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집에서 가족파티를 즐기는 미국인들의 여유에 매료되다
한국으로의 귀국 준비를 하면서 미국에서 알게 된 사람들과 정식으로 작별인사를 나누고 싶어 한 사람씩 만남을 갖던 중 미국에 처음 와서 집을 구하는 데 도움을 받았던 한국계 미국인 리얼터(공인중개사) 제니퍼 씨가 떠올랐다. 생활이 안정되는 대로 식사 한 끼 대접하려던 생각을 벌써 2년이 다 되어 귀국을 앞두고 실행에 옮기게 될 줄이야. 같은 쌍둥이 엄마로서 아이들 키우는 고단함을 공감해 주며 대가 없이 나를 도와주려 했던 그 귀하고 선한 마음에 식사 한 끼로나마 꼭 보답을 하고 싶었다.
감사인사 겸 작별인사를 나누려 만났던 자리에서 그녀는 나에게 그녀의 집에서 여는 가든파티에 초대해 주었다. 영화에서만 봐오던 파티에 손님으로 참석하게 되다니 무척이나 기대가 되었다. 예상했던 대로 그녀의 집은 으리으리했다. 수영장까지 딸린 그런 대저택은 아니었지만 그 일대 부촌에서 가장 비싼 집이라는 파티 참석자의 전언도 들을 수 있었다.
손님의 구성은 다양했다. 부부의 형제 가족들, 자녀 가족과 그 친구들, 지인 및 이웃 가족, 한인 커뮤니티 사람들, 지역 인사들 등 손님들이 시간대 별로 속속 몰려들었다. 어른들만 모이는 게 아니라 아이들까지 가족 모두가 참석해 파티를 즐기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가족 단위로 다른 가정과 전체가 서로 인사를 나누고 안부를 묻는 등 너무나 다정하고 따뜻한 모습이었다.
호스트인 제니퍼 부부는 부동산 사업으로 부를 이뤄 여유 있고 넉넉한 노년생활을 보내고 있었다. 자녀들도 다 장성해 가정을 꾸려 친구들과 여행을 다니며 지역사회에도 봉사하는 삶을 살고 있었다. 미국사회에 심적으로 완전히 뿌리내리기까지 20여 년이 걸렸다는 제니퍼는 이제는 더 이상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없다고 했다. 그만큼 이제는 미국이 더 편하고 좋다고 했다. 이렇게 멋지게 미국 사회에 정착해서 안락하게 살아가는 한인들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같은 한인으로서 뿌듯함을 느꼈다.
이 파티에 참석한 다른 한인 어르신은 한국으로의 역이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나의 질문에 이제는 가고 싶어도 못 간다고 했다. 이민 온 지 50여 년이 지났다는 그녀는 한국도 그동안 많이 발전하고 변하면서 적응하기에 쉽지 않고 친구들과의 교감도 예전 같지 않다고 전했다. 나는 고작 2년 미국에 살았지만 이민자로서 또 소수인종으로서 미국에서 살아가는 게 얼마나 고단한 일인지 느낄 수 있었다. 하물며 한국이라는 나라 존재 자체도 희미하던 시절, 전문직도 아니고 영어도 더 서툴렀던 어르신 세대 이민 정착기는 어땠을지 짐작하기 어렵지 않았다.
미국에 살면서 느꼈던 점은 미국은 과시의 나라라는 점이다. 한국에서는 돈이 많아도 사치하지 않는 게 미덕이라고 배웠지만 미국은 아니다. 더 큰 집, 더 좋은 차, 자기 집으로 초대해 파티 열기, 각종 여가생활 즐기기(스포츠, 클럽활동) 등 내가 이룬 부를 맘껏 남들에게 자랑하고 즐기는 게 미덕이다. 부러우면 지는 게 아니다. 부러우면 나도 성공하면 된다. 그렇게 경쟁의 선순환이 이뤄지는 것이다.
이번 파티에서는 한인들과 이야기를 주로 나눴지만 다음번에 이런 기회가 또 주어진다면 그때는 정말 멋지게 처음 만나는 미국인들과도 대화를 나눠보고 싶다. 꼭 파티가 아니라도 처음 가는 모임, 행사 등 한국 사회에서도 얼마든지 적용 가능하다. 나 자신을 당당히 소개할 수 있고 진정으로 다른 사람에게 관심을 갖는 친화력과 포용력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상대방을 웃음 짓게 할 수 있는 유머까지 갖추고 싶다면 너무 욕심이려나.