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색 닙을 가진 만년필
여행을 가면 아침 일찍 눈이 떠지는 것이 신기하다. 지난 오키나와 여행과 베트남 여행에서도 그랬다. 평소에는 출근을 위해 아침에 눈을 뜨는 일이 그렇게 힘든데, 여행지에서는 아무리 늦게 자도 새벽에 눈이 떠진다. 아무래도 노는 데에는 타고난 것 같다.
이날은 점심에 한국에서 오는 친구 두 명과 도쿄에서 만나기로 했다. 오전에 일찍 츠타야를 구경하고, 오후 1시쯤 친구들과 숙소에서 만날 계획이었다. 츠타야는 오전 10시에 문을 열기에, 오픈 시간에 맞춰가기 위해 일찍 숙소를 나섰다.
어제는 다메이케산노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내렸기 때문에 아카사카역은 처음이었다. 목요일 아침 출근 시간과 겹쳐서인지, 단정한 차림의 일본인들이 빠른 걸음으로 지나갔다. 주변을 살피며 걷다가 사람들이 향하는 방향을 따라가니 아카사카역에 도착할 수 있었다.
난 일본어를 못 한다. 고등학교 2학년, 대학교 2학년 1학기. 총 1년 반 동안 일본어를 공부했지만, 히라가나와 가타카나의 80%를 잊어버렸다. 여행 전날 벼락치기로 공부하면 겨우 구글 맵의 역 이름을 읽을 수 있는 정도다.
예를 들어, '메이지진구마에'역에서 갈아타야 한다고 뜨면, めいじじん..! 메이지진..! 저기다!라고 더듬더듬 읽으며 내릴 수 있는 정도. 다행히 요즘 도쿄 지하철에는 한글이 나온다는 사실.
그래서 저 안내문은 읽을 줄만 알지, 뜻은 모른다. ひらくどアに(히라쿠도아니)... 그래서 무슨 말이지? ('열리는 문에 주의하세요.'는 구글 번역기가 알려주었다. 구글 짱!) 해외여행을 다닐수록 발전하는 기술을 실감한다. 9년 전만 해도 구글 맵이 건물을 뚫고 가라고 알려주는 바람에 헤맨 적이 많았는데, 이제는 환승할 지하철 플랫폼 방향과 번호까지 알려준다. 번역기만 있으면 식당, 카페, 미술관이 두렵지 않다.
글자의 의미를 모르는 여행자의 시선으로 보면, 일본의 풍경은 눈길을 끄는 요소가 확실히 있어 보인다. 한국에서는 <손조심>, <기대지 마시오>와 같은 직관적인 픽토그램을 주로 사용하는 반면, 일본은 캐릭터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한국에도 캐릭터가 존재한다. 여러 곳에서 사용되고 있지만, 아직 '또따=서울교통공사', '키로/아로=코레일'이라는 인식이 크게 자리 잡지 않은 듯하다. 만약 지하철 외부뿐만 아니라 내부 안내문에서도 캐릭터를 적극적으로 사용한다면, 하나의 통일된 브랜드로 인식될 수 있지 않을까?
'꽃보다 할배'에서 출연진들이 아름다운 해외 풍경을 보고 '여기 한국의 ~아냐?'라며 비슷한 장소를 언급할 때 그저 웃겼다. 저 이국적인 모습을 보고 한국을 떠올리다니, (듣고 보니 좀 비슷하긴 한 것 같지만) 다른 일행의 흥이 깨지진 않을까 걱정도 했다.
그런데 웃기게도 요즘 나 역시 해외여행을 하며 '와~ 여기 OO호수공원 아니야?'라고 말하고 있다. 다이칸야마에서도 그랬다. '와~ 여기는 한국 망원동 같다~! 성수동 같기도 하고!' 이는 결코 감흥이 없다는 뜻이 아니라, 오히려 긍정적인 의미에 가깝다. 과거에 비해 한국 안에서도 다양한 풍경을 접하다 보니, 해외에서 비슷한 모습을 발견하면 반가운 마음이 드는 것 같다.
그래서 그때 할아버지들의 말씀도 일행을 지루하게 하려는 게 아닌, 낯선 땅에서 느껴지는 왠지 모를 익숙함에 대한 반가움의 표현이었던 게 아니었나 싶었다. 그리고 그 장소를 가보지 않은 사람들에게 설명할 때, 이보다 더 정확한 표현 방법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망원동의 낮은 건물들 사이로 보이는 넓은 하늘과 성수동의 감각적인 상점들을 좋아한다. 다이칸야마에서도 비슷한 매력을 느꼈다. 역에서 내리자마자 눈에 들어온 미피 카페부터 츠타야 서점에 이르는 길 곳곳에서 보고 느낀 모든 것이 마음에 들었다.
