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지 않아도 돼. (무능력한 상사 밑에서)
(1) 쉬고 싶다
하루에도 몇 번씩 “쉬고 싶다.”라고 내뱉었다.
최근 아파서 입원한 나에게 사람들은 “푹 쉬자. 푹 쉬면 이제 괜찮아질 거야.”라고 말했다.
하지만 쉬는 것 같지 않았다.
알고 있다.
나에게 지금 제일 필요한 것은 휴식이다.
막상 쉬어야 한다고 생각하니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
지금 쉬고 있는 게 맞는 걸까? 하루에도 몇 번씩 묻는다.
사람들은 쉬는 동안 무엇을 하는지 궁금하다.
도대체 어떻게 쉬는 거지? 쉴 때 뭘 해야 돼?
언니에게 물었다.
“언니는 쉴 때 뭘 해?”
“아무것도 하지 마”
아무것도 하지 말라고? 이해가 안 돼. 어떻게 아무것도 안 하지? 언니는 당연하다는 듯 답했다.
“응. 그냥 아무 생각도, 아무 행동도, 그냥 흘러가는 듯이 아무것도 하지 마. 그게 왜 안 돼?”
이해되지 않는다. 그게 가능한 일이야? 어떻게 아무것도 안 할 수가 있지? 쉬는 동안에도 계속, 할 일을 찾았다. 영어 공부, 그림 그리기, 블로그, 바닥 청소, 독서 등등…. 그게 쉬는 거라고 말했다.
“그건 쉬는 게 아니야.”
혼란스러웠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자체가 너무 불안하다.
계속, 할 일을 만들고 그게 쉬고 있는 거라고 생각해왔다. 요즘 나름대로 쉰다고 생각해 온 일들이 이젠 힘이 들어 할 수가 없다. 힘이 든다는 건 쉬는 게 아닌데…?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게 두렵다. 쉰다는 자체가 두렵다.
쉬어야 편해진다고 하는데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나는 편하지 않다.
쉬어야 한다는 말에 화가 났다.
“나도 쉬고 있어. 쉬고 있는데 쉬는 것 같지가 않아. 더 이상 뭘 어떻게 하라는 거야!!”
하루에도 수십 번씩 하고 오지 못한 일들이 떠올랐고 상사가 내뱉었던 그 말들이 떠올랐다.
“네가 왜 거기에 있어. 너 때문에 남겨진 사람이 얼마나 힘든지 알아?”
생각하지 않으려고 해도 계속 나를 괴롭혔다.
꿈속에서까지 조차 일을 했고 잠을 자면서도 깨어있는 상태처럼 말하고 움직였다.
2년 전, 그 일이 아직도 괴롭힌다.
출근길에 교통사고가 났다.
내 잘못이 아니었다. 교차로에서 직진하고 있는 차를 상대방이 우회전하며 충돌했다.
내 차는 조수석 중간부터 뒤 범퍼까지 다 내려앉아 찌그러졌다. 옆으로 받힌 충격으로 골반에 문제가 생겼고 앉아있는 것 자체가 너무 힘든 상태였다. 회사에 몸 상태가 좋지 않으니 일주일만이라도 쉴 수 있게 해 달라 요청했다.
돌아오는 대답은 “진단명이 뭔데? 골절된 것도 아니고, 다른 직원들도 더 크게 사고 나도 입원 안 하고 출근했어, 너 때문에 남아있는 사람이 얼마나 힘든지 알아?”였다.
두통이 심해 찍은 MRI 소견은 뇌진탕이었고 그래도 괜찮다고 아픈 상태를 매일 보고해야 했다.
“뭐가 안 나왔데? 뭐가 나와야 하는데?”
돌아오는 대답들이 황당했다. 검사 결과에서 뭐라도 나와야 한다는 양 말하는 게 너무 어이없었다.
“네? 그럼 제 뇌에 뭐라도 안 좋게 나왔어야 한다는 말이신가요?”
그렇게 쉬는 일주일 동안 하루하루 전화로 그 사람은 괴롭혔다. 쉬는 게 쉬는 것 같지 않았고 치료를 받는 것 같지 않았다. 의사 선생님께 그냥 퇴원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을 땐 “이 몸 상태로 나간다고요?” 안된다고 말했다.
그땐 ‘그래 이러다 몸 상해서 후유증 커지면 나만 손해다. 이기적으로 치료받아야 해.’라는 마음이 컸다.
그렇게 입원 5일째 되는 날, 그 상사가 병문안을 왔다.
아니, 병문안이 아니었다.
아파서 제대로 앉아있지도 못하는 나에게 병실이 울리도록 소리쳤다.
“너 때문에 이게 뭐냐!”
뭘 그렇게 잘못했을까? 출근하다 사고 나서 병원에 있는데 나이롱 취급하며 몰아갔다. 병원에 있는 게 잘못된 것, 마냥 몰아갔다
결국, 퇴원을 하고 출근을 했다.
앉아 있을 수 없어 하루 종일 서서 상담하고 서서 일을 했다. 서 있는 것조차 무리였지만 그럴 수밖에 없었다.
그 사람은 어차피 1~2주로 입원해서 낫지 않는 것 아니었냐 그 정도 상태면 휴직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금 생각해도 웃음밖에 안 나온다.
그런 사람 밑에서 지금 당장 그만두면 지는 거라고,
내가 나갈 수 있는 준비를 해야 한다고,
그렇게 버텼다. 능력도 없고 일하지 않는 사람 밑에서 저런 상황까지 더해지니 정말 하루하루가 지옥 같았다.
그래도 버텼다. 지금은 때가 아니라고. 저런 사람 때문에 여기서 포기할 순 없다고. 그렇게 트라우마가 생겼다.
몇 달 전 회사 걱정에 아파도 쉬지 못하는 나에게 동료들은 말했다. “괜찮아, 너 없어도 여기 잘 돌아가. 일 잘하고 있어. 네 몸이 제일 중요해.”
위안과 고마움, 하지만 점점 화가 났다.
그 사람은 왜 이런 말을 할 수 없었던 거지?
지점장이라는 사람이 너 때문에 내가 힘들다는 말을 아픈 사람에게 할 수 있는 건가.
더욱 화가 나는 건 그 사람이 제대로 일하지 않는 사람이라는 사실이었다. 있어야 할 자리에 없고 항상 사적인 통화, (당근 거래 같은) 사적인 업무로 하루를 보냈다.
퇴근 시간만 되면 퇴근하는 게 보기 싫어 그때 일을 시키던 사람. 증오와 미움으로 가득 차 버린다.
이런 내 모습조차 싫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