떨어진다. 꽃잎이.
떨어진 꽃잎은 바람에 흩날리며
바닥에 발자국처럼 남았다.
일을 그만두고 입으로 쉰다고 말하면서 역설적이게도 눈은 할 일을 찾고 있었다.
그렇게 플로리스트 학원을 등록했다.
엄마는 쉰다고 말하면서 가만히 있지를 못하는 딸에게 그나마 위안을 해준다.
“그래, 꽃을 만지면 마음이 편해질 거야. 생각 정리도 되고 기분도 좋아. 엄마도 그래서 꽃을 좋아하잖아.”
딸은 꽃을 좋아하지 않는다.
땅에서 잘린 꽃은 시들기 마련이다.
물을 줘도 말라간다. 그래서 딸은 한 번도 꽃을 피워내지는 못했지만 화분을 좋아한다.
물을 주면 자라나고 뿌리를 내리는 화분을 좋아한다.
첫 수업. 학원에 첫발을 내디딘 순간.
차가운 겨울 냄새와 함께 따뜻한 꽃향기가 볼에 닿았다.
진한 꽃향기는 두꺼운 마스크조차 가려내지 못했다.
튤립, 스토크, 카네이션….
몫으로 나눠진 꽃은 아름다웠다.
어떻게 생화에 반짝이는 펄이 내려앉아 있는 걸까.
꽃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카네이션에는 마치 레이스가 달려 있는 듯 끝부분만 붉게 물들어 있었고 튤립은 물감으로는 절대 표현할 수 없는 색으로 그라데이션을 이루었다. 줄기를 만지는 차가운 촉감이 좋았고 서로 다른 꽃이 만나 이루어지는 조화가 좋았다. 꽃은 하나만 있어도 아름답지만 같이 있으면 아름다움은 배가 되었다.
딸은 꽃을 좋아한다.
잘린 꽃은 아름다움마저 꺾인 것이 아니었다.
흙에 있는 꽃이든 절화든 꽃은 꽃이다.
시간이 지나 시들어도 햇빛에 말라가도 꽃은 꽃이었다.
바짝 마른 꽃은 색이 더 진해졌고 생화로는 볼 수 없었던 고혹함과 바스락거리는 소리는 바짝 마른 대로 그마저도 아름다웠다.
수업일수가 채워질수록 딸의 집엔 꽃이 가득해졌다.
잠에서 깨어 방문을 열면 풍기는 꽃향기가 좋았다.
그전에는 알지 못했던 기분이었다. 잘린 꽃을 좋아하지 않는다며 시작하지도 않았다면 알 수 없는 기쁨이었다.
어느덧 3월이 되었다.
따뜻한 햇살에 베란다 창문을 열었다.
봄바람이 들어왔다. 마른 꽃잎이 흩날린다.
꽃에서 떨어진 꽃잎이 아쉬웠다.
꽃은 꽃잎이 떨어져 더 이상 꽃의 형태가 아니었다.
바람이 불면 꽃은 그렇게 하나하나 사라져 갔다.
딸은 일어나 꽃잎을 주워 담았다.
꽃이 떠난 발자국 하나하나를 주워 담았다.
꽃은 발자국마저 아름다웠다.
버릴 수가 없었다. 그래서 박스에 고이 담아냈다.
고마웠다. 이런 마음을 느끼게 해 준 꽃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