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이별후에 16화

이별후에 15

제15화 작별

by 박바로가

제15화 작별

‘투명인간’사건이후 지윤과 그의 그녀가 잠시 동호회 사무실에 들르겠다는 기별을 전했다. 우연히 동호회에 놓고 간 물건을 가지러 갔다가 그곳에 있던 회원들에게 붙잡혔다.

“애리씨, 곧 도착한다니까 얼굴 보고 가요.”

“아, 맞아요! 우리 선물도 사왔다고 기다리래요.”

빨리 그곳을 벗어나려고 한 것이 모두 허사였다.

“아, 네...”

나는 그의 결혼식 날 아파서 참석하지 못했지만 동아리 회원에게 부탁해서 축의금을 냈다. 마음 같아서는 보내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축의금을 내지 않으면 다른 동호회 사람들과의 수다에서 내 스스로 축의금을 낸 척 하는 것이 힘들 것 같았다. 사실 안 내는 것이 그에게 나은 일일지도 몰랐다. 아마 명단에서 내 이름을 보고 분명 그가 경색을 했을 것이다. 물론 그가 쿠폰 같은 것으로 동아리 회원의 마음에 성심성의껏 답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구태여 동호회 사무실까지 와서 인사까지 하는 이유는 이 동호회 규모가 꽤 크기 때문이다. 분명 이 동호회에서 낸 축의금도 자신의 지인과 직장들을 합해도 더 많이 냈을 것이다. 그렇지 않았다면 지윤씨는 결코 이 동호회 사무실로 올 일이 없다.

“어맛~ 신랑 신부 좀 봐~ 둘 다 잘생기고 예쁘네~”

지숙씨가 호들갑을 떨며 두 사람을 맞이한다. 난 지금 그녀의 능청스러움이 정말 부럽다.

“여행은 잘 다녀왔어요?”

지혜씨가 친근하게 둘에게 말을 걸었다. 잠시 지윤씨는 동호회에 있는 사람을 둘러보았다. 그리고 나 역시도 눈으로 훑으면서 모두에게 신랑의 자신만만한 미소를 지었다.

“반가워요, 민지예요. 결혼식 때는 경황이 없어서 다시 인사드려요”

싹싹하고 당찬 말투를 가지고 예쁜 얼굴과 생긋한 미소를 지닌 그녀는 빛나보였다. 나는 왜 지윤씨가 왜 그녀를 택했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당당하고 여유있어 보이는 자연 미인. 구김없어 보이고 예의 깍뜻한 그녀를 보니 나는 한층 더 풀이 죽었다. 마음 같아서는 이 동호회 사무실에서 당장이라도 뛰쳐나가고 싶었다. 그러나 많은 사람이 있었기 때문에 나는 쥐 죽은 듯이 조용히 자리를 지켰다. 옆에 사람이 내가 이상하게 숨을 쉬는 것을 알아챌까봐 노심초사했다.

“모두 다시 봬서 반가운데요. 여기 소소하지만 조그마한 선물을 가져왔으니

하나씩 가져가 주시면 저희 맘이 행복할 것 같아요.”

그의 목소리를 다시 들으니 기분이 묘했다. 그리고 두 남녀가 다정하게 나란히 서 있는 모습도 지나치게 아름다워 보였다. 이상하게도 이 아름다운 커플의 모습을 보고 나는 지윤씨에 대한 내 마음을 정리할 수 있는 것 같았다. 몹시 쓰라렸지만 평소 지윤씨의 이상형에 가까운 민지씨라서 더 이상 그녀에 대한 나쁜 점을 찾아내고 싶지 않았다. 그냥 그녀를 마주대하니 나의 위치가 명확해졌다. 나는 지윤씨가 버린 사람이었고, 민지씨는 지윤씨가 선택한 사람이었다. 나는 아무리해도 그녀를 따라갈 수 없는 다른 사람이었다. 그러다보니 내 마음도 정리가 되어가고 있었다. 그다지 유쾌한 경험은 아니었지만 계속 상황을 질질 끌면서 계속 내 미련만 남도록 내버려 둘 수 없었다. 그러기엔 내 상대는 나에게 너무나 벅찬 것 같아 보였다. 그냥 습관적으로 선물을 하나 선택하고 그 둘이 떠나가길 기다렸다. 마치 억만년의 시간이 흘러가는 것 같이 모든 게 느리게 진행되었다.

“나중에 또 뵐게요.”

그 말을 뒤로 하고 그 커플은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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