특히 기억에 남는 곳은 츠타야 서점 근처의 꽃집이다. 꽃집 앞뿐만 아니라 주변 인도까지 꽃으로 장식되어 있어서, 처음에는 주변 길목까지 이어진 아름다운 조경인줄 알았다. (감탄하느라 사진 찍는 걸 깜빡했나 보다.) 여전히 선명하게 떠오른다. 묘하게 한국과 닮아 있으면서도, 독특한 일본만의 감성을 지니고 있었다.
사실 고백하자면, 츠타야 서점이 이렇게 큰 곳인 줄 전혀 몰랐다. 적당히 책을 구경하다가 쉐어 라운지에서 시리얼을 먹으며 작업 할 생각으로 갔다. 근데 웬걸, 나무에 가려진 츠타야의 모습이 서서히 눈에 들어오는데.. 건물이 하나가 아니었다. 다이칸야마 츠타야 서점은 2층짜리 건물 세 동으로 이루어진 공간이었다.
책과 문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적어도 3시간은 할애할 생각으로 방문하면 좋겠다. 나는 뭐 길어도 2시간이면 되겠지~라는 마음으로 갔었다. 쉐어라운지까지 이용하려면...더보기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아기자기한 컵과 그릇에 눈이 돌았다. 눈에 힘을 주고 애써 무시하며, 여기는 '서점'이라는 걸 상기하며 바로 앞의 책 코너로 향했다. 츠타야 '서점'에 왔으니 책 한 권은 사고 싶었다. 일본어를 모르니 이왕이면 귀여운 그림이 많은 책을 찾을 찾기로 했다.
확실히 레시피북에 삽화가 많았다. 그 중 눈에 띈 것은 <Vegetable Dictionary>라는 책인데 식물로 알파벳을 만든 사전이었다. 귀엽다고 느끼면서도 동시에 여러 생각이 들었다. '과연.. 한국에 있으면 이런 책이 팔릴까..?', '왜 이 책을 만들었을까..?', '이건 정말 순수한 창작 욕구로 만든 책 같다..' 현실적인 고민과 함께 이 책의 존재 이유에 대해 생각해보게 됐다. 왜 <굳이> 이런 책을 만들었을까?
일본에서의 <굳이>는 이게 끝이 아니었다.
얼마 전에 독립출판 워크샵을 들었다. 강사님은 한국에 다양한 아트북이 생기길 바라셨지만, 제작 과정과 비용 문제로 현실화가 어렵다고 했다. 원하는 질감의 책을 만들기 위해 종이, 잉크, 특수 프린팅 등을 모두 검수해야 하는데, 과연 한국의 공장 중 이 과정을 함께 지켜볼 수 있는 곳이 얼마나 있을까?
츠타야에서 본 정교한 금박과 은박 엽서를 보고 든 첫 생각은, '이걸 어떻게 만들었지?'였다. 담당자의 허가부터 제작 과정까지, 결코 쉽지 않았을 텐데 이 모든 번거로운 과정이 당연시되는 듯 했다. 제작 과정의 어려움을 정확히 알 수도 없고 감히 예상도 못 하지만, 이곳에서는 특별한 제작 방식이 일상적인 것처럼 느껴졌다. 디자이너로서 부럽기도 했다. 제작비나 수요와 상관없이, 만들고 싶은 것을 만드는 게 당연한 곳. 도쿄의 문구에서 느낀 첫인상이었다.
일본의 결혼식에서는 축의금을 예쁜 봉투에 담아 전한다고 들었다. 일본인 친구도 없고 (당연히) 일본 결혼식에 초대받은 적도 없어 실감하기 어려웠는데, 실제로 화려한 축의금 봉투를 보니 그 안에 얼마나 많은 정성을 담고 있는지 느껴졌다. 봉투 하나로 일본의 문화의 한 단면을 엿볼 수 있다는 점이 신기했다.
마침 한 달 뒤 친 오빠의 결혼식이 있어서 장바구니에 넣었지만, 예산 이슈로.. 아쉽게 구입하지 못 했다. (오빠 미안. 만년필이 더 절실했어..)
'도장'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초등학생 때 일기장에 찍어주던 선생님의 '참 잘했어요'도장이다. 그 이후로 내가 구매한 도장들은 '귀여움'보다는 '실용성'에 초점을 맞춘 것들이었다. 할 일 목록을 체크할 수 있는 칸이 그려진 도장이나 영화 리뷰를 쓸 수 있는 네모칸이 그려진 도장 같은 것들이었다.
