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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석빈 Nov 17. 2024

사슴의 뿔 "үe" (10편)

실수  "алдаа



바이칼 호수 북쪽은 어두운 시대를 지나고 있었다. 추위와 기근, 그리고 주변 부족들과의 끊임없는 전쟁 속에서 이들은 강인해질 수밖에 없었다.

부족장 소오르는 30세 젊은 나이에 부족을 이끄는 지도자로, 최근 부족을 위협하던 발펠마를 물리치고 돌아와 부족원들의 존경을 받았다.


발펠마의 사악한 마법이 불러온 공포는 잠잠해졌고, 부족은 잠시 평화로워졌다. 소오르는 피로한 심신을 추스르며 부족의 안정과 부흥을 꿈꾸었다.


소오르는  전번  바이칼울스 정복전쟁에서 포로로 잡아온 한족 출신 무사 홍기를 주목했다. 홍기는 포로임에도 불구하고 의연한 태도와 뛰어난 무술 실력을 보여주었다. 그가 싸움에서 보여준 용맹함은 소오르조차에게도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너를 자유롭게 하겠다. 대신 내 부족의 충성스러운 부하가 되어라.”

홍기는 잠시 망설였지만, 결국 목숨을 걸고 새로운 주인인 소오르를 섬기기로 결심했다.


그는 공석이었던 첩보장이라는 책임을 맡게 되었고, 부족의 정보망을 강화하며 신뢰를 쌓았다.


부족이 안정을 찾아가던 중, 뜻밖의 일이 벌어졌다. 소오르 몸종인 알마타가 그의 아이를 가졌다고 찾아온 것이다.

“부족장님, 이 아이는 분명 당신의 아이입니다!”


소오르는 당혹스러웠다. 그는 그런 기억이 전혀 없었다. 옆에서 이 장면을 지켜보던 그의 정실 바수가 와  주술사 사가르는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바수가는 눈살을 찌푸리며 분노를 삼켰고, 사가르는 깊은 실망의 눈빛으로 소오르를 바라보았다.

“내게 믿음을 줘야 한다, 사가르. 이런 일은 다시는 없을 것이다.”

그는 사가르의 마음을 붙잡으려 했지만, 그녀는 쉽게 용서하지 않았다.

소오르의 부족은 최근 점령한 지역을 다스리고 있었지만, 그곳에서는 점점 불만이 쌓이고 있었다.

바이칼 울스 부족원들이 반란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첩보장 홍기의 경고는 부족 전체를 긴장시켰다. 그러나 더 큰 문제가 다가오고 있었다. 전번 전쟁에서 큰 공을 세웠던 활의 명수 두케소오르를 찾아온 것이다.


“부족장님, 제가 새로 정복한 바이칼울스 땅을 다스리게 해 주십시오. 그리고...”

두케의 말투는 점점 위험해졌다.


“주술사 사가르를 제 여자로 주십시오.”

소오르는 단호하게 말했다.

사가르는 누구의 소유도 될 수 없다. 그녀는 이 부족의 주술사다.”


그러나 두케의 눈에는 거칠고 탐욕스러운 욕망이 서려 있었다. 부족은 긴장감에 휩싸였다.


소오르는 고민 끝에 결단을 내리기로 했다. 사가르에게 진심 어린 사과와 함께 부족의 운명을 함께 헤쳐나가길 간청했다.


“나는 부족의 지도자로서 흔들림이 없어야 한다. 너의 존재가 없으면 부족이 무너질 것이다.”

사가르는 한동안 침묵하더니 마침내 입을 열었다.


“이번이 마지막입니다. 나를 더 실망시키지 마십시오.”

사가르는 소오르에게 경고를 보내며 그를 통제하려 했지만, 두케의 야망은 쉽게 꺾이지 않았다. 부족 내 긴장은 계속 고조되었고, 반란의 불씨는 점점 더 타올랐다.



이제 소오르는 두 가지 문제에 직면했다. 부족 내부의 불만을 잠재우고, 두케의 위협에서 사가르와 부족의 미래를 지키는 것. 그의 선택은 부족의 운명을 결정지을 것이다.


소오르는 칼과 지혜를 들고 부족을 위한 싸움에 나설 준비를 했다. 바이칼 호수의 얼음처럼 차가운 대지 위에서, 그의 결단은 부족의 역사에 새로운 장을 열어나가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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