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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한 교육 Nov 27. 2022

'빨리'보다 '적당히'가 중요한 행복한 교육

칼비테는 아들을 빨리 천재가 되거나, 교수나 박사가 되기 위한 공부를 시키지 않았다. 칼비테는 단지 아들을 영혼과 육체가 건강한 아이로 기르고 싶었다.


한국의 많은 부모들은 아이들이 뭐든지 빠르게 배우기 원한다. 한 학기, 한 학년 선행학습을 시키는 것도 모자라 초등학생에게 고등학생 과정의 수학 문제를 풀 능력을 갖추기 원한다. 아직 모국어도 제대로 발음하지 못하는 아이들을 영어 유치원에 보내 영어에 능숙하기 원한다.


아이들의 뇌는 흡수력이 빠르지만 이해력이 빠른 것은 아니다. 어렸을 때 많은 것을 경험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순서 또한 중요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이들이 가장 먼저 배워야 하는 것은 건강한 육체를 유지하는 것과 항상 자신이 행복하며 가족을 비롯한 이웃에게 행복을 끼치는 것이다.


칼비테는 네 살이던 아이에게 단순한 산수를 가르쳤다. 암기로써의 산수가 아닌 단순한 규칙을 이해시킴으로써의 산수였다. 아이는 쉽게 그 규칙을 이해하고 산수를 풀어나가기 시작했다. 아들이 대견했던 칼비테는 아들의 머리를 쓰다듬었는데 깜짝 놀라고 말았다.


옛말에 "아이가 머리에 김이 나도록 배운다"는 속담을 칼비테는 떠올렸다. 셈을 하던 아들의 머리가 따뜻하고 촉촉해졌기 때문이다. (칼비테는 아들에게 15분 간만 셈을 가르쳤다.)


다음 날 다시 칼비테는 아들을 실험(?)했다. 셈을 가르치고 10분이 지나자 머리가 따뜻해졌고, 15분이 지나자 본격적으로 땀이 나기 시작했다. 


보통의 부모들은 네 살짜리 아이가 셈을 잘하는 모습을 보고 '영재'라며 학원을 알아봤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칼비테는 아들 몸의 변화를 감지했고, 셈 가르치기를 중단했다. 아이가 종종 셈을 기억하고 시도했지만 더 이상 가르치지 않았고 아들은 셈을 완전히 잊었다.


칼비테는 이 사건을 '다행'이라고 표현했다. 칼비테는 아들에게 일곱 살부터 규칙적으로 배우게 했다. 그 이전에는 아들의 몸과 마음이 강건해지는 것에 집중했다. 아이가 어렸을 때부터 무언가를 배우고 정답을 맞히는 것에 몰두하면 과도하게 긴장하기 때문에 학과 교육을 시키지 않았다.


하르트레벤 박사가 만하임에서 칼비테에게 했던 이야기가 있다.

세 살도 되기 전 교수인 아버지가 아이에게 여러 교사를 붙여 읽기, 쓰기, 지리, 역사 따위를 가르쳤다. 그 아이는 다섯 살 생일에 이틀간 공인 시험을 치러 합격할 정도가 되었다. 그러나 이렇게 기억력을 혹사시킨 탓에 어린아이는 쇠약해져 다음에는 이름을 습득하기조차 힘들어졌다는 것이다. 


칼비테는 아들이 공부를 해야 한다면 열일곱이나 열여덟 살에 대학에 들어가 교육받으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우리가 다 아는 것처럼 혹독한 교육도 받지 않았던 칼비테의 아들은 3살 때 모국어를 깨치고, 9세 때 6개 구거를 통달했으며 10세 때 대학에 입학했고, 13세가 되던 해 철학 박사 학위를 받아 기네스북에 '세계에서 가장 어린 박사 학위' 소지자가 되었다.


칼비테는 시골의 작은 교회 목사였다. 부자도 아니었고, 아이에게 엄청난 교육자를 붙일 형편도 되지 않았다. 그러나 칼비테는 아들을 누구보다 가장 잘 이해했다. 하나님의 선물로서의 아들, 사람으로서의 아들, 아름다운 영혼을 가진 아들.


한 학원 선생이 유튜브에 나와 이런 이야기를 했다. 자기 친구들은 자기와 같이 선행 학습을 열심히 한 세대이지만 그들은 수학을 못했다. 영어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그들은 자기들이 받았던 것을 그 자녀들에게 똑같이 시킨다. 


학업의 교육이나 영혼의 교육은 달리 이루어지지 않는다. 칼비테 교육법을 공부하고, 다른 교육 관련 책들을 읽으면서 확실해지는 생각이다. 아이에게 무엇을 가르친다는 생각을 하기 전에 아이의 영혼을 건강하게 준비시키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아이를 가장 잘 가르칠 수 있는 사람은 대학 교수나 일타 강사가 아니라 바로 부모라는 것이다. 최소 초등학교 과정까지는 대한민국에서 공교육을 모두 마친 부모라면 아이를 가르칠 수 있을만한 실력이 충분하다.


부모는 돈을 벌어야 아이를 키운다고 하지만, 아이들을 비싼 유치원이나 학원에 보내거나 비싼 옷과 장난감을 사주는 돈을 아끼면 웬만한 직장인 한 달 월급은 나온다. 돈 버느라 젖도 못 떼는 아이를 억지로 떼고 직장에 돌아가 돈을 버는 것이 정말 아이에게 좋을까.


먹는 것, 입히는 것, 원하는 것을 절제할 줄도 알아야 아이의 영혼이 강건하게 자란다.


교육업에 종사하고, 한국 교육의 실태를 알아가면 알아갈수록, 이 교육의 목적이 디즈니의 '월 E'에 나오는 우주선에 탄 사람들을 만드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스스로 걷지도 생각하지도 못하게 만드는 교육은 아이를 사람으로 만들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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