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인용 식탁 / 차도하
희고
비어있는
한 명의 인간으로서
내 몫을 먹어야 하는
짧은 시이지만 생각을 여러가지로 하게 하는 시입니다.
희고 비어 있는 "일인용 식탁"이면서
"한 명의 인간으로서 내 몫을 먹어야 하는 "일인용 식탁"입니다.
그러므로 "일인용 식탁"을 설명하는 수식어로서만 시를 만든 셈입니다.
그런데 과연 그것은 시적 화자가 원하는 "일인용 식탁"을 수식하는 말이었을까요?
일인용 식탁이라서 풍성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희고 비어있는"이라는 시어에서 희다는 말은 누군가의 희생을 떠울리게 합니다. 그리고 "비어있는"이라는 말에서 우리는 시의 화자가 식탁을 '풍성하게 놓지 않는 장소'로서 식탁을 바라보는 관점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니 식탁은 "희고 비어있는"이라는 시어를 통해 누군가의 희생이 올려지는 장소로서 묘사가 됩니다. 또한 식탁은 풍성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지 않기에 식욕이나 식탐의 문제를 떠올리게 됩니다.
"한명의 인간으로서"라는 시어에서 음식을 섭취하는 행위가 인간으로서 살아가라는 삶의 무게를 느끼게 합니다. 사회에서 살아가는 개인으로서 개인의 의무를 다 하듯이 음식을 섭취해야 하는 의무활동을 지고 있는 개인이 드러납니다. 인간이면 누구나 음식을 섭취하고 소화시키고 살아가면서 사회내에서 역할을 수행하게 됩니다. 그런데 "한명의 인간으로서"라는 시어는 그 지극히 개인적인 섭취활동이 권리라기 보다는 의무로 느껴집니다. 그래서 뒤에 나오는 시어인 "내 몫을 먹어야하는"이라는 시어가 강요된 섭식행위를 해야하는, 삶을 영위하기 위해 꼭 의무적으로 음식섭취를 하게 하는 사회를 떠올리게 합니다.
그리고 그 사회의 의무로서의 섭식행위를 시의 자아가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전체 시에서 읽어내게 됩니다. 탐식은 7대 죄악중에 하나이지만 음식을 거부하는 행위역시 사회에서 개체로서 수행을 하지 못하게 되니 사회적인 문제로 아니 취급될 수 없습니다. 개인이 가지는 일인용 식탁의 무게는 사회에서 개인에게 요구하는 의무의 무게입니다. 또한 그 식탁은 누군가의 희생으로 이루어진 식탁입니다. 내가 살기 위해 식탁을 차리고 음식을 섭취하면서 그 다음 활동을 위해 섭식해야 하는 일을 계속 반복하는 셈이죠. 시의 화자는 자연스러운 섭식활동하는 자신을 낯설게 느끼면서 음식을 먹는 행위 뒤에 숨어있는 일들을 해체합니다. 그 "일인용 식탁"은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이 숨어있고, 그 식탁의 제단위에 바쳐진 희생자(동물이나 식물)를 떠올리게 합니다. 거꾸로 되짚어가는 생각에서 우리가 가진 식욕에 대한 자연스러움이 살기 위한 고군분투로 읽혀집니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는 무엇을 위해서 계속 섭식행위를 기계적으로 하며 힘들게 하루하루 연명해나가는 것일까요? 정말 나를 위한 것일까요? 아니면 누군가 나에게 기대하는 것을 해내기 위한 미션활동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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