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전에 조신히 두 손을 묶고 허리를 90도 안쪽으로 새우처럼 굽혀 폴더폰마냥 대중들에게 보답하는 인사. 아마 GD를 선두로 퍼져 나갔던 것 같은데, 누가 먼저였건 그 예각이 부자연스럽고 참 해괴하다 생각했다. 옷가게 점원이 과한 친절을 베풀 때처럼 뭔지 모를 불편함이 느껴졌다. 폴더인사 뒤엔 꼭 따라붙는 '개념 연예인', '인성 갑'이라는 찬사는 더 기묘했고 개념과 인성을 매번 지들 꼴리는 대로 심판하는 대중들의 납작한 잣대가 괴랄했다.
물론 인사는 좋은 것이고 GD의 폴더인사에 팬들을 향한 사랑과 감사가 왜 없었겠냐마는, 배배 꼬인 나는 그가 스포트라잇의 뒤쪽 면을 누구보다 잘 아는 슈퍼스타로서 준비한 일종의 '대비책'으로 영리하게 인사를 사용하기도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쉽게 개념인 인성갑이란 칭호를 붙여주는 만큼 그 반대를 판단하는 잣대도 쉽고 빠르다는 걸 그의 짬밥으론 일찍이 눈치챘을 테니까.
연예인 걱정은 하지 말라지만 방구석 환자인 나는 가끔 수십 수백억을 쥔 그들이 안쓰럽다. 대중의 사랑으로 그마이 돈을 버니 이깟건 당연히감수하라는 일갈을 가장한 협박은, 내겐
마치 매값을 쥐어주고 야구빠따로 노동자를 줘 패던 모 재벌2세가 하는 말처럼 들린다.
고위 공직자들에게나 빠따를 휘둘러야 할 무수한 을들은, 명성으로 보나 재력으로 보나 나보다 지위가 높아보지만 실은 내가 갑의 위치를 점령해 휘두를 수 있는 좋은 먹잇감으로 연예인을 보는 것 같다. 좋은 인성을 판단하는 기준은 때론 오로지 '나에게 잘 보이는' 행동에 있는 것 같다.
앞도 뒤도 옆도 있는 한 개인의 인성을 판단하는 건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인생 전반의 스펙트럼을 살펴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질의 무게추가 쏠리는 쪽으로 겨우 짐작할 수 있는 장르이지, 적어도 동전 뒤집듯 건바이건으로 판단할 것은 못 된다는 거다. 비슷한 잣대로 도마 위 생선이 되었던 주 모 작가의 예전 어느 트윗처럼
'무단횡단을 하면서 도로의 쓰레기를 줍는'
복잡한 존재가 인간이니까.
물론 명확하게 타인에게 해를 가하는 어떤 일들도 분명 있다. 그들이 잘 벌고 잘먹고 잘사는 걸방치하지 않는건 옳은 방향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꽤 많은 심판은 너무 단편적이고 빠르며그 대가도 과하다.
때로 대중들은 그저 타인을 끌어내리는 것에서 쾌감을 느끼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추잡하든 말든 내가 알 필요 없는 사적인 대화가 만천하에 공개되어 자살한 어떤 배우의 와이프와 아이들을 위로하는 양 그의 치부를 다시 한번 꺼내 조목조목 짚어주던 그들은, 과연 정말로 그 와이프와 아이들을 걱정했을까?
학창 시절 술담배와 일탈을 일삼았지만 10년 간 매달 꼬박 기부를 해온 나는 인성이 좋은 걸까 개판인 걸까? 알 수 없다. 애초에 비행과 기부 따위로 알 수 있는 게 아니니까. 하지만 적어도
하난 안다. 내가 아이돌(안 시켜줄 거 나도 안다.)이었다면 뭔 짓을 해도 난 학창 시절 술담배를 했으므로 결국 인격자가 될 수 없다는 걸.
연예인들의 스포트라잇이 스트리머들에게 옮겨오며 폴더인사는 도게자(혹은 그랜절)로 진화했다.도게자는 좀 더 속물적이고 좀 더 적나라하지만 적어도 거기엔 차라리 풍자와 해학이,
일종의 울분까지 있다.
"어차피 이래도 지랄 저래도 지랄할 거 이거 받고 돈이나 쏴라."
"그래 씨바 꺼 돈 줄 테니 함 재롱이나 떨어봐라."
양쪽 욕망을 선명히 드러내 등가교환 합시다 라는 선언처럼 느껴져 그 천박함 만큼 되려깔끔하기까지 하다. 그치만 방심은 금물이다. 아무리 대가리를 박아도 결국 언젠간 나락에 갈 거거든. 누구나 털면 다 털리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