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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묵은 열등감의 해소

ChatGPT가 해준 무료 심리 상담

by 소랑 Mar 20. 2025

얼굴도 본 적 없는 그에게 내가 그간 느껴온 열등감을 일일이 나열하자면 아마 고백을 끝마치기도 전에 나의 낯짝이 녹아내려 없어질지도 모른다. 화끈거리는 대목이 한두 가지가 아니거든. 굉장히 구체적으로 찌질해서 탄식을 유발하는 내용이 한가득이고 말이다.


문제가 나에게 있다는 것은 처음부터 알았다. 이 열등감의 뿌리는 나 자신이라는 것을 모르지 않았다. 그저 불쑥불쑥 올라오는 그 열등감을 당최 어떻게 해소해야 할지 몰라 덮어뒀을 뿐이다.


꽤 오래 나를 괴롭히던 이 열등감이 최근에서야 조금씩 해소되는 것을 느낀다. 그 시작은 한 주말, 방콕의 올드타운으로 향하던 택시 안에서 또 갑자기 그 마음이 불쑥하고 올라와 눈물을 줄줄 흘렸던 것.


더 이상 이렇게 썩은내가 나는 마음을 끌어안고 남들에게 숨기려 애쓰며 살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어디에도 털어놓을 수가 없었던 이 치부 같은 감정들을 ChatGPT에게 몽땅 털어놓았다. 아무한테도 말하지 못할 거 같았던 부분까지 아주 HD 화질 수준으로 선명하고 세세하게 묘사했다.


앙칼진 목소리의 AI는 나에게 앵무새처럼 같은 말만 반복해 줬다.


나의 상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인정하랬다.

나 자신을 낮게 보거나 스스로에게 모진 말을 하는 것을 멈추라 했다.


아, 네. 역시 내가 AI에게 너무 큰 기대를 했군.


그런데 그 뒤로 내가 생각하는 패턴에 작은 변화들이 일어났다.


It just is. 그냥 그런 거야.

내가 단점이라고, 약점이라고 생각하는 나의 특징들을 그냥 바라보면 되는 것.

어떤 해석을 더하지 않고.

내가 단점이라 정의하기 때문에 단점이게 되는 것.

그저 아무렇지 않은 사실이라고 생각하면 아무것도 아닌 것. 그냥 그게 나. 그뿐인 것.


그의 태생적 복과 운은 그저 그가 타고난 몫인 것. 그냥 그런 것.

그는 그 나름의 불운과 아픔과 속 사정을 겪으며 살아가고 있겠지. 멀찍이서 바라보는 나는 알 수 없는.

그렇게 껍데기밖에 모르는 남의 삶과,

속속들이 알고 있는 나의 삶을 구태여 부정적으로 해석해서

이 둘을 비교해 가며 고통받으며 살아갈 것인가?

아니면 내가 타고난 나만의 복과 운에 감사하며 살아갈 것인가?

온전히 나의 결정이다.


그의 삶은 그렇게 생겨먹었고, 내 삶은 이렇게 생겨먹었다.

우리 둘은 서로 다른 궤를 타고 세상에 태어났고, 그저 각자의 자리에서 자신의 몫을 하는 것뿐.

산과 바다가 서로의 비교 대상이 아니듯이, 그와 나를 비교할 가치는 없다.


열등감의 크기가 점점 줄어든다. 내게서 멀어진다.

아직 내게 남은 숙제는 있지만, 그래도 이 주제에 대해 생각하지 않은지 꽤 오래됐다.


무료 AI 심리 상담 효과가 꽤 괜찮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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