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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바로가 Nov 26. 2024

봉숭아 꽃

첫사랑 전설

봉숭아 꽃 / 로나 박


외할머니가 백반을 찧고 계신다

야트막한 담장 밑 한 귀퉁이

튼실한 다리로 버티고 서서

봉긋한 꽃봉우리 막 터트리는

하양, 분홍, 살구색 꽃잎이

바람에 조심스레 흔들린다

어느새 할머니 손톱 밑을

물들이는 백반 냄새와 꽃잎의 비명

내 손톱 위에서 소리치고 있다

형태가 없어지고 색과 냄새만 남은 꽃


“첫눈 올 때까지 물이 안 빠지면

첫사랑이 온다지“


외할머니의 그 말을 잊지 않고

살아왔건만

첫눈까지 내 빨리 자라는 손톱은

내 첫사랑을 애써 기다려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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