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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석빈 Sep 17. 2024

사슴의 뿔 "үe" (1편)

모계 결혼 "эмэгтэй гэрлэлт"

860년대 만주 지역의 광활한 초원. 대지는 거친 바람에 흔들렸고, 수평선 너머에는 흰 눈이 덮인 산들이 우뚝 서 있었다.


여기는 부라트족(Buryats)의 땅, 부라트족의 삶이 숨 쉬는 곳이었다. 바이칼 호 주변으로  퉁구스족 몽골족  등 여러  이 척박한 땅에  7개 부족이  서로의 생존을  위해 피가 마를 날이 없었다

  

 나의 이름은 소오르, 갓 30이 넘은 이 부라트 족장은  자신의  말 위에서 고원을 바라보고 있었다. 자신을 따르는 1000여 명의 부라트족들은 이 땅을 라코테(lacote)라  부르며  하루하루 생존을  위해  싸우고 있다.

아무리 털가죽을 두른다 하더라도  얼굴 그리고 손등의 피부는 에이는 찬바람으로 감각이 없기 일쑤였으며  호수 주변은 두꺼운 눈으로 덮여 있었고, 항상 바람이 강하게 불었다. 고작해야 밤하늘의 달이 두어 번 없어지고 차오를 때 정도의 기간 동안 가축들이  먹을 수 있는 풀이 들판을 덥을 뿐이었다


그나마  바이칼  호수가 있기에  물고기 사냥과  목을 축이러 오는 동물들을 사냥하며

하루하루  버티고 있었다


눈바람이 부는 이 초원에 200여 개 남짓 게르(ger)를 바라보며  갓 서른 넘은 족장은 얼굴에 수심이 가득하다.


그나마 따뜻한 바이칼 남쪽지역이라도 내려가 차간(chagan 몽골어로 성스로운) 바이칼족  상인들과  가죽과  마른 생선이라도 물물교환이라도 가능하다면   부족민들에게 많은 도움이라도 될 텐데  바이칼호를  항상 넘보는 키르기스족들에게  위세에 밀려  내려가볼 엄두도 못 내고 있다.

더욱이  부족의 주술사인 사가르의 점괘  때

문에 나의 양자인  열 살도 안된 핏덩이에 불과한  나사르에게  검은 바이칼 초원을 터전으로 주고 말았다. 없는 살림에 200여 명의 부족원들이 사르를 따라 떠나서  남은 우리 부족원들의 삶은 더욱더 배고픔에 떨게 되었다


17살의 하얀  피부의 주술사  사가르는 나랑 몸을 섞을때마다 항상  검은 바이칼 초원은 나를 죽음으로 내몬다고 내 귀에다 중얼거리고 있었다.. 하지만 한 낱 애송이의 주술사  이야기를 들은 내가 잘못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떠나지를 않는다

그는 어깨에 걸친 모피 망토를 바람에 날리며 고개를 숙였다. 그의 부족은 지금 위기에 처해 있었다.

 소오르는 어린 나이에 아버지의 뒤를 이어 부족의 족장이 되었다.  얼굴조차 모르는 아버지는 소오르에게  막중한 책임감만 주고 이름 모를 키르기스족들에게 죽임을 당하셨다.


전쟁터가 아닌  성스런 바이칼호 부족들과 물물교환 후 돌아오는 길에  탱그리(tengri) 신과 함께 하늘 세계(Tengri Uli)로 가버리셨다


아버지 사후 소오르는  항상 강인하고 냉철한 결정을 내리는 지도자로 부족원들에게 신뢰를 받았다. 그러나 요즈음 그에게 닥친 시련은 그의 마음을 혼란에 빠뜨렸다.


고원 같은 부라트족인   다수리아 부족은 강한 세력을 키우고 있었다. 그들의 족장 사산은 사방에 군세를 확장하며 작은 부족들을 압박했다.


소오르의 부족도 그들 중 하나였다. 몇 달 동안 사산의 전령들이 소오르 영토를 넘나들며 협박의 메시지를 보냈다.


오르는 싸울 준비가 되어 있었다. 그의 부족도 강인했으며, 말과 활에 능했다. 하지만 병력은 상대적으로 적었고, 사산의 군세와 직접 맞붙는 것은 승산이 없었다. 싸운다면 부족은 멸망할 것이다. 다른 방법이 필요했다.


눈이 거세게 부는 어느 날, 사산 부족의 사신이 소오르 게르에 도착했다. 그들은 소오르에게 뜻밖의 제안을 전달했다.


사산둘째 딸, 바드마 바수가 와의 결혼을 통해 두 부족이 동맹을 맺자는 것이었다. 옆에서 타락죽(駝酪粥)를 끓이던  첩보장 바펠마의 손은 갑자기  흔들린다.

