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anice U Apr 30. 2023

리터러시 센터(Literacy Center)

미국 생활 정착 도우미

미국에서 살게 됐는데 영어를 잘 못한다. 경제적으로도 그리 넉넉한 형편이 아니다. 네이버 미준모 카페에서 배운 대로 구글맵에서 'Free ESL class near me'를 쳤다. 커뮤니티 칼리지와 리터러시 센터, 두 곳의 무료 강좌가 있었다. 두 곳 다 강좌 신청을 했지만 대기자가 많아 적어도 2~3개월은 기다려야 했다. 미국에 왔지만 학교나 직장을 다니지 않는다면 미국인을 만나 얘기할 기회가 그리 많지 않다. 마음은 조급하지만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려야 한다. 미국 생활에 적응하려면 인내심은 필수다.


그래도 운이 좋게 2개월이 지나기 전에 리터러시 센터에서 먼저 연락이 왔다. 이 단체에 대해 잘 알지 못했지만 무료 기회가 어디냐 싶어 레벨테스트를 거쳐 9개월 여정의 프로그램에 등록했다. 아직 코로나19가 완전히 회복되기 전이라 온라인으로만 수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좀 아쉬웠지만 뭐라도 해보자는 심정으로 매주 월, 수요일 오전 9시~12시, 주 2회 3시간씩 수업을 들었다. 내가 듣는 오전수업은 학생이 10명 내외여서 선생님과의 대화가 원활했는데 저녁수업의 경우 20명이 넘는 학생들로 강의의 질이 떨어졌다.


리터러시 센터는 ESL수업만 하는 게 아니었다. 컴퓨터 강좌, 구직 컨설팅, 요리 강좌 등 여러 프로그램이 있었는데 모든 과정이 다 무료다. 이렇게 돈 없고 배운 게 부족한 이민자들을 위한 무료 강좌가 많다니 이래서 선진국은 다른 거구나 살짝 감동이 밀려왔다. 무료지만 절대 퀄리티도 떨어지지 않았다. 강사진은 항상 친절하게 응대하며 학생들을 어떤 식으로든 돕고 싶어 했다. 나는 영어공부의 연장이라 생각하고(사실 돈은 없는데 시간만 많으면 할 게 별로 없다) 컴퓨터와 요리 강좌까지 수강했다. 그러다 파트타임 일을 하게 되면서 더 이상은 들을 수 없게 됐다.


그러던 어느 날 센터에서 연락이 왔다. 펜실베이니아 주정부에서 컴퓨터 수업의 효용성을 평가해 센터 기금 배정 여부를 결정하는 중요한 자리에 학생 대표로 참석해 달라고 했다. 센터에서 여러 무료 강좌를 듣고 구직 활동에도 도움을 받은 터라 은혜에 조금이나마 보답하고자 흔쾌히 응했다. 두 명의 조정관이 와서 컴퓨터 강좌를 들으면서 느꼈던 점에 대해 여러 가지 질문을 했고 나와 다른 5명의 학생이 각자의 경우에서 느낀 솔직한 경험담을 1시간여 동안 들려주었다. 그런데 미팅이 끝나고 설문에 응답해 줘서 고맙다며 $25기프트카드까지 선물로 주는 게 아닌가! 미국인들은 어떤 일에 참여했을 때 작은 답례품이라도 나누는 게 몸에 배어 있는 것 같다.


내가 사는 동네에 리터러시 센터가 있었던 건 정말 행운이다. 나와 같은 시기에 워싱턴 DC로 연수를 온 지인에 따르면 대도시라 그런지 그곳엔 무료 강좌가 전혀 없다며 너무 좋은 동네에 산다고 부러워했다. 미국 전 지역에 이런 곳이 있는 줄 알았는데 꼭 그런 것은 아닌가 보다. 무료 ESL강좌를 듣기 위해 등록했던 리터러시 센터는 나의 미국 생활 정착에 너무나 큰 도움을 줬다. 앞으로 미국에 오게 될 모든 체류 외국인과 이민자들에게 적극 추천하고 싶다. 리터러시 센터 활용도에 따라 당신의 미국 생활 삶의 질이 달라질 수 있다고.

이전 15화 아이들과 나의 첫 번째 여행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