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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슴의 뿔 "үe" (11편)

사생아 (хуурамч хүүхэд)

by 임석빈

어느덧 바이칼 호수 위로 서리가 내려앉은 11월, 족장 소오르는 자신의 딸이 태어났다는 소식을 듣고도 마음이 편치 않았다. 몸종 알마타와 사이에서 태어난 딸이었다. 딸의 이름은 툴마로 지었다. 바수가와 사가르의 냉소적인 눈빛이 떠올랐지만, 그는 딸 툴마의 작은 손을 바라볼 때마다 가슴 한구석이 따뜻해졌다. 그러나 그 따뜻함은 오래가지 못했다. 부족 내에서 일어나는 작은 속삭임과 그의 심복, 두케의 이상한 행동이 그의 마음을 불편하게 만들고 있었다.


한해의 수렵에 대한 신에 대한 감사 축제가 시작되던 날, 소오르는 그가 가장 신뢰하던 두케가 자신을 향해 눈을 마주치지도 않는 것을 느꼈다. 두케의 눈빛에는 이제 단순한 복종이 아닌 도전이 서려 있었다. 그리고 그 시선이 자신의 내연녀이자 주술사인 사가르를 향할 때마다 그는 속이 타들어갔다.


소오르는 사가르에게서도 변화를 느꼈다. 그녀는 예전처럼 자신에게 따뜻하지 않았다. 딸이 태어난 이후, 그녀의 눈빛은 자신을 향하기보다 다른 곳을 향하는 듯했다. 특히 두케와의 시선 교환은 소오르의 가슴을 답답하게 했다. 그는 사가르에게 물었다.

“무슨 일이 있느냐? 네 마음이 떠난 것 같구나.”


사가르는 고개를 숙인 채 대답했다.

“당신을 위해 모든 것을 바쳤지만, 나는 여전히 그림자일 뿐입니다. 그리고… 당신과 나는 이미 멀어지고 있습니다.”

그 말은 소오르의 심장을 겨누는 칼 같았다. 그는 애써 침착하려 했지만, 점점 더 큰 불안이 그를 잠식해 갔다.



부족 축제가 한창이던 밤, 두케는 모두가 지켜보는 가운데 소오르를 향해 결투를 신청했다. 그의 말은 도발적이었다.


“족장님, 당신이 정말로 이 부족의 강함을 대표하는지 보여주십시오.”

소오르는 결투의 의미를 알고 있었다. 이것은 단순한 자존심 싸움이 아니었다. 두케는 자신의 위치를 흔들고, 부족민들에게 새로운 강자를 보여주려 하고 있었다.

“좋다.” 그는 무겁게 대답했다. “이 부족의 족장은 나다. 그 사실을 네게 보여주마.”


결투장은 차가운 바람으로 가득했다. 부족민들은 긴장된 눈빛으로 두 사람을 둘러싸고 있었다. 소오르는 칼을 쥔 손에 힘을 주며 두케를 바라봤다. 그의 내면에는 분노와 불안, 그리고 지켜야 한다는 책임감이 혼재되어 있었다.

두케는 먼저 움직였다. 그의 칼은 번개처럼 날카로웠고, 소오르는 간신히 이를 막아냈다. 두 사람의 칼이 부딪칠 때마다 금속성 울림이 밤하늘을 갈랐다. 하지만 두케는 젊고 민첩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소오르는 그의 속도와 힘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었다.


결국, 두케의 칼이 소오르의 가죽 갑옷 옆구리를 스쳤다. 뜨거운 피가 옷을 적시며 바닥으로 떨어졌다. 소오르는 무릎을 꿇으며 고통스럽게 숨을 몰아쉬었다. 주변에서는 족장의 패배를 믿지 못하겠다는 듯 웅성거림이 흘렀다.


소오르는 자신의 패배를 인정해야 했다. 하지만 그것이 모든 것을 끝내는 것은 아니었다. 그는 무거운 마음으로 게르로 돌아갔다. 그곳에서 기다리고 있던 것은 사가르가 아닌, 부족의 첩보장 홍기였다. 홍기는 숨 가쁘게 말했다.


“족장님, 바이칼 울스의 잔당들이 반기를 들었습니다. 우리의 점령지를 빼앗으려 하고 있습니다.”

소오르는 머리가 깨질 것 같은 고통을 느꼈다. 내부의 배신과 외부의 반란, 이중의 위기가 그를 옥죄어왔다. 그는 무력하게 몸을 의자에 기댔지만, 곧 눈을 감고 깊은 숨을 들이쉬며 말했다.

“이 부족은 나와 함께 살아남을 것이다. 나는 다시 일어서야 한다.”

소오르의 마음에는 아직 불씨가 남아 있었다. 그는 무너지지 않았다. 이 위기는 그를 더 강하게 만들 것이었다. 자신을 배신한 두케와 그의 세력을 견제하고, 바이칼 울스의 반란을 진압해야 했다. 모든 것이 그에게 달려 있었다.

그는 천천히 일어나 칼을 다시 손에 쥐었다. 그의 눈빛은 다시 단단해져 있었다.


“내부의 적은 무너뜨리고, 외부의 적은 쫓아내겠다.” 소오르는 혼잣말로 결심했다.

밖에서는 여전히 축제의 불빛이 희미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앞길은 어둠 속에서 빛을 찾으려는 싸움의 연속이었다. 그는 이 싸움이 단순히 자신을 위한 것이 아니라, 부족 전체의 운명을 결정짓는 것임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는 결코 포기하지 않을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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