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이별후에 13화

이별후에 12

제12화 감기

by 박바로가

제12화 감기


아침에 일어나보니 머리에서 열이 났다. 약간 어지럽고 몸에 기력이 없었다.

‘다행이다!’

감기가 걸려서 다행이기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오늘 디카시 동아리 회원들과 OO역 **출구에서 만나기로 한 날이었다. 어젯밤 아니 일주일전부터 나의 마음은 무거웠다. 그 중에서 제일 힘들었던 것은 지윤씨의 그녀와 나를 비교하려는 나의 이성이 풀 가동되고 있던 것이었다. 나도 모르게 그녀에게로 내 생각이 자꾸 되돌아갔다.

‘그녀는 있고 나는 없는 것.’

나는 너무나 잘 알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녀는 배경이 좋고 밝고 예쁘고 생기가 있다. 이것을 추측하기란 어렵지 않은 이유는 동아리 회원들의 말에서도 힌트를 얻을 수 있었지만 지윤씨와 내가 데이트할 때 그가 나를 지적하는 부분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매사 진지하고 농담도 못하고 여유가 없는, 있는 그대로 흥미를 끌만한 여자가 아니었던 것 같다. 인턴생활도 커다란 진척이 없었고 뭔가 변하고 싶은데 어떻게 변해야 할지 몰라 마치 망망대해에 방향키를 어떻게 움직여야 할지 모르는 신참 뱃사람 같았다.

내 인생을 열심히 살지 않는다고 말하고 싶지 않다. 나 나름대로 열심히 살아왔다. 가끔 내 예뻤던 동기들이 시집을 일찍 가고 나랑 같이 인턴을 시작했던 친구들이 정사원이 되고 하면 나도 모르게 내 사기가 떨어지곤 했다.

철저히 시장의 원리가 적용되는 결혼 시장, 회사 생활. 나는 항상 그들에게 매력적인 여성이나 능력있는 사원이어야 했다. 그런데 나의 의도와 다르게 나는 그것을 잘 맞춰나가지 않는게 아닌가?라는 의구심이 들기 시작했다.

결코 기분 좋은 경험은 아니다. 나를 부정할 수밖에 없는 일련의 사건들은 나를 우울하게 만들었다.

“위~~~잉 위~~~잉”

좀 전에 못간다고 문자를 보냈는데 확인전화를 하는 건가? 하고 핸드폰에 뜨는 전화번호를 보니 엄마 전화였다.

“엄마?”

“얘, 어째 연락이 없어?”

“아... 엄마!”

그 동안 담아뒀던 서러움이 나도 모르게 한 순간 폭발했다. 갑자기 울음이 쏟아졌다. 엄마가 내가 울면서 훌쩍이는 소리를 듣고 깜짝 놀라 나에게 물었다.

“무슨 일 있니?”

“아니, 그냥 감기에 알레르기가 도졌어.”

“혹시... 음... 그래 아니다...”

엄마는 말끝을 흐리면서 잠시 내 훌쩍이는 소리에 신경을 쓰는 것 같았다.

“반찬 해 놨는데 부쳐줄까?”

“응... 저번 반찬 거의 먹었어.”

“그래... 그런데 얼굴 잊어버리겠어. 한번 집에 들려.”
“응... 조만간에.”

“타지에 있으니 힘들지. 힘내.”

엄마는 최선을 다해 위로해주고 전화를 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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