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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laire mindfulness Apr 27. 2024

변증법적 이해와 문제해결에 대해서

Book : '아이를 변화시키는 부모 수업'


'아이를 변화시키는 부모 수업'은 보통의 아이들보다 더 키우기 힘든 아이를 위한 육아서이다. 책에서 가장 강조하는 것이 '변증법'인데, 도대체 변증법적이라는 것이 무슨 뜻인지 쉽게 와닿지 않는다.  




변증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두 개의 상반되는 생각의 조화이다 (꼭 두 개가 아닐 수도 있겠다). 우리가 사는 이 세계에 절대적인-유일하고 반박할 수 없는-진실은 없다. 유사하지만 다른, 또는 상반된 관점들만이 있다. 우리의 목표는 이러한 관점들이 융합되는 지점을 찾는 것. 


하나부터 끝까지 엄마 탓을 하는 육아서, 극단적인 해석과 방법으로 이목을 끌지만 적용하기 힘든 교육서에 지친 부모들에게 쉬우면서도 쉽지 않은 방법으로 길을 제시한다. 변증법이 쉽지 않은 이유는 극단적인 것이 균형을 잡는 것보다 어쩌면 따르기가 더 쉽기 때문이다. 




1. 인정한다. 당장의 충돌은 피한다.

2. 포기하지 말고 끊임없이 변화를 위해 노력하자.


현실을 인정하는 것은 포기하는 것이 아니다. 이 간단한 사실을 마음 속으로 깨닫는 데에 왜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렸을까. 이미 일어난 여러 일들은 좋은 일이든 좋지 않은 일이든 내가 의도한 것이 아니며 나의 탓이 아니다. 또한 아이의 탓도 아니고 아이의 마음 역시 힘들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은 스스로를 다독일 수 있게 하였다. 아이의 행동이 하나같이 마음이 들지 않아 날카롭게 세워졌던 날은 아이를 안쓰럽게 바라보며 점차 무뎌졌다. 아이를 향한 미움 속에서 극단적으로 '차라리 자식이 없다 생각하자.'고 다짐했던 지난 날이 한 없이 부끄러워진다. 내가 옳다고 여겼던, 하지만 나의 세상에서만 진리였던 많은 것들에 대해 다시 생각하고 의심할 수 있었다. 


나를 불편하게 하는 변화를 비난, 평가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 세상은 원래 끊임없이 변화하는 것이고 불변하는 것은 변화한다는 사실 그 자체 뿐이다. 아이의 성장에 따라오는 변화에 맞서 싸우지 않는다. 사실은 내 기준에 맞춰 비난하는 것은 참 쉽다. 그렇지만 그 대가는 무겁다. 아무리 작고 사소한 비난도 관계를 망가뜨리고 효과적인 소통을 방해한다. 변화를 받아들인다는 것은 두 팔 벌려 그 변화를 환영하고 내가 가진 가치를 포기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변화가 거기에 있기에 부정하지 않고 수용하는 것이다. 


수용은 변화의 열쇠가 된다.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받아들이고 마음의 평안을 얻게 되면 변화를 꾀할 수 있는 용기와 에너지가 생긴다. 수용을 해도 고통은 여전히 그대로 존재한다. 그렇지만 수용은 괴로움 없이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한다. 내가 가진 많은 값진 것들이 있다. 그것들을 가지고 효과적으로,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나는 이제껏 수용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수용을 포기와 동일어로 생각했다.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인다는 것을 손을 놓아버리는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에 차마 수용할 수 없었다. 내가 부모인데 뭐라고 해야하지 않겠나, 지푸라기라도 잡아봐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런 노력들이 오히려 아이를 더 좌절하게 하고 나와 아이 사이를 더 멀어지게만 했다. 


아이는 부모가 자신을 수용하는지 아닌지 감쪽같이 알아차린다. 많이 미안했다. 사랑하던 엄마가 긴 시간 강렬하게 내품던 의심과 부정의 몸짓 언어들을 눈치 빠른 아이가 오롯이 모두 받아내었다. 자신이 엄마를 실망시켰고 엄마가 자기를 싫어한다고 생각하며 얼마나 아팠을까. 얼마나 자신을 미워하고 원망했을까. 


그렇게 아깝게 보내버린 세월에 대한 회한 속에서도 한 가지 희망은 아이의 뇌는 아직 말랑말랑하다는 것이다. 아이의 뇌 속에 생겨난 경로는 숲속에 나 있는 산길과 같다. 어떤 길을 평탄하고, 어떤 길은 울퉁불퉁한 채 지도에도 나와있지 않다. 거칠고 인적이 드문 길을 탐방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계속해서 길을 가다 보면 언젠가는 평탄해질 것이다. 수용을 통해서 앞으로 아이가 느낄 사랑과 엄마의 믿음이 아이의 뇌에 새로운 길을 만들어 갈 수 있다. 그것이 강화이다. 처음에는 지형이 거칠고 험하겠지만 아이가 새로운 자극을 받아 새로운 행동을 배우고 강화하면서 길이 고르게 되고 어느새 그 길이 기본 경로로 설정될 것이다.




그 어떤 육아서보다 많은 도움이 되었다. 그리고 육아 뿐만 아니라 세상을 살아가면서 겪는 많은 일들을 헤쳐나가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되는 방법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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