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만에 겪은 한국 여름. 일 년 내내 더운 방콕 날씨에 단련된 나에게도 가히 만만치 않은 더위였다. 무더웠던 8월이 가고 드디어 찾아올 선선한 가을 날씨를 기대했는데, 웬걸. 85년 만에 가장 더운 9월이란다. 매일 일기예보를 확인하면서 언제쯤이나 돼야 시원해지나 살피기 시작한 지 거의 한 달이 다 되었다.
오늘 아침에도 산책을 나가며 어김없이 날씨 앱을 켜다 문득 그런 나 자신이 눈에 들어왔다. 어차피 더운 날들은 가지 말라 붙잡아도 갈 테고, 추운 날씨는 여지없이 오게 되어있는데. 오매불망 가을이 오기만을 기다리며 여름을 부정하는 내 모습이 꼭 주말이 오기만을 기다리면서 평일은 그저 되는대로 흘려보내는 나의 회사원 자아와 겹쳐 보였다.
덥다. 습하다. 하지만 이 더위가 물러가기를 바라는 데에 더 이상 내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으려 한다. 그 대신 지금 이 날씨를 있는 그대로 온전히 즐겨보아야지. 습한 공기에서 나는 여름 냄새. 뜨거운 햇살. 푸르게 무성한 녹음. 하나하나 마음에 담으며 오늘 주어진 날씨를 만끽해야지. 그렇게 시간이 흐르게 두면 추위에 오들오들 떠는 겨울이 올 테고, 그건 그것대로 잘 즐길 수 있을 테지.
수요일이다. 아직 주말이 오려면 이틀 하고도 반이나 더 남았다. 오히려 잘됐다. 오늘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최대한으로 즐겨야지. 주말에 뭐 할지 고민하느라 소중한 오늘이 흘러가는 것을 놓치지 말아야지. 어떻게 하면 오늘 하루를 더 행복하게 보낼 수 있을지에 대해서만 생각해야지. 그렇게 평일이든 주말이든 꽉 채워 보내는 하루가 쌓이고 쌓여서 만족스러운 인생이 만들어지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