하지만 이곳에는 순수하게 <귀여운> 도장들이 가득했다. 게다가 검정, 빨강, 파랑만 있는 줄 알았던 도장 잉크가 노랑, 회색, 하늘색, 보라색 등 다양했다. 도장을 하나만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그림과 색을 조합해서 사용했다.
무지 종이에 도장을 찍어 꾸미는 방식이 눈에 띄었다. 물건을 살 때 항상 '실용성'에 초점을 두던 나에게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굳이?>라는 단어가 끊임 없이 떠오르면서 동시에 '나도 갖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식으로 도장을 사용한다면, 그것은 단순한 도장이 아닌 하나의 그림 혹은 작품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나도 저렇게 알록달록한 잉크로 다양한 형태의 도장을 찍어 빈 종이를 꾸며보고 싶어졌다.
마음 같아서는 모두 장바구니에 넣고 싶었다. 하지만 이날은 본격적인 여행 첫 날이었기 때문에 신중해야 했다. 적어도 두세번은 다시 보며 고르고 골라 겨우 장바구니에 넣은 걸, 내려놨다 다시 넣기를 반복했다.
츠타야 서점에서 만난 공책들은 캐릭터 굿즈들과 달랐다. 감각적으로 다양한 요소와 패턴을 활용한 디자인이었다. 음료수, 꽃, 체리, 키위.. 일상의 모든 것이 디자인 할 수 있는 요소가 되었다. 전체적으로는 하나의 시리즈 같은 느낌이 들면서도, 자세히 보면 색상, 요소, 형태가 각기 다른 독특한 디자인이었다.
다양한 색과 형태로 통일성 있는 시리즈를 만드는 것은 쉽지 않은 작업이다. 과연 한 디자이너의 작품인지, 아니면 여러 사람이 협업한 결과물인지 궁금증이 생겼다.
Q: 다시 돌아간다면, 이것만큼은 꼭 사고 싶은 것은?
A: '플로터 다이어리'요.
다이어리의 가죽 질감도 훌륭했지만, 내지를 감싸는 포장지의 디자인과 진열 방식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보통 6공 다이어리 내지는 일반 비닐에 포장되어 있는데, 여기서는 그 포장 조차 디자인의 일부였다. 이상적인 브랜드를 보는 것 같았다.
플로터 다이어리는 이토야에서도 같은 방식으로 진열되어 있었는데, 한 번 본 것만으로도 바로 알아볼 수 있었다. 다이어리를 사용하지 않는 사람도 진열대를 보자마자 '플로터 다이어리다!'라고 알 수 있다는 건.. 꽤 성공적인 브랜딩이지 않을까?
다시 이 다이어리를 만난다면, 얇은 특성을 살려 여행 노트로 사용하고 싶다. 특히 다양한 내지 종류 중 '드로잉 페이퍼'가 있는 것이 인상깊었다. 다이어리와 드로잉북은 항상 별개로 여겼는데, 하나의 공책에 넣을 수 있다는 발상이 질투났다. 기획 한 사람 대체 누구야.
'덕후'라는 표현을 사용하기 조심스럽다. 여러 분야를 얕게 경험하는 것을 즐기는 나에게 '덕후'는 한 분야에 대해 깊이 있는 지식과 열정을 가진 이들에게만 부여될 수 있는 칭호로 느껴진다.
'도쿄 문구 여행'이라는 주제로 떠났지만, 사실 '문구'에 대한 나의 지식은 제한적이다. 특히 만년필 세계가 이토록 방대한지 몰랐다. 각기 다른 종류의 닙, 질감, 무게 등 만년필의 다양한 특성에 대해 전혀 몰랐다. (지금도 모른다.)
예전에 뜨개질이나 향수에 관심을 가졌을 때도, 각 분야마다 전문 커뮤니티가 있고, 그곳에는 놀라울 정도로 깊은 관심과 지식을 가진 사람들이 많았다.
츠타야의 만년필 진열장을 보며 비슷한 감정을 느꼈다. 수심 5m 정도의 얕은 바다인줄 알았는데, 막상 뛰어들고 보니 바닥이 보이지 않는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대양 같았다. 신나면서도 아찔했다. 다양한 만년필을 구경하느라 즐거운 동시에, 이 좋은 것들 두고 내가 몰라서 못 고르고 있는 사실이 아쉬웠다. 더 많이 알았다면 이 문화를 더 깊이 즐길 수 있지 않았을까?
여행에서 언어 능력이 경험의 깊이를 좌우하듯, 문구 문화에 대한 이해도가 높았다면 이 경험을 더 풍성하고 더 선명하게 기억할 수 있지 않았을까?
