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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보니 나는 야구장을 좋아했던 것 같다

일상과 사색

by 오영

바야흐로 야구의 계절이 왔다.


전에 올린 글에서 말했듯 난 한화이글스의 팬이었다가 지금은 아니므로 예년 같으면 별로 상관없는 일이었는데, 올해는 한화이글스의 경기를 다시 보고 싶어졌다. 왜일까?


이글스의 경기를 좋아했다가 끊은 이유는 전에 글에서 언급했다시피 모두들 알만한 이유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다른 팀을 응원하자니 고향팀이 아니어서 흥미가 안 가니 한동안 야구를 볼 일이 없었으나, 올해 다시 보고 싶어진 이유는 순전히 '야구장'때문이다! 신구장인 '한화생명 볼파크'에 가보고 싶어서다!!


전에 야구장을 다니던 시기에도 야구만 보는 것이 아니라 시설을 두루두루 훑어보는 것이 큰 재미요소 중의 하나였는데, 생각해 보면 몇 번 가지 않은 축구장을 갔을 때도 그랬던 것 같다. 그런 것을 보면 야구라는 경기도 재미있지만, 나는 시설 즉 인프라에 더 관심이 많은 사람이었던 거다.(사실 경기장뿐 아니라, 어떠한 것의 기반, 인프라라는 것 자체에 관심이 매우 많다... 어찌 보면 빙산의 위보다도 숨겨진 바닥에 관심이 있는 편이랄까....)


그것도 그럴 것이, 중학교 때 대학전공을 오직 기계가 좋아서 일찌감치 기계공학을 선택했었는데, 사실 건축물도 좋아해서 건축학과도 2순위로 생각해 뒀었던 나였기 때문이다. 지금도 유튜브에서 즐겨보는 것 중 하나가 집과 건설 관련 컨텐츠인데, 집도 좋지만 대형 시설물 특히 좋아하는 야구와 관련된 시설인 야구장은 내가 선호하는 건축물 중 하나다. 그래서, 야구를 한참 봤던 어떤 해에는 그 해의 주요 목표가 '전국 야구장을 모두 가보자'였는데, 이게 한화이글스의 원정일정에 맞춰서 가려니 회사일도 있고, 여러 상황상 굉장히 달성하기 어려운 목표였어서 이루지 못했다.


그럼에도 수년에 걸쳐 가본 곳을 무작위로 나열하자면, 잠실구장, 고척돔, 문학구장, 대전구장, 목동구장, 마산구장은 직접 관람을 했고, 갔다가 여러 이유로 갔다가 맛보기로만 본 구장은 NC파크, 라이언스파크가 되겠다. 그중에서도 고척돔은 좀 애정이 있는 구장인데, 당시 그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 살다 보니 건축 초기부터 짬짬이 구경을 갔었던 곳이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니 야구경기 관람수 대비 꽤 많은 구장을 가본셈이다.)


여느 인프라 시설들도 마찬가지겠지만, 야구장 역시 사용자들 즉, 관객들과 선수들이 모두 만족해야 좋은 시설인데 다수의 사용자들을 모두 만족시키기란 매우 어려운 과제일 게다. 그럼에도 10년 전하고 비교한다면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자랑스러운 구장을 갖고 있다는 것은 야구를 가서 보는 이들뿐 아니라, TV에서 보는 이 들에 게도 큰 만족감을 준다. 몇 가지 수정이 필요한 부분도 있겠으나, 운영하면서 개선을 기대하면 되니 욕할 일은 아니다.


어쨌든 이런저런 사유로 한화의 신축구장도 건설초기부터 유튜브라던가 여러 매체를 통해 진척현황을 모니터링하다시피 했는데, 이제 그 신구장이 그리고 내가 응원했던 구단의 구장이 오픈했으니, 어찌 안가보고 싶겠는가? 꿈같은 이야기지만 스카이박스에서 구경을 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으나 꿈은 꿈이고, 야구장을 가면 늘 선호했던 자리인 포수석 뒤의 2층에 앉게 되겠지. 거기에서 치킨과 맥주를 곁들여 즐긴다면 재미있을 거다.

가보더라도 관계자만 볼 수 있는 시설까지는 못 보겠지만, 내 눈으로 신축구장을 보고 싶은데 여전히 회사업무라는 제한이 있어서 가볼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나, 재미 삼아 올해의 작은 목표로 삼았다. 그 덕에 다시 한화이글스의 팬으로 복귀할지도 모르고 말이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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