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화 감기
제12화 감기
아침에 일어나보니 머리에서 열이 났다. 약간 어지럽고 몸에 기력이 없었다.
‘다행이다!’
감기가 걸려서 다행이기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오늘 디카시 동아리 회원들과 OO역 **출구에서 만나기로 한 날이었다. 어젯밤 아니 일주일전부터 나의 마음은 무거웠다. 그 중에서 제일 힘들었던 것은 지윤씨의 그녀와 나를 비교하려는 나의 이성이 풀 가동되고 있던 것이었다. 나도 모르게 그녀에게로 내 생각이 자꾸 되돌아갔다.
‘그녀는 있고 나는 없는 것.’
나는 너무나 잘 알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녀는 배경이 좋고 밝고 예쁘고 생기가 있다. 이것을 추측하기란 어렵지 않은 이유는 동아리 회원들의 말에서도 힌트를 얻을 수 있었지만 지윤씨와 내가 데이트할 때 그가 나를 지적하는 부분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매사 진지하고 농담도 못하고 여유가 없는, 있는 그대로 흥미를 끌만한 여자가 아니었던 것 같다. 인턴생활도 커다란 진척이 없었고 뭔가 변하고 싶은데 어떻게 변해야 할지 몰라 마치 망망대해에 방향키를 어떻게 움직여야 할지 모르는 신참 뱃사람 같았다.
내 인생을 열심히 살지 않는다고 말하고 싶지 않다. 나 나름대로 열심히 살아왔다. 가끔 내 예뻤던 동기들이 시집을 일찍 가고 나랑 같이 인턴을 시작했던 친구들이 정사원이 되고 하면 나도 모르게 내 사기가 떨어지곤 했다.
철저히 시장의 원리가 적용되는 결혼 시장, 회사 생활. 나는 항상 그들에게 매력적인 여성이나 능력있는 사원이어야 했다. 그런데 나의 의도와 다르게 나는 그것을 잘 맞춰나가지 않는게 아닌가?라는 의구심이 들기 시작했다.
결코 기분 좋은 경험은 아니다. 나를 부정할 수밖에 없는 일련의 사건들은 나를 우울하게 만들었다.
“위~~~잉 위~~~잉”
좀 전에 못간다고 문자를 보냈는데 확인전화를 하는 건가? 하고 핸드폰에 뜨는 전화번호를 보니 엄마 전화였다.
“엄마?”
“얘, 어째 연락이 없어?”
“아... 엄마!”
그 동안 담아뒀던 서러움이 나도 모르게 한 순간 폭발했다. 갑자기 울음이 쏟아졌다. 엄마가 내가 울면서 훌쩍이는 소리를 듣고 깜짝 놀라 나에게 물었다.
“무슨 일 있니?”
“아니, 그냥 감기에 알레르기가 도졌어.”
“혹시... 음... 그래 아니다...”
엄마는 말끝을 흐리면서 잠시 내 훌쩍이는 소리에 신경을 쓰는 것 같았다.
“반찬 해 놨는데 부쳐줄까?”
“응... 저번 반찬 거의 먹었어.”
“그래... 그런데 얼굴 잊어버리겠어. 한번 집에 들려.”
“응... 조만간에.”
“타지에 있으니 힘들지. 힘내.”
엄마는 최선을 다해 위로해주고 전화를 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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