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화 감각
제13화 감각
엄마와 전화를 하고 난 뒤에도 감기는 도무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약을 먹었어도 어지러운 감각은 여전했고 몸은 무거웠다.
‘난 그동안 그의 어떤 면을 보고 만난 걸까?’
그 동안의 내가 바보만 같이 느껴져서 내 자신을 자책했다. 사실 맨 처음 그를 좋아하게 된 것은 그가 끊임없이 나에게 관심을 보였기 때문이었다. 나는 그 당시 연인이 있었기 때문에 그의 친절이 마냥 편한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 나는 어느 순간 그가 나를 마치 매력적인 여자로 만들어주는 기분을 즐기가 시작했다. 참으로 감각적이고 짜릿한 기분이었다. 오래된 연인이었던 이수씨에게는 느끼지 못하는 설렘을 주는 지윤씨는 계속 자극적으로 내게 다가왔다.
그는 맨 처음 직접적으로 나를 좋아한다는 말을 하지는 않았다. 다만 인형끼리 안고 있는 사진이나 자신이 마시는 차 사진이나 음식 사진이나 공연사진, 영화사진 등 말보다는 사진으로 자신의 감정을 표현했다.
나는 그가 매일 보내는 메시지를 받으면서 기분이 우쭐해졌다. 마치 내가 예쁜 여자가 된 것 같았다. 뜸 해진 이수씨의 메시지와 비교가 되었다. 감정표현을 잘 못하는 이수씨에게는 단념했던 연애의 감각들이 지윤씨의 작은 메시지 하나 하나에 자라났다.
지윤씨가 카톡 이모티콘을 써서 나를 들뜨게 하기도 했다. 내가 어쩌다 한 번 메시지를 보낼 때마다 그는 호들갑스럽게 하트가 달린 이모티콘을 선사했다. 지나칠 정도로 계속되는 그의 관심과 호의 때문에 나는 결국 이수씨와의 이별을 선택했다.
그리고 지윤씨를 본격적으로 만나기 시작했다. 지윤씨와의 연애는 처음에는 매우 뜨거웠다. 진도도 빨리 진척이 되었다. 그가 나의 손과 팔을 만지던 짜릿함이 지금도 느껴지는 것 같다. 내 목에 키스를 하던 그의 입술을 기억한다. 나의 머리를 안아 가볍게 자신의 어깨에 기대던 다정함도 지금까지 느껴진다.
아마도 그 때문이었을가? 신체적 끌림은 어느 순간부터 식기 시작했고 그 이후 지윤씨의 핀잔들이 늘어났다.
“난 여자들이 이런 스커트 입을 때 좋더라.”
그의 핀잔은 핸드폰 사진 속 섹시한 여자들의 옷차림과 나의 옷차림을 비교하면서 시작한다. 그는 절대로 핀잔이 아니라고 하겠지만 핸드폰 속 여자를 판단하는 그의 시선은 나에게도 적용되는 것이기에 그냥 흘려들을 수가 없는 것이었다.
어느 날은 내가 상반신가 크다고도 핀잔을 주었다. 또 어느 날은 내 옷이 너무나 회사풍이라며 지적했다. 그리고 또 어떤 날은 내가 남자 마음을 못 읽는다며 핀잔을 주었다. 또 어떤 때는 내가 유머 감각이 없다며 나를 놀렸다.
지금 생각해보면 이미 그때 그는 다른 여자가 생겼던 것 같다. 부장님의 자제라는 여자 친구가 생겼을 때였으리라. 한 번도 본적이 없었지만, 그녀는 여성스럽고 귀엽고 사랑스러운 여성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그에게는 배경도 좋고, 여성으로서도 매력적이고 인간적으로도 유머센스가 있는 그녀가 더욱 사랑스러웠을 것이다.
나는 나에게만 떨림을 주었던 지윤씨가 그녀에게도 같은 루틴으로 플러팅하고 스킨쉽하고 그녀를 더 알아갔으리라고 생각했다. 그의 부드러운 리드, 밝은 유머 감각, 옷 입는 센스, 밀당의 기술 등은 그녀를 충분히 어필되었을 것이라 확신한다. 내가 그에게 느꼈던 매력을 그녀도 다 느끼리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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