초심자의 장점은 선입견 없이 자유롭게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편견 조차 형성될 수 없이 백지 상태 였기 때문에, 시필이 가능한 모든 만년필을 시도해봤다. 휴대성이 좋아 보이는 짧은 만년필부터 처음 보는 종류의 닙까지, 만년필 뿐만 아니라 써볼 수 있는 모든 펜을 다 써본 것 같다.
만년필로 가득 찬 진열장을 보는 순간, '이 곳에서 꼭 내 만년필을 갖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 꼭 맞는 만년필을 찾고자 하는 강한 의지가 있었다.
그러다 어느 만년필을 쓰는데, 처음 느껴보는 부드러움과 사각거림에 소름이 돋는 것이다. 그게 바로 '파버카스텔 헥사 EF Black' 만년필 이었다. 평소 소비에 신중한 편인 나는 이 만년필을 두고 구입할지 말지 깊은 고민에 빠졌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걸 구입하지 않은 채로 한국에 돌아간다면, 두고두고 후회할 것 같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 더구나 잉크를 포함한 가격이 5만원대로, 예산 내에서 구매 가능한 금액이었다.
파버카스텔 제품 답게 이 만년필은 드로잉 시 필기감이 훌륭하다. 다만 긴 글을 쓸 때는 가끔 잉크가 끊기는 경우가 있다. 정확한 원인은 모르겠으나, 글쓰기보다는 드로잉 할 때 닙을 더 천천히 눕혀 써서 잉크가 더 잘 나오는 것 같다. 그럼에도 이 펜은 모닝페이지를 쓸 때나, 피크닉에서 드로잉 할 때, 친구와 위스키바에 가서 그림을 그릴 때도 늘 함께했다. 잃지 않고 오래도록 함께 하고 싶은 만년필이 생겼다.
깊고 긴 문구점 끝에는 스타벅스가 자리하고 있다. 넓은 테이블 공간 덕분에 많은 사람들이 이 공간에서 책을 읽거나 작업을 하고 있었다. 나중에 사진을 확인하고 나서야 멜론 음료가 있었다는 걸 알아챘다. 당시에는 문구에 정신을 잃어 제대로 살펴보지 못했던 모양이다.
왼쪽으로 가면 쉐어 라운지로 연결되는 에스컬레이터가 있다. 츠타야는 3개의 동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전체가 하나의 연결된 공간처럼 느껴졌다. 계단, 에스컬레이터, 엘레베이터 등 다양한 수단으로 각 층이 연결 되어 있어, 세심하게 설계된 동선 때문일까?
다음에 도쿄에 다시 간다면, 다이칸야마 츠타야 서점의 쉐어 라운지에서 반나절 동안 작업해보고 싶다. 단순히 공간을 경험해보는 것을 넘어, 해외 여행자로서 이런 여유를 누릴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특별하다. 이번 여행에서 신나게 도쿄를 탐험했다면, 다음에는 마치 현지인처럼 여유롭게 이 공간을 즐겨보고 싶다.
이곳에서 미팅 중인 듯한 사람들도 보였다. 언젠가 시간과 공간의 제약 없이 일할 수 있게 된다면, 꼭 이곳에서 재택근무를 해보리라 다짐했다.
쉐어 라운지에 맥주탭이 있는 것도 인상적이었다. 모든 이용객이 일이나 작업을 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맥주를 마시는 곳'이라면 보통 시끌벅적한 분위기를 떠올리게 된다. 그러나 이렇게 조용하고 차분한 공간에서 맥주를 제공한다는 점이 새롭게 느껴졌다.
2동 1층에는 디자인 서적으로 가득했다. 역시 해외에서 보기 가장 쉬운 책은 디자인 관련 서적인 것 같다. 그림책과 마찬가지로, 언어를 모르더라도 무엇을 이야기 하는지 내용을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탐나는 책들이 많았지만, 훌륭한 디자인 서적은 대개 고가에 두꺼워서 구매하기 쉽지 않다. 대신 눈과 마음에 깊이 담아 놓고 왔다.
츠타야는 다양한 문구와 책만큼 소품도 다양하다. 3동에서는 츠타야의 자체 소품들이 진열되어 있고, 2동에서는 주기적으로 다양한 작가들의 소품들 판매하는 것 같았다.
여기서도 분명히 느낄 수 있는 건, '굳이 왜 이런 소품을 만들었는가?'였다. 결론은, 이제는 이런 의문 자체를 내려놓아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쿄를 진정으로 즐기기 위해서는 '실용성'이라는 잣대를 잠시 접어두고, 물건 그 자체의 가치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욕 가득한 두 사람의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즐긴 츠타야 쇼핑 드디어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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