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화 떠나보내기
제16화 떠나보내기
지윤씨와 민지씨의 잘 어울리던 모습은 내게 씁쓸함을 남겨주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나의 미련의 싹을 잘라주었다. 누가 봐도 잘 어울리는 커플이었다. 그 동안 미적거리면서 내 마음을 보듬지 못한 나 자신이 한심스럽기까지 했다.
나는 그들이 선물로 가져온 키링과 ○○커피쿠폰을 바라보았다. 적지도 과하지도 않은 선물. 마치 옛날에 지윤씨가 나를 대했던 방식 같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나는 그의 어느 부분을 바라보고 있었을까?
나는 그가 의젓하고 싹싹하고 자기일 잘 하고 자신감 있게 나를 리드하는 것이 좋았다. 그가 비록 완전히 미남은 아니었지만 그의 자신감은 그를 훈남 이상으로 만들어 주었다. 그의 인간관계가 아주 이상적인 것은 아니었지만 사람들은 그의 자신감과 싹싹함을 높이 살 정도로 그에게 매료되어 있었다.
“꼭 내가 할 필요는 없잖아.”
그는 이 말을 주로 달고 살았다. 그는 항상 적당한 선에서 잘 빠졌다. 그러나 자신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상황에서는 자신을 어필하며 그 일을 어떻게든 성사시켰다. 미온적인 나와의 연애를 성사시킨 것도 그였다. 분명 민지씨와의 연애도 그가 적극적으로 밀어부쳤을 것이다.
“난 하고 싶은 것은 꼭 해야 직성이 풀려.”
어쩌면 그는 자기 자신에 솔직한 타입인지도 모른다. 그러면 나는 어떤 사람일까? 나는 우선 내 일을 사랑한다. 그러나 나는 내 자신을 잘 믿지 못하는 것 같다. 나는 어쩌면 내 자신을 덜 사랑하는 것 같다. 일에선 다른 사람들이 내 능력을 인정하는 편이다. 그러나 인턴으로 2년간 희망고문 받으며 사는 것은 내 정신을 피폐하게 만들었다.
자신감도 떨어지고 2년간 사귄 이수씨에게도 뭔가 낯을 세울 수 없었다. 내 스스로 내 자신을 마음속 저편에서 인정하지 않고 있었다. 그러다가 자신감 넘치는 지윤씨를 만났을 때는 마치 좋은 롤 모델을 만나 구원받은 것 같았다.
그런데 그것은 그런 사람을 내 옆에 둔 것이지 내가 그 사람처럼 자신감이 생긴 것은 아니라는 것이 문제였다.
“대인관계를 잘 해야지.”
“인사성이 좋아야지.”
“옷이 좀 그런대.”
“얼굴 표정이 좀 그래.”
“저 사람은 자기관리를 잘 해.”
지윤씨의 말속에서 나는 내 자신을 더 잃어갔다. 나는 내부의 문제를 지윤씨를 사귀면서 해결하고 싶었던 걸까? 아님 도피하고 싶었던 걸까?
나는 나에게 항상 나의 잘못을 지적했던 지윤씨를 생각해본다. 그에게는 내가 몹시 둔감하고 세련되지 못했던 여자로 보였던 것 같다. 하지만 그는 내가 그처럼 사회에 밝지 못한 것이 내 가 사회 초년성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주지 않았다. 아마 자신을 채찍질하며 그는 성장해 왔으리라. 하지만 나는 나의 방식이 있다고 어렴풋이 생각해봤다.
지금은 다소 길을 잃고 자존감도 떨어져 있다. 하지만 나는 내가 나의 삶을 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도 나의 방식으로. 나중에 그를 보더라도 나는 여전히 그에 대해서 느꼈던 좋은 감정들을 기억할 것이다. 바보스럽고 한심스럽지만 그게 나라고 생각한다. 미련하게 감정을 소중하게 여기는 것도 부인할 수 없게도 나인 것이다. 그래도 나는 나를 보듬어야지. 지금은 감정적으로 몹시 힘들어서 내 마음을 돌보는 것이 가장 어렵지만 이것도 나의 평생의 숙제가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가 카톡에서 나를 삭제했어도, 그가 민지씨와 같이 나타났어도, 내 일이 힘들지라도, 내가 세련되지 못해도, 내가 아직 마음의 정리를 완전히 끝내지 못했을 지라도, 내가 감정에 미련이 많을지라도 나는 나를 끌어안아야 한다. 다른 사람의 삶이 아니고 나는 나 자신을 좀 더 사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내 삶을 살아가야할 숙명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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