족장인 소오르는 원로회의를 통해 공식적인 혼례를 안 치렀을 뿐 나이 갓 서른이 넘은 족장에게는  이젠 16살인 첩보장 바펠마와  주술사 사가르와  단순한 관계 이상인 사실은  부족 내에서도 공공한 사실이었다.


전령은

“사산 족장께서 직접 말씀하셨습니다"

"의 딸 바수가 와 결혼한다면 너의 부족은 안전을 보장받을 것이다"

"우리 다수리아의 보호 아래 평화롭게 살 수 있을 것이다.”사신의 말은 분명하고도 냉정했다.


 소오르의 심장은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원래 사산의 딸  바수가는 나의 양자인 남사르와 정략결혼을 통해 시간을 벌고자 하였다


 하지만 사산은 전쟁을 통해 부족을 제압하는 대신, 결혼을 통해  소오르 부족을 흡수하려는 속셈이었다. 하지만 이를 거절한다면 전쟁은 피할 수 없었다. 더군다나  바수가는 나보다 20살이 어린 이젠 겨우10살짜리 여자아이였다


오르는 결정을 내려야 했다. 자신의 부족을 지키기 위해선 이 결혼을 받아들여야 했다. 하지만 마음 한구석에서는 자존심이 그를 괴롭혔다. 그는 타인의 명령에 따라 살아가는 족장이 아니었다.


 그러나 지금 상황은 단순한 자존심의 문제가 아니었다. 부족의 생존이 달려 있었다. 며칠 후, 결혼이 성사되었다.


 바수가는 겨우  열 살에 불과한 소녀였고, 아직 삶에 대해 많은 것을 알지 못했다. 그녀는 아버지의 명령을 따를 수밖에 없었고, 소오르에 대한 두려움과 낯섦에 사로잡혀 있었다.


결혼식은 부라트족의 성대한 축제 속에서 이루어졌다. 바수가는 하얀 가죽 옷을 입고, 무거운 은 장식을 두른 채로 소오르 앞에 서 있었다. 그녀의 얼굴은 차분해 보였지만, 눈동자는 두려움으로 가득 차 있었다.

오르는 결혼식을 지켜보며 복잡한 감정에 휩싸였다. 자신은 이제 이 소녀를 아내로 받아들이게 되었지만, 이 결혼이 진정한 의미에서 무엇을 가져올지 알 수 없었다.


사산은 이 결혼을 강요하면서 나에게  받아들일 수 없는 조건을 하나 내세웠다

둘 사이의  태어난 모든 아이는 사산의 손주이며 다수리아의 후손이 될 것이라는 강요였다. 즉 모계결혼이었다. 


소오르 그는 자신의 부족을 지키기 위해 이 길을 선택했지만, 마음속에는 씁쓸함이 자리 잡고 있었다. 


결혼 후, 바수가는 소오르 부족으로 이동했다. 오르는 그녀를 자신의 아내로 맞이했지만, 그녀를 강제로 대하거나 억압하지 않았다. 그는 그녀에게 시간을 주었고, 그녀가 부족 생활에 적응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아직 아이였다.


바수가는 시간이 지나면서 소오르 진심을 깨닫기 시작했다. 그는 잔인한 정복자가 아니었다. 오히려 자신의 부족을 지키기 위해, 그리고 서로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어려운 결정을 내린 사람이었다.


두 사람은 점차 서로의 내면을 이해하기 시작했고, 그들 사이에는 존중과 신뢰가 싹텄다. 소오르는 바수가와의 결혼을 통해 얻은 동맹으로 부족을 안전하게 유지했지만, 그는 여전히 자유와 독립을 갈망했다.


 그는 결코 사산의 지배 아래에 놓이지 않겠다고 다짐하며, 그날이 오면 다시 한번 자신의 부족을 위해 싸우겠다고 결심했다. 


소오르 바수가는 서로에게 점점 더 가까워졌다. 그들은 서로를 통해 약점을 극복하고, 새로운 미래를 꿈꾸기 시작했다. 바수가는 소오르 곁에서 지혜를 쌓아가며 부족의 삶에 기여했고, 소오르 역시 그녀에게 부족의 전통과 자긍심을 심어주었다.


그러나 오르는 여전히 사산의 그림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는 조용히 부족을 강화하고, 전력을 키우며 기회를 기다렸다. 그가 원하는 것은 진정한 독립이었고, 그날이 오기를  바랐다. 결혼은 단순한 생존 수단으로 시작되었지만, 그 안에는 새로운 희망과 가능성이 자라고 있었다.


2화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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