면 모른 척 하고 길을 지나가야 하나 고민이 되었다.
그런데 그는 내가 상대편에서 걸어오는 데도 살짝 자신의 눈을 위로 살짝 올리고 나를 못 본 척 주변을 자연스럽게 살피며 자리를 지나쳤다. 그도 나를 본 것이 분명했는데 고개를 들고는 나를 못 본채하면서 자연스럽게 자리를 빠져나간 것이다.
그 순간 나는 그가 나를 카톡에서 지워버린 사건을 기억해냈다. 그에게 나는 없는 사람이었던 것이다.
“힘들다고만 하니 부담스러워.”
“여기까지 인가봐.”
그가 마지막 남긴 말처럼 난 부담스러운 존재였고 3년이나 된 우리 관계는 “여기까지 인가봐.”라는 말로 1초도 안되게 축약되서 끝나버렸다. 그리고 도대체 우리는 관계라는 것이 있었을까? 3년 중 2년은 다른 여자와 나를 동시에 만나지 않았는가? 정말 나라는 존재는 그에게 무슨 존재였을까?
집에 돌아오는 길에 정말 수많은 생각들이 들었다. 그가 나를 만나는 동안 나는 어떤 누구에게도 신경을 쏟은 적이 없었다. 집에도 뜸하게 가고 이수씨에게도 없는 사람이나 마찬가지로 다른 모두에게서 멀어져 있었던 것 같다. 내 관계의 전부였던 그가 “여기까지 인가봐.”하면서 나를 정리해낼 때 나는 하늘이 무너지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그 감정에 매몰되기엔 내 자신이 너무 비참해서 나는 그 감정에서 한발자국 멀어지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감정은 계속 좋은 감정에서 나쁜 감정을 오고가면서 왔다갔다 종을 잡을 수 없었다.
‘왜 이런 일이 나에게 생기는 걸까?’
하고 원망도 했다. 하지만 여전히 그가 나를 우습게 여겨서 두 여자를 동시에 만났고 좀 전에도 나를 못본 척 하게 태연히 지나가기 까지 했다는 사실은 지워질 수 없는 진실이었다. 어떻게 두 여자를 동시에 만날 수가 있었을까? 나는 그에게 작은 유희꺼리 밖에 되지 않았던 걸까? 나는 그에게 정말 맞지 않는 여자였을까? 나보다 그녀가 훨씬 매력적인 존재였겠지... 오만가지 생각이 머리를 휩쓸고 나간다. 이런 일이 반복이 되면 나도 모르게 내 양미간을 모으고 골똘히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자괴감에 다시 한 번 빠져든다. 나는 감정 소모의 심각함을 꽤 크게 느낀다. 머리도 아프고 마음도 아프다.
오늘 다시 그의 냉정함을 온 몸으로 느꼈다. 그에게 나는 아무것도 아닌 것이다. 사람도 아니고 존재도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에게는 나는 무시해도 되는 사람이었다. 옆에 있어도 그냥 무시하고 지나쳐도 되는 것이었다. 사람에서 “것”으로 전락하는 기분은 정말 가슴을 쓰라리게 만들었다. 그것도 내가 3년 동안 좋아서 만난 사람이 그러니 더욱 미칠 지경이었다.
#자작소설 #창작소설 #이별후에 #이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